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신희재 기자 |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자유계약선수를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한다. 하나는 고졸 8년, 대졸 7년 등 KBO가 정한 일정 기간을 채운 뒤 FA 자격을 획득하는 것이다. 거액에 장기 계약을 체결하는 'FA 대박'은 모든 프로야구 선수가 꿈꾸는 목표다.
다른 하나는 방출 등으로 어느 팀에도 속하지 않아 말 그대로 자유롭게 계약할 수 있는 선수다. 다만 이는 전 소속팀에서 이미 한 차례 전력 외 평가를 받았다는 의미다. FA와 한글풀이는 같지만, 선수로서는 가장 피하고 싶은 순간이다.
그런데 올해 KBO리그에서는 자발적으로 후자를 택해 오히려 더 나은 상황을 마주하게 된 사례가 발생했다. 두산 베어스의 간판타자였던 김재환(37)이 주인공이다.
김재환은 26일 두산이 발표한 보류선수 명단에서 홍건희, 콜어빈, 고효준, 김도윤, 이한별 등과 함께 제외됐다. 두산은 "2021년 12월 김재환과 FA 계약 당시 '4년 계약이 끝난 2025시즌 뒤 구단과 우선 협상을 진행하고,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자유계약선수로 풀어준다'는 내용의 옵션을 포함했다"며 "보류선수 명단 제출 시한인 25일 저녁까지 협상을 이어갔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김재환은 올 시즌이 끝난 뒤 FA 자격을 재취득하고도 권리를 행사하지 않았다. 예상외 선택이었으나 당시엔 올 시즌 103경기에서 타율 0.241 13홈런 50타점으로 주춤한 만큼 팀에 잔류해 내년 이후를 기약하는 것으로 보였다. 일각에서는 두산이 올 시즌 성적 부진(9위)으로 FA 시장에서 공격적인 투자 의사를 밝힌 가운데 원클럽맨인 김재환이 구단을 배려하는 '낭만'을 보여줬다는 해석도 나왔다.
4년 전 조항이 뒤늦게 공개되면서 김재환의 선택은 낭만이 아닌 실리를 쫓은 결과라는 게 밝혀졌다. FA B등급이었던 김재환은 올해 연봉 10억원을 받았다. 만약 FA 권리를 행사했다면 그를 영입하려는 구단은 보상금 10억원과 보상선수 1명 또는 보상금 20억원을 두산에 줘야 했다. 그러나 조건 없이 자유계약선수로 풀리면서 두산 외 9개 구단은 보상선수와 보상금에 대한 부담 없이 영입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18년 차 베테랑 김재환은 올 시즌엔 부진했지만,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고도 통산 276홈런을 기록한 왼손 거포라는 점에서 여전히 리그 내 경쟁력을 갖춘 타자다. 그는 올해 인플레이션이 심한 FA 시장에서 수십억대 계약을 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김재환 사건의 충격파는 향후 FA 시장의 과열 양상을 더 심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자아낸다. 십여 년간 이 문제에 대해 고민이 많았던 KBO는 2020시즌 종료 후 FA 시장부터 등급제를 시행해 안전장치를 마련하고자 했다. 그러나 김재환 사례로 이를 피해 갈 수 있는 방법이 등장하면서 5년 만에 유명무실한 제도가 됐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FA 제도 보완에 대한 목소리는 더욱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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