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기자 칼럼] '생존'과 '초격차', 폭풍우 앞 선장 교체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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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기자 칼럼] '생존'과 '초격차', 폭풍우 앞 선장 교체의 의미

CEONEWS 2025-11-28 12:15:5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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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훈 CEONEWS 대표기자
이재훈 CEONEWS 대표기자

[CEONEWS=이재훈 대표기자] 올해 유독 겨울바람이 매섭다. 하지만 대한민국 경제 심장부인 재계에 부는 칼바람에 비할 바는 아니다. 주요 대기업들의 연말 정기 임원 인사가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었다. 이번 인사의 행간을 읽어보면 단순히 '새로운 인물'을 등용하는 차원을 넘어선다. 그것은 절박한 생존 신호이자, 다가올 복합 위기에 맞서 진형을 완전히 뒤바꾸는 '전시(戰時) 체제'로의 전환 선포다.

2025년 기업 운영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이번 인사의 키워드는 명확하다. 철저한 성과주의(信賞必罰), 미래 기술(AI)로의 올인, 그리고 불확실성에 대비한 조직 효율화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안정'보다 '쇄신'을 택한 삼성의 행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문의 위기론 속에서 전영현 DS부문장 체제를 유지, 메모리 사업부 수장을 전격 교체하는 강수를 뒀다. 이는 "기술의 삼성"이라는 잃어버린 자존심을 회복하고, HBM(고대역폭메모리) 실기(失期)를 만회하겠다는 처절한 몸부림이다. 과거의 공로보다는 당장의 위기 탈출이 시급하다는 메시지다. 삼성의 인사는 내년 경영 방침이 '본원적 기술 경쟁력 회복'과 '조직의 긴장감 부여'에 방점이 찍혀 있음을 시사한다.

SK그룹 역시 '리밸런싱(사업 구조조정)'의 칼날을 휘둘렀다. 방만한 계열사를 정리하고, 그 자원을 AI와 반도체 등 핵심 먹거리에 집중하겠다는 의지가 인사에 그대로 투영됐다. 주요 계열사 CEO들을 대거 유임시키며 안정을 꾀하는 듯 보였으나, 그 이면에는 "성과를 내지 못하면 자리도 없다"는 냉혹한 경고가 담겨 있다. 특히 젊은 인재와 이공계 출신을 전면에 배치하며 조직의 DNA를 '관리'에서 '기술 실행'으로 바꾸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인사는 '파격'과 '글로벌'로 요약된다. 창사 이래 최초로 외국인 CEO(호세 무뇨스)를 임명한 것은 순혈주의 타파를 넘어, 다가오는 '트럼프 2.0' 시대의 통상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고도의 전략이다. 사상 최대 실적에도 불구하고 안주하지 않고 미래 모빌리티와 수소 생태계 구축을 위해 리더십을 재편한 것은, 내년 경영 전략이 '글로벌 리스크 관리'와 '미래 시장 선점'이라는 두 축으로 움직일 것임을 보여준다.

LG와 롯데 역시 마찬가지다. LG는 'ABC(AI, Bio, Clean Tech)' 분야의 R&D 인재를 중용하며 미래 준비에 박차를 가했고, 비상경영 체제인 롯데는 대규모 인적 쇄신을 통해 그룹의 군살을 빼고 본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집중했다.

이러한 대기업들의 인사 태풍이 가리키는 2026년의 기상도는 흐림, 그리고 곳곳에 천둥번개다. 고금리, 고환율의 여파가 지속되는 가운데 미중 갈등 심화와 공급망 재편이라는 거대한 파도가 밀려오고 있다. 기업들은 이 파고를 넘기 위해 '마른 수건도 다시 짜는' 비용 절감과 동시에, AI와 같은 '게임 체인저' 기술에는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붓는 양면 작전을 펼칠 것이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인사가 만사(萬事)"라는 말은 진부하지만 진리다. 하지만 사람을 바꾸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번에 선발된 '전시의 장수'들에게 필요한 것은 과거의 성공 방식이 아닌, 판을 뒤엎는 과감한 결단력과 실행력이다.

특히 총수들이 강조한 '현장 경영'과 '기술 리더십'이 구호에 그쳐서는 안 된다. 조직의 비대함을 줄이고 의사결정 속도를 높여야 한다. 내년은 누가 더 빨리 변화에 적응하고, 누가 더 독보적인 기술 장벽을 쌓느냐에 따라 기업의 생사가 갈리는 분수령이 될 것이다.

칼바람 뒤에는 반드시 봄이 온다. 하지만 그 봄은 겨울을 견뎌내고 뿌리를 깊게 내린 나무만이 맞이할 수 있다. 2025년 인사를 통해 드러난 기업들의 처절한 생존 전략이 부디 대한민국 경제의 재도약을 위한 단단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란다. 위기의식으로 무장한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이라는 격전지에서 다시 한번 '초격차'의 깃발을 꽂을 수 있을지, 냉철한 눈으로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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