| 한스경제=석주원 기자 | 엔씨소프트의 신작 MMORPG ‘아이온2’가 출시 이후 약 1주일 만에 극적인 반전을 만들고 있다. 지난 19일 아이온2를 출시한 직후 엔씨소프트의 주가는 전날 22만4500원에서 19만1700원으로 14.6% 급락했으나 신속한 위기 대응으로 27일 기준 주가는 21만3500원까지 회복했다.
최악의 실적을 냈던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침체기를 보내고 있는 엔씨소프트는 아이온2를 기점으로 반등을 노리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아이온2를 비롯한 내년에 출시될 신작을 통해 내년 연매출 2조~2.5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증권가에서는 아이온2가 올해 연말까지 1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내년에도 5000억원 전후의 매출을 기록할 것이라고 예측하며 엔씨소프트의 목표에 힘을 실어줬다.
그러나 아이온2가 출시된 후 시장 반응은 기대와 달랐다. 19일 출시 당일 예상을 초과한 동시 접속자로 인해 약 2시간의 서버 접속 장애가 발생했고 게임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많은 이용자들이 불만과 비판을 쏟아냈다.
과금 모델 역시 도마에 올랐다. 엔씨소프트는 출시 전 장비 성능과 직결된 ‘영혼의 서’와 ‘전투강화주문서’ 같은 핵심 성장 아이템을 유료로 판매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정식 출시 후 이들 아이템이 고가 유료 패키지에 포함되어 판매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과거 ‘리니지’ 시리즈의 부정적 과금 구조를 반복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를 촉발했고 이용자들의 반발이 급속도로 확산됐다.
이런 논란에 대해 엔씨소프트는 유례없는 빠른 대응을 보여줬다. 아이온2 출시 15시간 만에 긴급 라이브 방송을 개최해 소인섭 사업실장과 김남준 아이온2 개발 PD가 직접 사과하고 문제가 된 유료 패키지 판매를 중단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는 과거 엔씨소프트의 게임들이 보였줬던 ‘소통 부재’와는 정반대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아이온2의 시련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출시 후 1주일 동안 입장 제한이 있는 던전의 무한 입장, 서버마다 시세가 다른 점을 악용한 부당 수익, 게임 화폐 ‘키나’의 부정 파밍 등 게임 경제 시스템을 흔들 수 있는 문제들이 다수 발견됐다. 엔씨소프트는 이 문제에 대해서도 긴급 점검과 패치, 라이브 방송을 통한 소통으로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민감한 사안인 만큼 개발진은 무관용 원칙을 선언했다. 시스템 오류를 인지한 상태에서 고의적으로 악용한 계정 전원에게 7일 이용 정지 제재를 적용했으며 여기에는 랭커 이용자도 예외 없이 포함됐다. 공속 핵과 채집 핵 의혹에 대해서는 실제 핵 적용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으나 향후 핵 사용 적발 시 즉시 영구 정지 조치를 취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개발진의 빠른 대응은 엔씨소프트가 변했다는 평가를 이끌어 내며 게임에 대한 부정적 여론도 반전시켰다. 물론 여전히 부정적인 의견이 많긴 하지만 지금까지의 엔씨소프트와 달리 열심히 하려는 모습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도 분명하다. 더욱이 최근 신작 게임들이 여러 문제점을 노출하면서도 만족할 만한 대응을 보여주지 못해 상대적으로 더 고평가 받는 부분도 있다.
각종 지표도 긍정적이다. 엔씨소프트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아이온2 출시 3일차인 21일 기준 일일 활성 이용자(DAU) 150만명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확한 매출 규모를 밝히지는 않았는데 27일 기준 구글 플레이 스토어 매출 6위까지 올라온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엔씨소프트가 공개한 멤버십 및 외형 아이템 구매 수치를 기반으로 첫 주 누적 매출을 약 250억원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더 고무적인 건 아이온2의 매출 중 자체 결제 서비스 비중이 90%에 이른다는 점이다. 앱마켓 결제 비중이 적어 매출 순위 1위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대신 앱마켓에 지불해야 하는 15~30%에 이르는 수수료를 아낄 수 있어 실질적으로 더 큰 수익을 거뒀을 것으로 보인다. PC방 순위에서도 약 5% 점유율로 5위를 기록했는데 이는 최근 모바일과 멀티플랫폼으로 출시된 게임이 PC방 순위권에 오른 보기 드문 사례다.
아이온2의 위기와 반전 드라마는 엔씨소프트의 주가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엔씨소프트 주가는 아이온2 출시 전날인 18일 22만4500원이었지만 출시 당일 14.6%가 폭락하며 19만1700원으로 주저앉았고 20일에도 하락세가 이어져 18만7000원으로 바닥을 찍었다. 21일에도 장 초반에는 하락세로 출발했지만 엔씨소프트가 주요 성과 수치를 공개하면서 바닥을 주가도 반등하기 시작했다.
출시 일주일을 막 지난 시점에서 아이온2와 엔씨소프트는 흐름은 나쁘지 않다. 다만 이러한 흐름을 지속해 나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보는 시각들이 많다. 가장 중요한 건 이용자들의 신뢰 회복 노력을 꾸준히 이어나가야 한다. 서비스가 안정화에 접어든 이후에도 지금처럼 이용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문제 발생 시 신속하고 엄정한 대응이 동반돼야 한다.
더욱이 그동안 엔씨소프트가 쌓아 온 부정적 인식을 고려하면 한 번이라도 잘못 대처하면 더 큰 타격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과금 체계도 마찬가지다. 이미 서비스 시작과 함께 과금 상품 문제로 홍역을 치른 만큼 앞으로 이용자뿐 아니라 외부에서도 더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높다. 아이온2는 리니지 라이크와 달리 ‘페이-투-윈(Pay to win)’ 과금 모델을 최대한 배제하고 있지만 이런 기조가 언제까지 유지될 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과금 모델(멤버십+패스)로는 엔씨소프트가 제시했던 매출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지금과 같은 과금 방식에서 높은 매출을 올리기 위해서는 많은 이용자 수가 담보돼야 한다. 아이온2가 지금과 같은 이용자 수를 꾸준히 유지할 수 있다면 목표 매출을 달성할 수 있겠지만 이용자가 감소하면 목표 달성이 어려울 수 있다는 의미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엔씨소프트의 남은 과제는 아이온2의 이용자 수가 감소한 뒤에도 지금과 같은 과금 체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느냐에 문제”라며 “아이온2의 상업적 성공도 중요하지만 지금과 같은 운영으로 엔씨소프트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쇄신할 수 있다면 내년 출시 예정인 신작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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