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등 외환당국은 지난 21일 국내 9개 증권사의 외환 담당자들과 만나 비공개 회의를 진행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외환당국이 증권사를 소집한 것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환율 상승의 원인 중 하나로 해외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개인투자자인 이른바 ‘서학개미’의 결제 수요가 지목된 영향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에 증권사들의 환전 시점이 원·달러 환율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 거론된다. 통상적으로 증권사들은 고객들의 거래를 정산한 이후 부족한 외화를 외환시장 개장 시점인 오전 9시경 일괄적으로 환전해 달러를 확보한다. 이러한 부분이 외환시장 개장 이후 장 초반 수급 쏠림 현상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서학개미의 해외주식 순매수 규모는 지난 24일 기준 287억달러(약 42조2600억원)까지 불어났다. 지난해 101억달러(약 14조8700억원)와 비교하면 약 세 배 가까이 폭증한 것이다.
1500원에 근접하는 고환율에도 서학개미들의 투자 열기는 지속되는 모습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내국인의 해외 주식 순매수는 68억1000만달러(약 10조3300억원)으로, 관련 통계 작성 시점인 2011년 이래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이 높은 수준을 이어가자 외환당국은 대책 논의를 위해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14일 정부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등 주요 수출 대기업과 만나 논의를 진행했다. 이어 24일 기획재정부, 복지부, 한국은행, 국민연금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했다.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단기간 원·달러 환율이 낮아질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위재현 NH선물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내년도 달러화 약세 전망에도 불구하고 원·달러 환율의 추세적 상승이 예상된다”며 “주식에 과도하게 쏠린 해외투자와 대미투자 합의로 인한 수출업체들의 더딘 환전 수요가 환율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고 진단했다.
구 총리는 “외환시장 내 투기적 거래와 일방향 쏠림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환율 변동성이 지나치게 확대되는 경우 단호하게 대응한다는 원칙 아래 시장을 관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환율 급등과 관련해 “미국의 금리 인하 불확실성, 미·중 등 주요국의 재정·정치 리스크가 지속되며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에 국내의 구조적 외화 수요까지 겹쳐 다른 통화보다 민감하게 반응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기획재정부·보건복지부·한국은행·국민연금으로 구성된 ‘4자 협의체’ 가동 배경에 대해선 국민연금의 수익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장기적 시계에서 안정적 연금 지급이 가능한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4자 협의체를 통해 국민연금의 수익성과 외환시장 안정을 균형있게 달성하기 위한 ‘국민연금 뉴 프레임워크’ 구축 논의를 이미 시작했다”며 “이는 환율 급등에 대응하기 위해 연금을 동원한다는 의미가 아닌 기금의 수익성을 훼손하지 않으며 장기적으로 안정적 연금 지급 체계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가능한 모든 정책을 고려하겠다”며 “수출기업과 협의를 시작했고 앞으로도 필요한 경우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누구든 만나 소통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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