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약 4만 5,000년 전 벨기에 고예트(Goyet) 동굴에서 발견된 네안데르탈인 뼈 조각은 충격적인 사실을 보여준다. 연구 결과, 한 집단의 네안데르탈인이 다른 집단의 젊은 여성과 어린이를 대상으로 '식인행위'를 행했을 가능성이 확인됐다.
이 연구 성과는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게재됐다.
◆ 고예트 동굴에서 드러난 ‘희생자’의 정체
19세기 후반, 벨기에 왈로니아 지역 고예트 동굴을 조사한 고고학자들은 101개의 네안데르탈인 뼈 조각을 발견했다. 뼈 조각에는 동물 뼈에서 나타나는 것과 유사한 식육 처리 흔적이 남아 있어, 누군가 도살해 섭취했음을 시사했다.
프랑스 보르도대 퀜틴 코스누프로와(Quentin Cosnefroy) 박사 연구팀은 고예트 동굴에서 출토된 뼈 조각의 생물학적 프로파일을 정밀 분석했다. 연구팀이 조각을 가능한 범위에서 재구성한 결과 최소 6명의 네안데르탈인이 존재했으며, 유전자 분석을 통해 이 가운데 4명은 청년 여성, 2명은 남아로 확인됐다. 4명의 여성은 서로 혈연 관계가 없었으며, 평균적인 네안데르탈 여성보다 신장이 작고 체격이 가벼운 특징을 보였다.
다음 이미지는 고예트 동굴군에서 출토된 네안데르탈인 뼈를 개체별로 색상으로 구분한 것이다. GN1·GN2·GN3·GN6은 여성, GN4·GN5는 남아의 것으로 판정됐다.
연구팀은 또한 이전에 진행된 동위 원소 분석 결과를 결합해, 식인의 대상이 된 네안데르탈인들이 모두 사망한 장소와는 다른 지역에서 태어났지만 비슷한 식생활을 공유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는 고예트에서 발생한 식인이 외부 집단 구성원만을 겨냥한 행위였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 선택적 표적, 의도된 공격 가능성
코스누프로와 박사는 "이들이 왜 표적이 되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4명의 성인 여성과 2명의 아이라는 구성은 우연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최소 한 개 혹은 인접 지역 내 여러 집단의 약한 구성원을 의도적으로 겨냥했을 가능성이 있으며, 경쟁 집단의 번식 잠재력을 약화시키려 했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식인이 한 번의 사건인지, 여러 사건이 반복된 결과인지는 불분명하다. 또한 범행자가 네안데르탈인일 가능성이 높지만, 당시 이 지역에 함께 존재했을 초기 호모 사피엔스가 저지른 행위일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초기 호모 사피엔스의 식인이 주로 장례 의례와 연관된 것과 달리, 생존 목적의 식인 행위는 네안데르탈인 유적에서도 확인된 사례가 있다는 점이 근거가 된다.
연구팀은 "고예트 동굴에서 발견된 네안데르탈인들은 유럽에서 마지막까지 생존한 집단 중 일부"라며 "고립된 집단이 다른 집단과 마주치면서 치명적인 긴장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대부분의 뼈가 다리뼈였다는 점에서 연구팀은 "생존자를 이동시키는 것이 시체나 부위를 운반하는 것보다 훨씬 쉽다. 살아있는 상태로 이동시켜 근처에서 살해한 뒤, 선택한 부위만 동굴에 남겼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고예트에서 발견된 식인이 '외집단 대상 식인'일 가능성을 보여주며, 네안데르탈인 사회 내 집단 간 갈등과 폭력의 일부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사례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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