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체제 하에서는 정부가 미래 재정 수요보다는 현재 국민의 요구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재원을 배분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런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재정준칙'을 설정하고 정부 재정에 대한 신뢰를 높일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전병목 한국재정학회 회장은 27일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발간한 '월간 재정포럼 11월호'에 게재된 '정부 재정의 신뢰성을 높이자'는 제목의 권두칼럼에서 이 같은 의견을 내놨다.
전병목 회장은 "국민들의 서비스에 대한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가격수준(세금)을 조절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이에 따라 세금이라는 정부서비스 가격은 필요 수준보다 낮게 설정되는 경우가 많아 정부는 재정수지 적자와 국가부채를 안게 된다"고 언급했다.
이어 "실제로 미국, 일본, 프랑스 등 많은 선진국들이 막대한 정부 재정적자와 높은 국가부채 수준을 보이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이들 국가와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작지만 2025년 기준 관리재정수지 GDP 대비 4.2% 적자(2차 추경기준), 통합재정수지 2.3% 적자를 예상하고 있고 국가부채는 GDP 대비 49.1% 수준에 이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 회장은 재정 정책에 대한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수요 구조를 반영한 정책 구조화가 필요하다고 제안하면서 노인의 70%로 설정한 기초연금 지급 대상은 개선 여지가 높다고 지적했다. 현재의 높은 노인빈곤율은 국민연금제도의 성숙과 가입대상 확대 등으로 낮아질 확률이 높은 만큼 향후 기초연금 지급 대상도 조정을 고려해볼만 하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제도나 장기요양보험제도 같이 늦게 도입된 복지 정책의 경우 상대적으로 발전이 어렵거나 제도 확대가 재정균형을 해치는 요인이 되기 쉽다는 점도 지적했다. 향후 적정한 국민부담으로 필요한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발전 단계가 다른 사회보장제도 재정의 통합 관리체계가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이와 함께 전 회장은 '재정준칙'으로 불리는 중기적 재정운용의 원칙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가 GDP의 3%를 넘지 않도록 하는 재정준칙을 내놓은 바 있지만 법제화는 번번이 실패했다.
그는 "국민들의 투표에 의해 정부가 바뀌는 민주주의 제도 하에서는 정부가 국민들의 미래 수요보다 현재 수요를 더 중시하는 문제를 야기하게 된다"며 "재정운용에 있어서도 현재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더 많은 재원을 배정함으로써 미래 수요에 대응하는 재정 여력을 축소시키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정원칙의 설정은 이런 제도적 편향을 줄여줌으로써 국민들의 미래 수요가 현재와 같이 동등하게 충족될 수 있도록 도와준다"며 "정부 재정에 대한 신뢰성 확보는 매우 중요하다. 정부를 신뢰할 때 국민들은 세금부담을 기꺼이 수용하며 인상에도 동의할 수 있으며, 국내외 경제주체들은 안심하고 본연의 경제활동에 전념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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