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양지원 기자 | 롯데그룹이 정기 대표이사 인사에서 식품·외식 계열사 수장이 대거 교체되는 가운데, 롯데칠성음료 박윤기 대표만이 유일하게 연임되며 업계의 눈길을 끌고 있다. 그룹이 올해 인사에서 강한 쇄신 기조를 드러냈음에도 불구하고 박 대표만 자리를 지킨 것은, 그의 재임 기간 성과가 그만큼 명확했다는 방증이라는 해석이 힘을 얻는다.
이번 인사에서는 식품군의 핵심 계열사인 롯데웰푸드와 외식·프랜차이즈 계열사 롯데GRS 대표가 동시에 교체됐다. 롯데웰푸드는 서정호 신임 대표가 새롭게 선임돼 글로벌·신사업 강화를 맡게 됐고, 롯데GRS는 이원택 신임 대표가 지휘봉을 넘겨받았다.
이처럼 계열사 전반에서 수장 교체가 단행됐음에도 박윤기 대표만이 유임된 것은 이례적이다. 박 대표는 2020년부터 5년째 롯데칠성을 이끌고 있다. 업계에서는 “성과 중심 인사를 강조한 롯데그룹에서 박 대표는 교체 명분이 없을 정도로 성과가 명확했다”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박 대표는 2020년 11월 취임 이후 음료 사업 사상 최대 실적을 견인하며 롯데칠성음료의 성장성을 끌어올렸다. 탄산·생수·커피·RTD 등 주력 카테고리가 균형 있게 성장했고, 생산 효율화·원가관리 강화·프리미엄 제품 확대 등 구조적 개선이 더해지면서 지난해 국내 종합음료기업 최초로 연 매출 4조원을 넘어섰다.
특히 글로벌 사업 확장은 박 대표 연임의 결정적 근거로 꼽힌다. 필리핀 펩시(PCPPI) 재편입 이후 해외 매출 비중은 30%대 후반까지 확대됐다. 이는 그룹 전체의 중장기 방향성인 ‘글로벌 비중 확대 전략’과 정확히 일치하는 성과다. 동남아·미국 중심의 해외 매출이 안정적으로 증가하며 음료 중심의 글로벌 포트폴리오가 확실히 자리 잡아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원가 변동성 확대와 경기 둔화 속에서도 수익성을 지켜낸 점도 긍정적이다. 생산·물류 효율화, 비용 구조 재정비 등 운영 효율성 강화는 장기적인 체질 개선 효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다.
그러나 박 대표가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가장 큰 숙제는 주류 부문의 부진 해소다. 소주의 경우 ‘새로’의 선전으로 수익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맥주 라인업의 경쟁력 약화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 3분기 누적 주류 부문 매출은 5000억 원대에 머물렀고 특히 맥주 내수 매출은 40% 가까이 감소했다.
조직 안정성 확보도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롯데칠성은 올해 창사 이후 첫 희망퇴직을 시행하며 대규모 재편을 단행했다. 비용 효율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내부적으로는 동요와 피로도가 높을 수 있어 안정적인 조직 관리가 필요하다는 평가다.
글로벌 사업 역시 ‘질적 성장’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PCPPI 정상화 이후 해외 매출 비중은 확대됐지만, 중동·유럽 등 신규 시장 개척, 브랜드 경쟁력 강화, 현지 맞춤 제품 개발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더 많아졌다.
그럼에도 박 대표의 연임은 롯데그룹이 이번 인사에서 강조한 메시지와 맞닿아 있다. 실적이 뚜렷한 조직은 책임 경영을 강화해 연속성을 유지하고, 정체된 조직은 새로운 리더십으로 교체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이다.
박 대표는 음료의 고성장을 기반으로 주류 부문 정상화와 글로벌 포트폴리오 완성이라는 더 큰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 시기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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