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전시현 기자 | 세계 최대 스테이블코인 테더(USDT)가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로부터 최하위 안정성 등급을 받으며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세계 최대 신용평가 기관인 S&P 글로벌 레이팅스는 26일(현지시각) 테더의 달러 페깅 유지 능력을 종전 4등급 '제약적'에서 최하위인 5등급 '취약'으로 강등했다고 밝혔다. 스테이블코인 안정성 평가에서 가능한 최저 점수를 받은 것이다. 테더는 미국 달러와 1대1로 연동된 가상자산으로, 전 세계 가상화폐 거래에서 기축통화 역할을 하고 있다.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테더의 시가총액은 약 1840억달러(약 270조원)에 달해 전 세계 스테이블코인 중 가장 큰 규모다.
S&P는 등급 강등의 배경으로 테더 준비금 내 고위험 자산 비중 급증을 지적했다. 비트코인과 금, 회사채, 담보대출 등 고위험 자산이 올해 9월 말 기준 전체 준비금의 24%를 차지했는데 이는 1년 전(17%)보다 7%포인트나 증가한 수치다. 특히 비트코인 보유 비중이 테더 발행량 대비 약 5.6%로 늘어나면서 3.9%인 초과담보 비율을 넘어섰다는 점이 문제로 부각됐다.
S&P 소속 레베카 문 연구원과 무함마드 다팍 연구원은 평가보고서에서 "비트코인이 현재 초과담보 한도를 초과함에 따라 준비금이 비트코인 가격 하락을 더 이상 완전히 흡수할 수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비트코인 가치 하락과 다른 위험 자산의 가치 하락이 동시에 발생할 경우 테더의 준비금 커버리지가 감소하고 결국 담보 부족 상태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S&P는 또한 테더가 이들 고위험 자산에 대한 세부 정보를 제한적으로만 공개하고 있어, 해당 자산들이 금리·환율 변동 등 다양한 시장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가상자산 대장주인 비트코인 가격은 최근 큰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지난달 초 12만4000달러대까지 올랐다가 27일 현재 9만달러 선까지 하락한 상태다.
테더 측은 이번 평가에 강하게 반발했다. 테더는 성명을 통해 "S&P의 평가에 강력히 이의를 제기한다"며 "레거시 체계를 적용한 이번 보고서는 디지털 화폐의 본질과 규모, 거시경제적 중요성을 제대로 포착하지 못했으며 USDT의 회복력과 투명성, 글로벌 유용성을 명백히 증명하는 데이터를 간과했다"고 주장했다.
테더는 2022년 5월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 테라USD(UST) 붕괴 여파로 대규모 매도가 발생하자 달러와의 1대1 페깅을 일시적으로 유지하지 못해 최저 0.95달러까지 하락한 바 있다. 당시 테더는 약 70억달러 규모의 상환 요청에도 페깅을 회복했지만 스테이블코인의 구조적 취약성에 대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테더의 준비금은 S&P에 따르면 약 77%가 미국 국채와 현금성 자산으로 구성돼 있다. 그러나 담보대출이 여전히 8%(140억달러 이상)를 차지하고 있고 보관 기관과 자산 가치평가에 대한 상세 정보 공개가 불충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상자산 시장에서 테더는 거래소 간 자산 이동과 거래의 중개 역할을 하는 핵심 인프라다. 특히 미국 달러 접근이 제한된 신흥국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어, 테더의 불안정성은 글로벌 가상화폐 시장 전체에 파급효과를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한편 올해 미국에서 통과된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안(GENIUS Act)은 발행사들이 단기 미국 국채와 머니마켓펀드, 환매조건부채권(RP) 등 유동성 자산으로 토큰을 1대1로 뒷받침할 것을 요구하고 있어, 테더의 준비금 구조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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