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김남근 기자]
현장을 움직이는 조용한 혁신, K-모빌리티 분장차의 표준을 만들다
사진=김남근 기자
25년간 대한민국 촬영 현장의 보이지 않는 인프라를 책임져온 이석준 ㈜제이월드 대표가 ‘2025 한국의인물대상’ K-콘텐츠 현장 혁신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그는 “열심히 살아온 대가로 선물 하나를 받은 기분”이라며 “이 상은 현장에서 함께 고생한 모든 스태프와 직원들의 몫입니다”라고 겸손한 소감을 전했다.
이 대표는 국내 분장차 산업의 태동기부터 함께해 왔다. 1990년대 후반, 아무도 ‘분장차’라는 개념조차 몰랐던 시절부터 그는 직접 차량을 개조하고 구조를 바꿔가며 현장 중심의 맞춤형 시스템을 구축했다. 당시에는 도로 규제와 산업 인식이 정립되지 않아 수차례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그때는 힘들었지만, 배우와 스태프가 쉴 수 있는 공간 하나를 만드는 것이 그렇게 값졌어요. 그게 지금까지 저를 버티게 한 힘입니다”라고 회상했다. 그 결과 제이월드는 영화·광고·공연·정치 행사 등 다양한 콘텐츠 현장에서 분장차의 표준으로 자리 잡으며 K-콘텐츠의 기반을 다져나가는 1등 공신으로서 역할을 하게 됐다.
그가 지금껏 지켜온 가장 큰 원칙은 ‘신용’이다. 이 대표는 “장사로 접근하는 게 아니라 신용으로 접근해 20년 넘게 지켜왔다. 그래서 쉽게 따라올 수 없을 것”이라고 힘주어 전했다. 실제로 초기에는 구조변경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손해를 감수해야 했고, 때로는 업계의 냉대도 감당해야 했다. 그러나 그는 단 한 번도 가격을 무기로 삼지 않았다. “가격 경쟁은 두 번째면 좋겠습니다. 각자 지켜야 할 기본선을 세워야 산업이 버팁니다”라는 그의 말에는 현장에 대한 자부심과 업계의 지속성을 향한 진심이 담겨 있다.
오늘날 제이월드는 분장차 공급 기업이라는 인식을 넘어 창작자와 스태프의 근무 환경을 개선하는 ‘시스템 파트너’로 평가받는다. 그는 “한국은 콘텐츠를 잘 만드는 나라입니다. 그런데 현장의 환경은 여전히 낙후돼 있어요. 누군가는 그 부분을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라며 기술보다 ‘사람’을 중심에 둔 운영 철학을 전했다. 현장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온 사람으로서, 그는 언제나 창작의 첫 순간과 마지막 장면을 함께하는 ‘조용한 지원자’로 남아 있다.
이 대표의 다음 목표는 제이월드를 현장 맞춤형 모빌리티 제작 기업으로 확장하는 것이다. 그는 “분장차뿐 아니라 다양한 산업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이동형 시스템을 설계하고 싶습니다. 기술이 동반한 휴머니티가 살아있는 거래처 관계와 신용, 속도보다는 완성도를 지키며 오래가는 회사를 만들겠습니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건강과 정신이 흔들리면 아무리 좋은 일을 해도 오래가지 못합니다. 스스로를 다잡으며 후배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선배이자 어른이 되고 싶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이번 수상은 한국 콘텐츠 산업의 보이지 않는 현장을 혁신한 그의 철학이 사회적 가치를 인정받은 결과일 것이다. 조용히, 그러나 꾸준히 현장을 지탱해 온 그의 땀과 신념이 ‘K-콘텐츠 산업의 또 다른 단단한 축’을 세우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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