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하라에서 아라비아반도, 인도양을 거쳐 인도로 먼지가 이동하는 대기 흐름과 해수면 변화, 먼지 운반 경로 등을 보여준다. 이는 사하라의 건조화와 먼지 폭풍이 몬순과 인도 기후에 미치는 영향을 시각화한다.
아라비아반도와 사하라, 히말라야와 동아시아를 잇는 기후의 흐름이 단일한 체계로 수렴하고 있다. 북아프리카의 사하라 사막은 지난 세기 동안 두 배 이상 팽창하며 고기압대를 강화했고, 이 건조하고 뜨거운 공기가 인도양 상공을 안정화시키면서 몬순의 핵심 순환을 뒤틀기 시작했다.
이 사막화 현상은 단순한 지역 변화가 아니라 인도·네팔·부탄으로 이어지는 빗줄기의 경로 자체를 바꿔버리는 구조적 충격이다.
사하라에서 시작된 더운 공기가 아라비아반도를 거쳐 인도양으로 흘러가면, 이미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뜨거워지고 있는 아라비아반도 상공의 초고온 현상과 결합해 해수면의 상승류·하강류가 비정상적으로 요동친다.
그 결과 인도양 딥다이폴 현상은 과거보다 훨씬 강한 양극단으로 움직이며 동아프리카의 홍수와 남아시아의 폭염·가뭄을 반복적으로 만들어낸다.
몬순이 약해지면 인도의 폭염은 더 길어지고, 네팔과 티베트 상공으로 이동해야 할 수증기 흐름은 불규칙해진다.
특히 히말라야 전역은 지구 평균보다 두 배 빠르게 온난화가 진행되며, 빙하의 붕괴 속도는 과거 예측치를 완전히 넘어섰다.
빙하가 녹으면 네팔과 부탄의 계곡에는 거대한 빙하호수(GLOF)가 만들어지고, 몬순의 집중호우가 여기에 겹칠 때 하나의 폭발적 범람이 산맥 전체를 훑어내리는 파괴력을 보인다.
히말라야는 5억 명의 생존을 지탱해온 물 저장고였지만, 이 저장 체계가 무너질 경우 농업·식수·전력·도시 기반시설이 한꺼번에 충격을 받는다. 문제는 이 변화가 히말라야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히말라야는 동아시아 기후의 큰 기둥이었고, 차가운 공기를 막아 장마전선의 위치와 흐름을 안정시켜 온 자연의 ‘대기 장벽’이었다. 그러나 빙하 소멸과 고산 기류 변화가 겹치면서 동아시아의 장마는 더 이상 일정한 패턴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과 중국, 일본을 휩쓰는 집중호우·북상과 남하를 반복하는 장마·겨울철 이상 고온 등은 지역 날씨가 아니라 거대한 기류 변형의 최종 결과다.
사하라의 팽창과 아라비아반도 초고온화, 인도양 순환 붕괴, 히말라야의 기후 붕괴가 연속적인 도미노처럼 이어지며 동아시아 기후를 뒤흔드는 하나의 거대한 회로로 작동하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의 생존 전략 전체를 뒤바꾼다.
폭염이 길어지고 집중호우가 반복되면 전력망·농업·물관리·도시 치수 시스템·교통·에너지 공급망에 이르기까지 국가 시스템의 모든 축이 재설계를 요구받는다.
더구나 한국은 글로벌 공급망 의존도가 높아 남아시아·중동의 기후 충격이 원자재 가격과 국제 물류 지연으로 즉각 연결되는 구조다.
결국 기후위기는 지역 재난이 아니라 초국경적이고 연결된 생존 문제다. 사하라–아라비아–인도양–히말라야–동아시아로 이어지는 기후 회로가 가속화되고 있는 지금, 한국은 과거의 ‘국내 중심 재난 대응’에서 벗어나 동아시아·남아시아·중동과의 기후 협력을 포함한 장기적 전략 전환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기후 시스템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면 우리의 정책과 대응 역시 그 연결성을 바탕으로 재구성되어야 한다는 사실이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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