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석주원 기자 | 올해 하반기 국내 게임 시장은 엔씨소프트의 ‘아이온2’를 비롯한 MMORPG 경쟁에 관심이 쏠려 있지만 한 쪽에서는 최근 수년 사이 대세 장르로 급부상한 서브컬처 게임들이 치열한 생존 경쟁을 벌이고 있다.
국내 서브컬처 게임 시장은 넥슨의 ‘블루 아카이브’와 시프트업의 ‘승리의 여신: 니케’를 제외하면 다수의 중국산 게임들이 자리를 채우고 있다. 국산 서브컬처 게임들도 출시되고 있지만 이미 시장에서 자리잡은 게임들에 밀려 좀처럼 힘을 내지 못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더욱이 최근 2년간은 국산 서브컬처 게임 출시 자체가 줄면서 서브컬처 시장 경쟁력이 약화됐다는 평가도 받았다.
하지만 올해 하반기에는 그동안의 가뭄을 해소하듯 다수의 서브컬처 게임들이 연이어 출시되면서 그 어느 때보다 풍족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국산 게임만 해도 9월 ‘가디스오더’를 시작으로 10월 ‘카오스 제로 나이트메어(이하 카제나)’, 11월 ‘스타세이비어’가 있고 국내에 출시된 외산 게임을 포함하면 ‘신월동행’, ‘스텔라 소라’, ‘듀엣 나이트 어비스’가 가세하면서 치열한 생존 경쟁이 진행 중이다.
초반 시장 반응은 게임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체적으로 마냥 긍정적이지는 않은 상황이다. 국산 게임 중 하반기 가장 먼저 출시했던 가디스오더는 흥행에 실패하면서 개발사에 큰 타격을 입혔다.
지난 3일 개발사 픽셀트라이브는 경영상의 이유로 가디스오더의 업데이트를 중단한다고 공지했는데 출시 한달 남짓 만에 사실상 서비스 중단을 선언한 셈이라 시장에 충격을 줬다. 가디스오더는 카카오게임즈가 퍼블리싱을 담당했는데 서비스가 중단되면서 마찬가지로 피해를 입게 됐다.
가디스오더는 지난 2022년 11월 첫 공개를 하고 1년 후인 2023년 출시를 목표로 했다. 하지만 개발이 길어지면서 점차 출시일이 밀렸고 결국 올해 9월에야 출시하게 됐다. 그 과중에서 지난해 2월 개발사였던 로드컴플릿은 가디스오더 개발팀을 픽셀트라이브로 분사시켰는데 개발 기간이 길어지면서 성공 가능성이 낮아진 가디스오더를 정리하기 위한 수순이 아니었냐는 의구심을 낳고 있다.
스마일게이트의 카제나는 출시 한 달 만에 402억원의 매출과 35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다고 발표해 상업적으로는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카제나는 출시 첫 날부터 수많은 논란을 양산하면서 지금까지도 많은 비판의 중심에 서 있다. 서비스 하루 만에 게스트계정 초기화 오류가 발생했고 서브컬처 장르에서는 이해되지 않는 스토리와 등장 인물들의 대사 등이 논란이 되면서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됐다.
이 외에도 한국 전통풍 캐릭터로 디자인됐던 ‘이솔’의 이름과 복식이 일본풍으로 변경되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일부 일러스트의 비정상적 포즈에 대한 인공지능(AI) 사용 의혹, 성우 축전 인터뷰를 일본 채널에만 업로드하는 일본 편애 논란까지 겹치며 국내에서의 인식은 바닥까지 추락한 상황이다.
결국 김형석 카제나 디렉터는 출시 10일 만에 긴급 라이브 방송을 통해 논란에 대해 사과하며 내년 상반기 스토리, 과금 모델, 편의성 전면 리뉴얼을 약속했지만 부정적 여론은 여전히 줄지 않고 있다. 카제나는 현재 국내 앱마켓 매출 순위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데 이에 대해서는 매출 대부분이 해외에서 발생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스타세이비어도 예외는 아니다. 국내 서브컬처 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류금태 대표가 ‘카운터사이드’의 차기작으로 개발한 스타세이비어는 출시 전부터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받았다. 결과적으로 이 게임도 여러 문제점을 노출하며 출시 일주일 만에 긴급 사과 방송을 할 수밖에 없었다. 서버 불안정으로 예약 보상이 소실됐고 결제 아이템이 미수령되는 기술적 오류가 발생했을 뿐 아니라 과도한 성장 제한 요소 등으로 불만을 샀다.
외산 게임이라고 해서 논란에서 빗겨가지 않았다. 국내에서는 블루 아카이브의 일본 퍼블리셔로 유명한 요스타는 자체 개발 서브컬처 게임 스텔라 소라를 지난달 20일 정식 출시했지만 스킬 애니메이션 연출 중 특정 혐오 사상을 연상시키는 장면이 나오면서 구설수에 올랐다. 요스타는 해당 연출을 수정하며 빠르게 대처하며 논란을 잠재웠다.
블루 아카이브와 니케 등 국산 서브컬처 게임의 흥행 이후 많은 국내 개발사들이 서브컬처 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탈 ‘리니지’를 가속화하고 있는 엔씨소프트는 내년 상반기 ‘리밋 제로 브레이커즈’를, 마찬가지로 다양한 IP 확대에 나선 웹젠은 ‘테르비스’, 카제나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스마일게이트도 ‘미래시: 보이지 않는 미래’를 내년에 출시할 계획이다. 하지만 하반기 신작들에서 보듯 서브컬처 게임이 흥행에 성공하고 장기간 시장에 안착시키는 건 쉽지 않은 도전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서브컬처 시장은 이미 수많은 게임들이 치열한 생존 경쟁을 펼치고 있는 데다 팬들의 충성도가 높아 새로 진입하기가 쉬지 않은 장르”라며 “게임의 완성도도 중요하지만 이용자들과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요구 사항을 수용하고 개선하는 작업이 필수적으로 동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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