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나 수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창업 인프라가 부족하다고 평가받던 경기 동부권에서 유의미한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성과가 나왔다. 단순히 스타트업과 대기업을 한자리에 모으는 네트워킹 행사를 넘어, 실제 기술 실증(PoC) 단계까지 진입한 사례가 다수 확인되면서 지역 창업 생태계의 자생력을 입증했다는 평가다.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이하 경과원)과 서울대학교기술지주는 지난 20일 하남시벤처센터에서 '오픈그라운드' 성과공유회를 열고 지난 5개월간의 육성 성적표를 공개했다.
오픈그라운드는 경기 동부권(하남·양평·광주·이천·여주)에 둥지를 튼 7년 이내 기술 스타트업을 집중 육성하는 프로그램이다. 올해 7월 시작된 이 프로그램에는 총 93개 기업이 몰려 4.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수도권 내에서도 투자 소외 지역으로 꼽히던 동부권에 이토록 많은 기술 기업이 숨어 있었다는 점은 업계 관계자들에게도 신선한 충격이었다.
최종 선발된 20개사는 지난 5개월간 서울대기술지주의 엑셀러레이팅을 거쳤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대·중견기업과의 협업 지표다. 통상적인 지자체 지원 사업이 멘토링이나 자금 지원에 그치는 것과 달리, 이번 프로그램은 '비즈니스 매칭'에 방점을 찍었다.
총 16개의 대·중견기업이 파트너로 참여해 스타트업과 머리를 맞댔다. 그 결과 50건의 1:1 비즈니스 매칭이 성사됐고, 이 중 8건은 단순 미팅을 넘어 구체적인 기술 검증(PoC) 프로젝트로 이어졌다. 보수적인 대기업의 의사결정 구조를 감안할 때, 5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내에 8건의 PoC가 추진되고 있다는 것은 상당히 고무적인 수치다.
프로그램의 피날레였던 지난 20일 성과공유회에서는 옥석 가리기 결과가 발표됐다. 투자사(AC/VC)와 파트너사 관계자 등 50여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진행된 파이널 피칭에서는 '엔젤엔비'가 대상을 차지했다. 이어 최우수상은 '써모아이', 우수상은 '열다컴퍼니'가 각각 수상하며 사업성을 인정받았다.
참여 기업들은 협업 기회 외에도 실질적인 기업 내실 다지기에 도움을 받았다고 입을 모았다. 주관사 측은 전담 심사역을 배정해 밀착 코디네이팅을 지원했으며, 노무·법무·회계·마케팅 등 스타트업이 취약한 분야에 대해 총 80회의 전문가 멘토링을 투입했다.
이번 프로그램을 완주한 기업은 수상 기업을 포함해 도슨티, 메타크라우드, 브이엠아이씨, 비욘드캡처, 소금광산, 솔라토즈, 솔바인드9, 술아원, 시리에너지, 씨피식스, 이노바메디, 체크엔케어, 카딩, 커리어블, 테크레디, 필렉트론, 흥만소 등 총 20개사다.
목승환 서울대학교기술지주 대표는 이번 성과에 대해 "혁신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과 서울대기술지주의 투자 육성 노하우가 결합해 만들어낸 시너지"라고 자평했다. 목 대표는 특히 대·중견기업과의 매칭이 단순한 만남이 아니라 시장 안착을 위한 교두보 역할을 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번 오픈그라운드의 성공적인 마무리는 경기 동부권이 단순한 '베드타운'이나 '상수원 보호구역'이라는 규제의 이미지를 벗고, 새로운 기술 창업의 요람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다만, 시작된 8건의 PoC가 실제 납품이나 계약, 혹은 투자 유치라는 최종 결실로 이어질지는 계속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경과원과 서울대기술지주가 뿌린 씨앗이 내년에도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갈 수 있을지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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