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시대에 접어들며 반도체 등 첨단 산업 주도권을 쥐기 위한 글로벌 경쟁이 치열하다. 주요국 정부가 지접 나서 자국 기업들에게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붓는 ‘쩐의 전쟁’이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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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정부 주도로 국가급 반도체 산업 육성 펀드를 조성해 기업들을 전방위 지원하고 있다. 이에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 등이 메모리 기술력을 빠르게 높여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을 턱밑까지 추격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오픈AI, 소프트뱅크, 오라클 등과 초대형 AI 인프라 구축을 위한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통해 450조원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반도체 부활을 위해 세운 기업인 라피더스도 오는 2027년까지 홋카이도 치토세시에 최첨단 반도체 제조공장을 건설하는 등 총 45조원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이처럼 주요국 기업들은 정부의 수백조원대 지원을 등에 업고 선제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기업 경쟁력이 곧 국익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정부와 국회가 ‘대기업 특혜’라는 시선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탓에 기업들이 발목 잡혀 있는 처지다.
대표적인 게 금산분리 규제 완화 논의다. 재계에서는 AI, 반도체 등 투자 확대를 위한 외부 자금 조달이 절실하다고 요청하고 있지만, 대기업 특혜라는 시선 탓에 삐걱대고 있다.
R&D 분야 52시간제 적용 예외 역시 논의가 공회전을 거듭하면서 무산 위기에 놓였다. 중국 빅테크 기업들은 996(주 6일, 오전 9시~오후 9시) 관행을 통해 한국 기업 추격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에서는 시간 제한을 두기보다 프로젝트 단위로 기업들이 R&D에 집중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기울어진 운동장’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요구를 단순 기업 차원의 호소로 넘길 때가 아니다. 우리 정부도 산업 패권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지금이라도 대기업 특혜 시선을 벗고 전폭적인 기업 지원에 나서야 한다. 이렇게 더 늦어지면 ‘투자 골든타임’을 영영 놓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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