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도멘 페블레에 대해 몰랐던 몇 가지 사실들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당신이 도멘 페블레에 대해 몰랐던 몇 가지 사실들

에스콰이어 2025-11-27 16:11:37 신고

도멘 페블레의 양조장 한 가운데에 있는 로댕의 작품.

도멘 페블레의 양조장 한 가운데에 있는 로댕의 작품.

“저거 오귀스트 로댕의 오리지널인가요?”

프랑스 부르고뉴 뉘생조르주에 있는 도멘 페블레의 와이너리에 들어서는 순간, 넓은 실외 홀 건너편 한가운데에 로댕의 ‘The Kiss(Le Baiser)’가 눈에 들어왔다. “맞아요. 이건 레진으로 만든 에디션이 아닌 청동으로 된 오리지널 12점 중 하나예요. 3년 전에 이곳에 들어왔지요. 우린 정말 운이 좋았어요.” 와이너리를 소개해 주기 위해 우리를 맞이한 도멘 페블레의 기술 총책임자 제롬 플루스가 말했다. 지금 도멘을 이끌고 있는 에르완과 이브 페블레 남매의 고조부인 모리스 페나유는 로댕의 작업 생애주기를 꾸준히 지원한 후원자로 유명하며, 이 동상은 그에 대한 헌사다. 이 말을 해 준 제롬은 2007년부터 도멘 페블레의 경작부터 양조까지를 모두 책임지고 있다. 우리가 마신 거의 모든 페블레의 와인을 포도 경작부터 만들어 낸 사람이라는 뜻이다.

와인숍의 부르고뉴 섹션에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페블레는 특별한 도멘이다. 부르고뉴에서 생산자는 아주 크게는 두 가지 모델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포도밭을 소유하지 않고 다른 경작자의 포도를 사입해 양조한 뒤(혹은 만들어진 와인을 사서 병에 담아) 판매하는 네고시앙 생산자들이다. 이들은 대부분 이름만 쓰거나 ‘메종(Maison)’을 브랜드 앞에 달고 있다. 다른 하나는 포도밭을 소유하며 직접 경작·양조까지 수행하는 ‘도멘(Domaine)’이다. 내 밭에서 난 포도로 양조를 한다는 건 아주 큰 차이가 있다. 포도를 기를 때부터 내가 만들고 싶은 와인을 그리며 기르기 때문이다. 샴페인 지역에서 이와 비슷한 분류를 네고시앙 마니퓰랑(NM)과 레콜탕 마니퓰랑(RM)으로 나눠 부른다. 부르고뉴의 경우 대부분의 생산자는 이 두 가지 중 하나의 정체성을 취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도멘 페블레(Domaine Faiveley)가 그렇다. 일종의 ‘하이브리드’ 생산자인 셈이다.

이날 제롬이 제네바에서 마실 거라고 얘기한 와인은 1935년산이었다.

이날 제롬이 제네바에서 마실 거라고 얘기한 와인은 1935년산이었다.

“사실 우리가 생산하는 유일한 네고시앙 와인은 ‘부르고뉴 루즈’뿐이에요. 생산량으로 따졌을 때 80% 이상의 와인이 직접 소유한 밭에서 나오죠.” 제롬이 말했다. 네고시앙에서 도멘으로의 변모는 고급 테루아를 직접 재배해야 한다는 신념 아래 세대를 거듭하며 끊임없이 포도밭을 확장해 왔기에 가능한, 200년의 역사를 통해 이룩한 현재다. 200년. 그렇다. 조선에서 헌종이 왕이던 시절부터 페블레는 와인을 만들어 왔다. 도멘 페블레(Domaine Faiveley)의 역사는 1825년 피에르 페블레(Pierre Faiveley)가 뉘생조르주에 첫 와인 하우스를 설립한 순간부터 시작됐다. 프랑스 혁명 이후 이제 막 체계가 잡혀 가던 부르고뉴의 와인 거래 구조 속에서 그는 지역 포도 재배자들로부터 와인을 매입해 상업화하는 ‘메종(Maison)’ 모델을 정착시켰다. 하지만 페블레 가문은 네고시앙에 머물지 않았다.

19세기 후반, 2대 조셉 페블레(Joseph Faiveley)가 꼬르통 샤를마뉴(Corton-Charlemagne)와 끌로 드 꼬르통 페블레(Clos des Cortons Faiveley)와 같은 핵심 포도밭을 매입하며 본격적인 ‘도멘(Domaine)’의 토대를 구축했다. 이후 세대가 바뀔수록 페블레는 기하급수적으로 포도밭을 확장한다. 4세대인 조르주 페블레가 메르퀴레와 쥐브레 샹베르탕의 그랑 크뤼들을 사들였고, 6세대인 프랑수아 페블레는 메르퀴레의 포도밭은 넓히고, 몽타뉴와 뉘생조르주에 새 밭을 구입했다. 설립자의 7대손이랄 수 있는 현재의 에르완(Erwan)과 이브(Eve) 남매의 시대에 페블레는 12개의 그랑 크뤼와 25개의 프리미에 크뤼를 포함해 총 127헥타르 규모의 막대한 영지를 갖춘, 부르고뉴의 대표 가문이다. 꼬뜨 드 뉘(Côte de Nuits)에서 꼬뜨 샬로네즈(Côte Chalonnaise)까지 부르고뉴 전역에 걸쳐 광범위한 클리마(climats)를 소유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상징적인 영지는 꼬르통 언덕에 있는 ‘끌로 드 꼬르통 페블레’(Clos des Cortons Faiveley)다. 1937년부터 Faiveley의 이름을 딴 단일 포도밭 모노폴로 관리되는 이 구획은, 페블레의 “대형 하우스일수록 더 본질적인 테루아를 보호해야 한다”는 철학을 증명하는 대표 사례다.

페블레의 그랑 크뤼 와인 중 하나인 라트리시에르 샹베르땅의 모습.

페블레의 그랑 크뤼 와인 중 하나인 라트리시에르 샹베르땅의 모습.

제롬은 우리를 지하에 있는 특별한 셀러로 데려가며 이렇게 말했다. “저희의 가장 비싼 와인들이 여기서 숙성됩니다. 우리는 수확부터 병입까지 모든 공정을 자체 시설에서 처리하죠. 펌핑 오버를 최소화하고, 그래비틱 플로우(gravitic flow, 중력에 의한 자연스러운 이동만을 이용하는 양조 방식)를 사용하며 배럴에서 미세 산소를 컨트롤하며 숙성하지요.” 그는 양조장의 여러 시절을 보여주며 페블레의 양조 방식의 큰 방향에 대해 설명했다. 문득 전날 만난 한 현지 와인 유통업자가 페블레에 대해 했던 얘기가 떠올랐다. “페블레와 같은 도멘들이 있기에 아직 부르고뉴 와인들을 일반 소비자들이 접하고 감상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균일한 최상급의 밭을 소유하고 경작하고 그곳에서 최상급 퀄리티의 와인을 대량으로 계속해서 만들어 낸다는 건 절대 쉬운 게 아니거든요.”

배럴에서 숙성 중인 와인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제롬 플루스와 에디터.

배럴에서 숙성 중인 와인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제롬 플루스와 에디터.

100년 가까이 된 와인들이 잠들어 있는 지하 셀러를 돌아본 뒤, 우리는 잠시 후 제롬이 안내한 프라이빗 테이스팅 룸에 앉아 있었다. “비교를 위해서 일단 이 와인으로 시작하지요.” 제롬은 페블레의 부르고뉴 샤르도네를 먼저 잔에 따랐다. 아카시아와 캐모마일, 부르고뉴 특유의 젖은 돌과 같은 미네랄의 느낌이 잘 살아 있는 와인이었다. 그러나 다음 잔에 도멘 페블레 뫼르소 블라니 프리미에 크뤼 2023을 마시고 나자 그전에 마신 부르고뉴 샤르도네의 인상이 기억에서 사라졌다. 맛의 모든 구조가 선명해지며 해상도가 높아졌다. 특히 염분이라도 있는 듯한 감칠맛과 스모키한 환원의 노트가 멋지게 어우러졌으며 여운이 길게 번졌다. 그다음은 도멘 페블레 퓔리니 몽라셰 프리미에 크뤼 2022와 도멘 페블레 바타르 몽라셰 그랑 크뤼 2018로 이어지며 테루아를 좁혀가는 테이스팅은 왜 우리가 더 많은 돈을 내고 좁은 땅의 와인을 찾는지를 새삼 깨닫게 했다. 생각해 보면 ‘테루아’라는 개념 자체가 부르고뉴에서 시작되고 부르고뉴에서 완성된 틀이다. 그건 마치 ‘헤어지다’라는 수많은 단어의 뜻에서 친구와 헤어질 때의 의미와 연인과 헤어질 때의 의미를 세분해 ‘이별하다’는 단어를 떼어내고, 이별한 이유에 따라 ‘사별하다’는 또 다른 단어를 구체화한 것처럼. 더 정확하고 날카롭고 그래서 더 선명한 맛을 소통하는 것과도 같다.

페블레는 오랜 역사에서 알 수 있듯, 라이브러리 셀러를 갖춘 도멘이기도 하다. 그는 지하로 우리를 끌고 내려갔다. “여기가 바로 끌로 드 꼬르통 페블레 같은 최고급 퀴베들을 저장해 둔 셀러예요.”라며 제롬이 말했다. 그곳에는 1920~1940년대의 빈티지 와인들을 비롯해 1900년대 전반을 아우르는 부르고뉴 그랑 크뤼와 프리미에 크뤼 와인들이 잠들어 있었다. 아무런 라벨도 붙어 있지 않은 이 와인들은 종종 경매의 형태로만 시장에 등장한다. “저는 오늘 저녁 페블레의 오랜 수집가인 스위스의 한 고객과 1935년산 한 병을 오픈할 예정입니다. 당신도 살 수 있어요. 조만간 200주년을 기념하는 경매에 이 셀러에 있는 와인 중 일부가 공개될 예정이니까요.” 참고로 지난 5일부터 19일까지 크리스티에서 진행된 페블레의 경매는 총 91만 1,038파운드(17억 6,775만 원)의 판매를 기록했다.

Copyright ⓒ 에스콰이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광고 보고 계속 읽기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