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로드] 양두구육(羊頭狗肉). 양의 머리를 걸어놓고 개고기를 판다는 뜻의 이 고사성어가 2025년 수원의 화서시장에서 그대로 재연되고 있다.
화서시장의 상인회장과 임원들은 수원시의 아케이드 공사 이후 무허가 부스를 운영하며 나동 상인들의 상가를 가려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 부스에 가려진 한 상인이 수원시와 팔달구청에 철거를 호소하는 민원을 넣었고, 수원시와 팔달구청의 늑장 행정, 봐주기 행정으로 혼자 고군분투하는 상인의 안타까운 사연을 기사화했다.
그런데 이들의 대응은 가히 '양두구육'의 현대판이었다.
상인회장은 언론중재위원회에 기자를 고소했다. 그들은 자신들의 행동을 반성하기보다 기사로 인해 자신들이 재산적 피해와 무형적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하며 자신들이 합법적인 상인처럼 가장했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경기도의 '통큰세일' 행사에서 다른 상인회들은 지원을 받았지만, 화서시장 상인회는 지원을 반납했다. 기사 때문에 배제된 것처럼 보이게 만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정황은 지난 27일 수원특례시의회 행정감사에서 확인됐다.
양의 머리(피해자 코스프레)를 내걸고, 개고기(계획된 행동)를 판 셈이다.
더 가관인 것은 그 다음이다. 무허가 부스로 이득을 취했다는 의혹을 받는 자들이, 오히려 그 부스에 가려져 피해를 보고 민원을 넣은 진짜 피해 상인을 가해자로 둔갑시켰다. 상인회 단톡방에서는 "저 상인 때문에 통큰세일에서 화서시장이 피해를 봤다"며 바이럴이 일어났고, 급기야 상인회는 이 피해 상인을 제명시키겠다며 상인회 임원 월례회의 안건에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판 마녀사냥이다. 의혹을 받는 자들이 떳떳하게 법을 지키라고 외친 사람을 마녀로 지목하고, 화형대에 올리려 하고 있다.
춘추전국시대 상인들의 양두구육이 수천 년이 지난 지금도 화서시장 골목에서 되풀이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다만 양의 머리는 더 교묘해졌고, 개고기는 더 악랄해진 듯하다. 이제는 거짓 간판을 지적하는 사람마저 제거하려 든다.
진짜 피해자는 무허가 부스에 가려져 장사도 제대로 못하고, 이제는 제명 위협까지 받는 상인이다. 이러한 양두구육 행태가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진실은 간판보다 강하다. 양의 머리는 결국 벗겨지고, 개고기의 정체는 드러나기 마련이다.
상인회장과 임원들은 전체 상인들의 상생을 위해 헌신하고 노력해야 하지만, 이들은 사익 방어에 애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들의 모습에 같은 공간에서 영업하는 상인들의 한숨은 더 커져가고 있다. 무허가 부스 운영 의혹을 받는 상인회장과 임원들은 이제 욕심 내려놓고 자리에서 물러나 전체 상인과 상생의 길을 찾도록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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