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매거진=정혜련 작가] 3D펜 수업을 진행한 지 어느덧 한 학기가 훌쩍 지나고, 그동안 아이들과 함께 만든 작품들을 한자리에 모아 전시회를 열게 되었다. 매주 한 번씩 교실에서 아이들의 집중하는 표정, 작은 손으로 3D펜을 꼭 쥐고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던 순간들이 쌓여 하나의 결과물로 완성되는 과정은 작가로서도, 또 교육자로서도 큰 감동이었다.
이번 전시는 단순히 작품을 ‘보여주는’ 활동이 아닌, 아이들의 성장을 ‘확인’하고 ‘함께 축하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특별했다. 준비는 생각보다 훨씬 많은 손길과 마음이 필요했다. 아이들의 작품은 모양도 크기도 모두 다르기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 진열하면 좋을지, 작품의 특성이 잘 드러나도록 어떻게 배치를 해야 하는지 하나하나 고민해야 했다. 다행히 나는 매시간 아이들의 작업 과정을 지켜보며 그 아이가 어떤 생각으로 작품을 만들었는지, 무엇을 표현하고 싶어 했는지 알고 있었기에 기획을 하면서도 자연스레 그들의 이야기들을 떠올릴 수 있었다.
작품을 배치하다 보면, 마치 아이들 한 명 한 명이 내 옆에서 “선생님, 저는 이렇게 해봤어요!” 하고 속삭이는 것 같아 혼자 미소가 지어지기도 했다.
전시를 여는 날, 아이들뿐만 아니라 부모님들도 함께 오셔서 작품을 감상하는 모습을 상상하니 마음이 뭉클해졌다. 노력의 흔적이 그대로 드러나는 3D펜 작품들은 완벽하게 매끈하지 않아도 오히려 그 투박함 속에 아이들의 진심과 열정이 담겨 있었다. 그 점이 나는 참 좋았다.
무엇보다 전시장을 보고 왔다는 아이들의 표정이 잊히지 않는다. “내 작품이 전시에 걸렸어!”라는 자랑스러움, 친구들의 작품을 보며 “이런 방법도 있었네!”라고 감탄하는 호기심, 그리고 서로를 진심으로 응원하는 따뜻한 분위기. 아이들이 자신의 결과물을 통해 자신감을 얻는 순간을 가까이에서 본다는 것은 내게 큰 기쁨이다.
전시가 끝나고 작품을 하나씩 포장해 돌려주는 과정에서, 나는 다시 한번 이 모든 일이 얼마나 소중한 경험이었는지 느꼈다. 교육이란 결국 ‘과정의 흔적을 어떻게 남기느냐’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전시를 통해 자기 세계를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이해받고, 존중받을 수 있다는 경험을 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시간이었을 것이다.
이번 전시는 나에게도 많은 배움이었다. 아이들에게 창작은 단지 재료를 다루는 기술이 아니라 자신을 표현하고 세상과 연결되는 방법이라는 것을 다시 확인하게 되었다. 또 작가로서의 내 작업과 교육 활동이 어떻게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더 깊어질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되는 계기도 되었다.
정리를 하며 텅 빈 전시장을 천천히 걸을 때, 공간은 조용했지만 아이들이 남긴 에너지와 따뜻한 기운이 그대로 남아 있는 듯했다. 한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수없이 시도하고 실패하고 다시 만들어낸 작은 손들의 흔적이 나의 마음에도 오래도록 남을 것 같다. 앞으로도 아이들과 함께 창작의 기쁨과 성장의 순간을 쌓아갈 수 있기를 바라며 전시를 마무리했다. 이번 전시는 분명히 또 하나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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