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겨울 바닷바람이 거칠게 불기 시작하면 회 시장 분위기도 달라진다. 찬물에 살이 단단해지는 어종이 힘을 얻는 시기라 수산물 경매장 분위기가 더 바빠진다. 이때 이름이 낯설어도 존재감이 강한 어종이 있다. 잿빛을 머금은 체색과 독특한 선무늬 때문에 한 번 보면 오래 기억되는 잿방어다. 방어와 닮았지만 세부 구조가 달라 전문 식당에서 따로 취급하는 사례도 많다. 맛의 결도 다르고 숙성 과정에서 드러나는 풍미 차이도 뚜렷해 겨울철 회를 즐기는 사람들 사이에서 반응이 크다.
해역 범위가 넓고 회유 습성도 강해 남해와 제주 근해에서 종종 잡힌다. 몸집이 크고 두툼해 작업 난도가 높지만 손질을 익히면 부위별 식감이 나뉘어 회뿐 아니라 탕 재료로도 자리 잡았다. 잿방어는 대형 어류 특유의 농밀한 향미를 지니면서도 비린내가 적어 숙성 시간을 늘려도 맛이 변하지 않는다. 이 성질 때문에 전문 식당이나 숙성회 전문점에서 찾는 횟수도 꾸준히 늘고 있다.
아래에서는 잿방어 자체 특성, 방어류 간 차이, 실제 조리 방법을 순서대로 정리한다.
잿방어 특징과 습성·영양 구성
잿방어는 전갱이목 전갱이과에 포함된 대형 어류다. 체고가 높고 옆선은 부드럽게 휘어 있으며 체색은 잿빛에 가깝다. 눈에서 머리 방향으로 뻗는 검은 팔자형 무늬가 눈에 띄며 빛의 방향에 따라 선명도가 달라진다. 이 무늬 덕분에 어종을 구분하기 쉽다. 몸집은 방어보다 전체적으로 두툼한 편이며, 근육섬유가 단단해 외부 충격에도 쉽게 물러지지 않는다.
성체 크기는 최대 2m에 달하며 90kg을 넘는 개체도 보고된 바 있다. 어획량 자체는 넉넉하지 않지만 해역 폭이 넓어 전 세계 온대·아열대 해역에서 관찰된다. 국내에서는 남해안과 제주 일대에서 종종 잡힌다.
식감은 쫀득함과 탄력을 함께 지녔다. 씹을 때 결이 단정하게 끊어지는 타입으로, 방어처럼 지나친 기름기가 아니라 부드러운 지방층이 뱃살에 고루 분포한다. 숙성 시간에 따라 맛의 선이 달라지는데, 숙성해도 물러지지 않는 점이 강점이다. 윗뱃살, 뱃살, 턱밑살, 지느러미살 등 부위별 느낌이 강하다. 상층 근육은 단단하고 중층은 고소한 풍미가 은근하게 퍼지고, 하층은 지방 비율이 높아 부드럽다.
영양 면에서는 지방 함량이 높아 고소한 풍미가 난다. 비린내가 거의 나지 않아 숙성 과정에서도 향이 변질되지 않는다. 살결이 단단한 덕분에 가열했을 때도 모양이 쉽게 흩어지지 않아 탕 재료로 쓰기에도 적합하다.
잿방어·대방어·일반 방어 차이
방어류를 구분할 때 가장 먼저 보는 것은 체색과 체형이다. 잿방어는 전체적으로 잿빛이며 팔자형 무늬가 뚜렷하다. 일반 방어는 은빛이 더 많고 전체 선이 매끈하게 떨어진다. 대방어는 같은 방어류지만 크기가 크고 근육 밀도가 높지만 무늬는 없다.
잿방어는 체고가 높고 몸통이 깊은 형태를 보이며 머리에서 등지느러미까지 이어지는 선이 경사진 형태이며 측면이 더 두껍다. 방어는 끝으로 갈수록 완만하게 가는 형태라 잿방어보다 슬림한 인상을 준다. 대방어는 체급이 큰 개체를 지칭하는 표현으로, 일반 방어보다 나이가 많은 집단을 말한다.
잿방어는 쫀득함이 중심이고 지방층이 일정하게 퍼져 있다. 방어는 지방층이 계절 따라 큰 폭으로 변하고, 대방어는 지방 비율이 높아 부드러움이 강해진다. 일반 방어는 숙성 단계가 길어지면 물러짐이 빨리 나타나고 풍미가 옅어진다. 잿방어는 근육 밀도가 높아 시간이 지나도 구조가 잘 유지된다.
잿방어 섭취 방법과 조리 형태
잿방어는 회로 썰면 단단한 결 때문에 두께를 달라도 형태가 유지된다. 얇게 썰면 단단한 조직이 드러나고, 두툼하게 썰면 고소함이 더 뚜렷해진다. 숙성 시간이 길어져도 비린 향이 거의 없기 때문에 전문 숙성회 매장에서 즐겨 다룬다. 뱃살은 지방층이 농밀해 입천장에 은근하게 퍼지는 풍미가 오래 남는다.
어린 잿방어는 막회 형태로 썰어 산뜻한 양념과 섞었을 때 결이 무너지지 않고 탱탱하게 유지된다. 내장을 살짝 손질해 끓이면 감칠맛이 자연스럽게 녹아 나온다. 살점이 단단해 끓는 시간 동안 쉽게 흐트러지지 않으며, 탕 전체 농도도 일정하게 유지된다. 내장 특유 향이 과하지 않아 고춧가루·파·마늘만 넣어도 완성된다.
껍질은 데쳐서 샐러드나 무침으로 먹을 수 있다. 얇은 지방층이 있어 뜨거운 물에 살짝 담근 후 얼음물에 식히면 탄력이 살아난다. 식감이 쫀득해 야채류와 섞어도 잘 어울리며, 회로 먹지 않을 때는 지느러미 주변 부위를 구이로 먹기도 한다. 살이 두꺼워 수분이 쉽게 날아가지 않고, 굽는 과정에서 표면만 살짝 바싹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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