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문영서 기자】 국내 금융지주들이 역대 최대 수준의 주주환원 의지를 드러낸 가운데 환율이 변수로 급부상했다. 최근 환율 급등에 따른 위험가중자산(RWA) 증가가 자본 운영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의 보통주자본(CET1)비율 평균은 13.4%를 유지하며 안정세를 보였다. KB금융지주가 13.83%, 신한금융지주가 13.56%, 하나금융지주는 13.30%, 우리금융지주가 12.92%로, 모두 금융감독원 권고 수준인 12%를 상회했다.
다만 최근 원화 약세와 환율 변동성 확대는 금융지주들의 위험가중자산(RWA)을 상승시키고 있어, CET1 비율 하락 우려가 제기된다.
CET1은 금융사의 손실 흡수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CET1 비율이 높을수록 손실 흡수 능력이 좋다고 해석된다.
1500원을 목전에 두고 상승세를 유지하던 원·달러 환율은 전날 러시아·우크라이나 종전 기대에 따른 달러 약세와 외환당국이 외환시장 안정 의지를 거듭 밝히며 전날 장중 1450원선까지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결제 수요 확대 등의 원인으로 추가 상승 여력이 남은 채로 여전히 높은 상태를 유지 중이다.
환율이 오르면 은행이 보유한 외화대출·해외채권·해외법인 투자 등 외화표시 자산의 원화 환산액이 커지면서, 동일한 자산이라도 장부상 규모가 불어나는 효과가 발생한다. 이 자산들에 적용되는 위험가중치를 곱해 산출하는 RWA 역시 그만큼 함께 불어나고, RWA를 분모로 삼는 CET1은 같은 자본 수준에서도 자동으로 내려갈 수밖에 없다.
금융권은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은행의 CET1 비율이 1~3bp(1bp=0.01%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추산한다. 환율이 100원 올라가면 CET1 비율이 약 0.25%포인트 내외로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일부 금융지주들은 외환포지션 관리 등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자본적정성 유지 부담은 여전한 것으로 보인다.
하나증권 최정욱 연구원은 “환율 상승은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외화 자산은 위험가중치가 올라가기 때문에 CET1하락 압력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최 연구원은 이어 “환율이 10원 올라갈 때마다 1bp가량 영향을 주는데 50원 정도 올라가면 10bp 수준의 악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현재 금융지주들은 CET1비율 13%를 기준으로 주주환원율 확대 계획을 밝힌 상황으로, 13%선을 하회할 경우 밸류업 이행 계획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이런 환경 속에서 금융지주들은 주주환원율 50% 시대를 공식화하며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소각을 대폭 늘리고 있다. KB금융은 2025년 총주주환원율을 국내 금융지주 중 최초로 50%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신한금융과 하나금융 역시 40%대 중후반의 환원율을 기록하며 주주가치 제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반면 우리금융은 상대적으로 낮은 CET1 비율을 가졌으나 국내 금융지주 중 처음으로 비과세 배당을 도입하는 등의 방식으로 주주환원에 나섰다.
세종대 경영학과 황용식 교수는 “환율 상승은 위험가중자산 확대를 야기해 실적에 부담이 될 수 있다”며 “금융사들은 환헤지를 하는 등의 방식으로 고환율에 대비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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