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의 로망' 켈리·버킨백 성공 뒤엔 188년 한결 같은 혈통·장인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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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의 로망' 켈리·버킨백 성공 뒤엔 188년 한결 같은 혈통·장인주의

르데스크 2025-11-27 16:09:3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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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침체 여파로 전 세계적으로 명품 소비가 둔화하며 주요 브랜드의 실적이 주춤하는 와중에도 홀로 굳건하게 견조한 실적을 지켜나가는 브랜드의 존재가 새삼 화제다. 주인공은 바로 '명품 중의 명품'으로 불리는 프랑스 패션 브랜드 '에르메스(Hermès)'다. 에르메스는 다른 명품에 비해 유독 비싼 제품 가격에도 불구하고 브랜드 인지도와 판매량이 꾸준히 우상향하고 있다. 글로벌 패션업계 안팎에선 이러한 성장의 배경에는 에르메스 가문 특유의 장인 정신이 자리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구찌·루이비통 주춤할 때 에르메스만 나홀로 독주…장인정신·희소성에 세계 부자들 열광

 

프랑스 패션·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에르메스의 해외 사업을 담당하는 에르메스 인터내셔널(Hermès International S.A)의 올해 3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10% 증가한 39억유로(원화 약 6조6000억원)에 달했다. 버킨백·켈리백 등 초고가 제품의 높은 인기에 힘입어 세계 각국에서 골고루 매출이 상승한 덕이다. 같은 기간 루이비통, 디올 등의 브랜드를 보유한 LVMH와 구찌 등을 보유한 케링그룹의 글로벌 매출은 각각 전년 동기 2%, 9% 감소했다.

 

국내에서도 에르메스의 성장세는 두드러졌다. 에르메스 한국법인인 에르메스코리아의 2024년 매출은 9642억원으로 전년 대비 20% 증가했다. 2022년 6501억원, 2023년 7972억원 등에 이어 3년 연속 상승세다. 에르메스코리아는 분기 실적을 공개하지 않고 연간 실적만 발표한다. 글로벌 패션업계에서는 세계 각국의 '슈퍼리치'를 겨냥한 초고가 정책을 통해 브랜드의 희소성을 유지한 점을 지속적인 매출 성장의 결정적 요인으로 꼽고 있다.

 

▲ 에르메스에서 판매되는 버킨백. [사진=Hermès]

 

실제로 에르메스는 매년 1월 국가별 수요 수준을 반영해 가격을 책정한다. 지난해 한국에서는 이례적으로 1월과 6월 두 차례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높은 수요를 반영한 조치였다. 에르메스는 올해 1월에도 국내에서 제품 가격을 인상했다. 글로벌 명품 브랜드 전략 분야의 권위자로 꼽히는 장노엘 카프페레 HEC파리 교수는 "에르메스는 '베블런 효과(가격이 비쌀수록 소비욕구가 커지는 현상)'를 활용한 대표적인 마케팅 성공 사례다"며 "명품은 적절히 높은 가격을 유지할수록 브랜드 아우라가 더 강해지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전략은 에르메스를 이끄는 오너 일가 특유의 '장인정신' 경영 철학이 뒷받침 됐기에 활용 가능했던 것으로 분석됐다. 통상 제품의 인기가 높아지면 매출을 높이기 위해 생산량을 늘리는 게 일반적이지만 에르메스 오너 일가는 과거의 제품 생산 방식을 고수하며 철저하게 제품 퀄리티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에르메스는 프랑스 내 약 50개 공방에 7300여명의 장인을 두고 있으며 숙련된 장인이 한 제품을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는 제작 방식을 고수한다.

 

예를 들어 켈리백은 40여개 가죽 조각을 조립한 뒤 밀랍 코팅된 실로 전통 말 안장 기법을 활용해 한 땀씩 꿰매 완성하는 식이다. 제품을 만든 장인이 자신이 만든 제품에 고유 인장을 새기도록 해 수선 또한 당사자가 직접 하는 방식도 고수하고 있다. 제품 수요가 아무리 많아도 공급을 늘리기 힘든 구조다. 또 재고가 남아도 절대 할인 판매를 하지 않고 소각하거나 재활용하는 방식을 채택한다. 장인이 제작한 명품의 가치를 지키기 위함이다.

 

188년 전통 잇는 에르메스·뒤마 가문…장인정신 기반의 혈통주의·성과주의 원칙 고수

 

▲ [그래픽=장혜정] ⓒ르데스크

 

에르메스의 독보적 위상의 비결인 '장인정신'이 유지될 수 있는 배경에는 창업주 티에리 에르메스(Thierry Hermès) 후손 중심의 견고한 오너 경영 체제가 자리하고 있다. 에르메스는 창립 이후 현재까지 오너 일가가 경영권을 유지하고 있으며 올해 6월 기준 최대주주는 창업주 후손들이 보유한 투자회사 'H51 SAS'(지분 54.7%)다. 또 다른 오너 일가 소유 투자회사 'H2 SAS'(6.69%), 에르메스 가문 개인 지분(5.79%) 등을 포함하면 에르메스 가문의 직·간접 지분율은 67.18%에 달한다. 에르메스는 ▲에르메스 셀리어(프랑스 파리 가죽 공방) ▲CNP(향수·뷰티 사업) ▲존롭(럭셔리 구두 브랜드) ▲생루이 크리스탈(인테리어·식기 브랜드) 등 다양한 글로벌 브랜드를 자회사로 보유하고 있다.

 

에르메스의 역사는 1837년 창업주 티에리 에르메스가 운영한 마구 제작 상점에서 시작됐다. 티에리는 유럽 귀족을 위한 최고급 말안장을 제작하는 가죽 장인이었다. 에르메스 로고에 말과 마부가 등장하는 것도 이러한 역사와 맞닿아 있다. 1878년 티에리는 가업을 장남 샤를 에밀 에르메스(2대)에게 물려줬고 이후 샤를 에밀은 본점을 파리 포부르 생토노레 지역으로 이전했다. 에르메스 본점은 지금도 그 지역에 자리하고 있다. 샤를 에밀은 전통적 승마용품에서 고급 가죽 제품과 여행용 가방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오늘날 에르메스 브랜드의 기틀을 닦았다. 이후 그는 차남 에밀 모리스 에르메스(3대)에게 가업을 물려줬다.

 

에르메스는 4대부터 뒤마 가문이 경영을 이끌게 된다. 남성 중심의 승계 원칙을 유지하던 에르메스 가문에서 에밀 모리스가 딸밖에 없었던 관계로 둘째 딸의 사위인 로베르 뒤마(4대)에게 회장직을 물려줬기 때문이다. 이후 로베르의 아들 장 루이 뒤마(5대)가 회장직을 이어받았고 이 시기 에르메스는 본격적인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장 루이는 기존 가죽 및 가방 제품군에 더해 스카프, 액세서리 등으로 사업을 넓히며 매출과 브랜드 가치를 크게 끌어올렸다.

 

▲ [그래픽=장혜정] ⓒ르데스크

 

현재 에르메스는 장 루이의 조카인 악셀 뒤마가 회장을 맡고 있다. 악셀 뒤마는 에르메스 최고운영자(COO) 재직 당시 장 루이 전 회장과 함께 LVMH 등 외부 세력의 경영권 위협에 맞서 오너십을 굳건히 지키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다. 특히 2010~2014년 LVMH가 에르메스 지분을 공격적으로 확대하려 했던 시점에서 악셀은 에르메스 가문의 지분을 통합해 'H51 SAS'이라는 가문 투자회사를 설립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악셀은 직계가 아닌 조카의 신분으로 에르메스 회장직을 물려받게 됐다. 현재 장 루이의 아들인 피에르 알렉시 뒤마는 제품 디자인 전략을 관리하는 아티스틱 디렉터로 활동 중이다.

 

뒤마는 이력 면에서도 기존의 다른 회장들과는 차별점을 가지고 있다. 과거 회장들이 대부분 회사 내부에서 경영 수업을 받은 것과 달리 그는 금융 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재무 전문가다. 1970년 파리에서 태어난 그는 파리정치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같은 대학에서 법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1995년부터 BNP파리바에서 8년간 근무했다. 그는 2003년 당시 회장이던 장 루이의 추천으로 에르메스 재무팀 임원으로 입사했고 이후 ▲에르메스 주얼리 CEO(2006년) ▲에르멘스 가죽 부문 CEO(2008년) ▲에르메스 최고운영책임자(COO·2012년) 등을 거쳐 2014년 회장에 올랐다.

 

가족 기업의 명맥을 이어가며 188년간 단일 브랜드를 유지해 온 에르메스는 투자시장에서도 '알짜기업'으로 평가되며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4월엔 프랑스 파리 증시에서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의 시가총액을 일시적으로 넘어서는 이례적인 기록으로 화제를 불러모으기도 했다. 21일(현지시간) 기준 에르메스 주식은 한 주당 2124유로(원화 약 360만원)다. 주가는 최근 5년간 150% 넘게 오르며 올해 2월 2700유로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프랑스 현지 한 증권사 관계자는 "에르메스는 희소성과 독창성을 유지하면서도 매우 안정적인 재무 구조를 지닌 보기 드문 패션 기업이다"며 "경제상황, 원재료 가격 등 변동 요인이 많은 패션업계에서 이례적으로 장기 투자 가치가 매우 높은 기업으로 평가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향후에도 전략적인 희소성 관리와 전 세계적 수요가 꾸준히 유지된다면 에르메스의 투자 가치는 지속적으로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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