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들, 누리호 4차 발사 성공에 “韓, ‘亞 우주 구도’ 재편 나섰다” 평가

▲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27일 새벽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다. 민간 기업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기술 이전을 통해 발사체 제작 전 과정을 주관한 누리호 4호기는 오로라·대기광 관측과 우주 자기장·플라스마 측정 등을 위한 위성 13기가 탑재됐다. 사진=뉴시스

투데이코리아=진민석 기자 | 한국형발사체 누리호(KSLV-II)의 4차 발사가 성공하면서, 최초의 민간 주도 제작·운영이라는 전환점을 맞은 한국 우주 산업이 글로벌 경쟁 구도 속에서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외신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27일 로이터통신(Reuters)은 한국이 누리호 4차 발사를 통해 “10여 기의 위성을 궤도에 올렸다”며 “민간기업과 공동으로 진행된 첫 발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Bloomberg)도 미국이 스페이스X 중심의 민간 우주 산업으로 체질을 바꾸며 성과를 냈던 사례를 언급하며 누리호의 이번 발사가 “한국이 발사 운영을 국가에서 민간 부문으로 본격 이관한 첫 사례”라고 평가했다. 

또한 한국에 대해 “글로벌 우주 경쟁에서 더 큰 역할을 노리려는 국가 전략의 중요한 이정표를 세웠다(a milestone in the country’s bid to become a bigger player)”고 밝혔다.

이어 궤도 진입 자체가 지정학적·기술적 영향력을 상징하는 시대에 이번 성공이 “한국이 아시아 우주 경쟁 속에서 위치를 재정의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매체는 한국 정부가 우주 산업에서도 ‘국가 챔피언 전략’(national champions)을 재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짚었다. 

반도체·조선·원전 등에서 활용됐던 방식처럼 대표기업을 집중 육성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 전략이며, 이번 누리호 발사에서 민간기업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제작 총괄을 맡은 점도 이러한 흐름의 일부로 해석했다. 

다만 한국의 우주 프로그램이 일본·중국 등 지역 경쟁국에 비해서는 여전히 뒤처져 있다고 지적하며, 최근 미 항공우주국(NASA) 출신 존 리 우주항공청(KASA) 우주항공임무본부장의 사임과 누리호 발사 일정 연기 등을 과제로 거론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한국이 오는 2026년·2027년 추가 발사를 계획하고 있다며, 중국·일본·인도 등 아시아 우주 강국과의 기술 격차 축소를 목표로 누리호를 비롯한 우주 기술·산업 고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전했다. 

SCMP는 한국이 1990년대 이후 위성 발사를 대부분 해외에 의존해 왔다는 점에서, 주요 기술을 자체 개발해 만든 누리호는 “사실상 첫 자립형 우주발사체”라는 점을 강조했다.

한편, 누리호는 이날 오전 1시13분 발사돼 목표 궤도 안착에 성공했다. 이번 발사는 누리호 체계개발을 민간기업이 처음으로 총괄해 진행한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