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자연을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인간의 관점일 뿐, 자연도 그들 나름의 규칙이 있고 그에 따른 변형을 일으키며 자유롭게 살아간다.
지난 15일 개막해 내년 2월 13일까지 조명박물관 기획전시실 1, 2에서 열리는 신예진 작가의 개인전 ‘기이한 하나, 익숙한 둘’은 이런 물음에서 시작됐다. 자연이 생존을 위해 스스로를 설계한다면 어떤 구조를 갖게 될까.
신예진 작가는 조명박물관이 주최·주관한 필룩스 라이트아트 공모를 통해 14회 페스티벌 아티스트로 선정됐다. 작가는 자연을 기술을 얹는 대상이 아닌 기술을 흡수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다시 조합하는 존재로 인식하고 작업에 몰두했다.
두 개의 공간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각 공간마다 하나의 설치 작품이 전시돼 있다. 첫 번째 공간의 작품 ‘당신의 위치는 마주하는 이 곳과 왼편 한걸음의 차이를 두고 있습니다’는 훼손된 나무 등 자연물 오브제와 기계부속장치, 비계파이프, 부서진 QLED TV, LED 조명, 단채널영상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빛이 부서지는 천장 아래 다른 질감의 요소들이 얽혀있는 혼종의 숲을 표현했다.
또다른 공간의 ‘환(幻), 전율하는 눈’은 마치 사마귀 형상을 품은 것 같은 거대한 나무와 엔진이 주를 이루는 작품이다. 공간에 머물다보면 안개와 붉은 조명에 반응하며 생명체의 내장을 지나는 듯한 유기적인 경험을 할 수 있다.
신 작가는 이번 전시에 대해 “이질적인 재료의 공생을 통해 ‘하나이자 둘인 존재’의 개념을 드러내며 관객을 작품을 증언자로 초대하고자 했다”고 말한다.
특히 이번 전시에는 KH 필룩스 조명 ‘FLXible Neon’, ‘FeeLite’ 등 다채로운 조명을 공간의 흐름과 설치물의 구조에 맞춰 설치해 작품의 유기적 움직임과 기계적 생명력을 더욱 극대화했다.
구안나 조명박물관 관장은 “신 작가의 작업은 인간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생명 그 자체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이라며 “자연과 기계, 인간과 비인간이 서로를 지우지 않고 나란히 서 있는 공간 속에서 낯설고도 숭고한 감정을 마주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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