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축구의 몰락과 한국 축구의 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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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축구의 몰락과 한국 축구의 거울

월간기후변화 2025-11-28 11:19:00 신고

▲ 이탈리아 대표팀    

 

이탈리아 축구의 위기 진단은 더 이상 충격적인 뉴스가 아니다.

 

월드컵 탈락이 반복되고, 노르웨이나 북마케도니아 같은 팀에게 연이어 무너지는 과정은 이탈리아가 더 이상 ‘축구의 나라’라는 상징만으로 버틸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한때 유럽을 뒤흔든 대표팀의 이름값은 희미해졌고, 유니폼마저 입을 일이 없는 나라가 되어버렸다는 이탈리아 팬들의 자조는 현실을 투명하게 반영한다.

 

협회의 실패는 여러 해 전부터 축적된 구조적 문제였다. 유소년 투자는 사라졌고, 외국인 선수 수입과 재판매 수익에만 매달린 클럽들은 17세, 18세 유망주를 기용하는 데 인색했다.

 

그 결과 유소년 월드컵에서 준우승을 하던 세대조차 일찍 성인 무대에서 기회를 받지 못하며 소모된다. 배구와 테니스가 이탈리아 스포츠의 자존심을 되찾아 주는 동안, 축구 협회는 돈과 정치에 얽혀 방향성을 잃어버렸다.

 

현재 협회장인 그라비나가 특정 팀 유니폼을 입고 언론 앞에 나타나는 모습은 구조적 무능을 상징하는 풍경이 되었다.

 

이탈리아 대표팀의 선수단은 특정 포지션의 고갈이 아니라 ‘전체 세대 단절’의 문제에 가깝다. 예전처럼 유벤투스나 AC밀란이 국가대표 블록을 책임져주던 시대는 이미 끝났고, 현재 대표팀에서 월드클래스라 부를 수 있는 선수는 손가락에 꼽힌다.

 

공격수 라인은 거의 기근에 가까운 상태이며, 유럽 강호와 붙기엔 선수층 깊이가 턱없이 얕다. 감독 문제도 덧씌워졌다.

 

이름값은 있지만 전술적 역량이나 경기 조율 능력은 설득력이 떨어지며, 플레이오프에서 다시 한번 악몽 같은 탈락을 겪을 수 있다는 전망은 오히려 팬들을 체념으로 이끈다.

 

이탈리아의 문제를 들여다보면 한국 축구가 겪는 불안의 구조와 맞닿아 있다. 팬들은 홍명보 감독 체제에 대해 미묘한 불신을 품고 있고, 협회 전반에 대한 피로감도 뚜렷하다.

 

볼리비아전에서의 2대 0 승리는 결과만 놓고 보면 안정적이지만, 경기 내용은 뒷맛이 씁쓸했다. 수비 라인은 여전히 불안정했고, 김민재 옆을 채울 적임자가 누구인지에 대한 논쟁이 반복된다.

 

쓰리백 전술은 견고함보다 불확실성을 키웠고, 강한 팀을 만나면 무너질 것이라는 예감이 남았다.

▲ 한국대표팀    

 

그럼에도 한국 축구에는 이탈리아와 달리 긍정적인 기반이 존재한다. 해외 무대에서 주전으로 활약하는 선수층이 역사상 가장 두텁고, 미드필드와 공격은 오히려 전성기를 찍는 중이다.

 

손흥민과 이강인을 중심으로 한 공격진은 언제든 판을 바꿀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으며, 국내 리그에서도 꾸준히 새로운 얼굴들이 등장하고 있다. 월드컵 본선 진출에 대한 위기감도 적다. 문제는 ‘실력’이 아니라 ‘분위기’와 ‘협회 구조’ 쪽에 가깝다.

 

이탈리아의 몰락은 축구 전통이 강한 국가라도 시스템이 무너지면 한 세대 전체가 사라질 수 있다는 경고다. 한국도 비슷한 길목에 서 있는 만큼, 지금의 답답함은 단순한 감독 교체나 경기력 기복으로 설명될 문제가 아니다.

 

협회의 운영 방식, 유소년 투자, 리그 생태계, 팬덤과의 신뢰, 그리고 대표팀의 전술적 방향성까지 구조 전체를 다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축구는 결과보다 시스템이 오래가는 스포츠이며, 한 시기의 실패는 다음 세대까지 연달아 영향을 미친다.

 

 

이탈리아는 결국 이번 월드컵에도 오르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많다. 한국은 그 길을 피할 수 있는 상황에 놓여 있지만, ‘잘하고 있다’는 자기 위안으로 넘기기엔 협회와 팀을 둘러싼 징후들이 가볍지 않다.

 

팬들의 실망은 반복되면 무관심으로 이어지고, 무관심은 어떤 개혁도 일어나지 않는 환경을 만든다. 이탈리아의 실패는 한국이 지금 요구해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 그리고 어떤 길을 피해야 하는지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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