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현대인들은 다양한 기술의 혜택을 받아 편리하고 풍요로운 삶을 살고 있지만, 만성적인 스트레스가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스위스 취리히 대학의 진화인류학자 코린 쇼(Corin Shaw) 교수와 영국 러프버러 대학의 진화인류학자 다니엘 롱맨(Daniel Longman) 교수는 최근 연구에서 현대인의 만성 스트레스가 '현대 사회와 인간 생물학적 특성의 불일치'에서 비롯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 성과는 국제학술지 '생물학 리뷰(Biological Reviews)'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현대인이 도심 환경에서 받는 다양한 자극이 신체를 24시간 경계 상태로 몰아넣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현상은 인류 역사 대부분에서 관찰되지 않았다. 인류는 약 1만 년 전부터 생활 환경을 바꾸어 왔지만,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도시화와 공업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환경과 생활 패턴의 변화 속도가 인간의 생물학적 진화를 넘어섰다는 것이다.
쇼 교수는 "우리 조상은 포식자로부터 도망치거나 대치하기 위해 급성 스트레스에 대응하는 능력이 뛰어났다. 가끔 조우하는 정도였던 사자와는 달리, 현대에는 다양한 스트레스 요인이 거의 항상 닥쳐 필요 없는 투쟁·도주 반응이 계속 켜져 있는 상태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사자가 나타나면 몸을 지키거나 도망갈 준비를 해야 했지만, 중요한 점은 사자가 결국 떠난다는 것이다. 현대인은 끝나지 않는 스트레스에 신체가 계속 반응하기 때문에 신경계 반응은 매우 강력하지만 회복할 시간은 거의 없다"라고 덧붙였다.
현대인은 메일로 가득 찬 수신함, 공사 소음, 업무 마감 등 다양한 스트레스 요인에 둘러싸여 있으며, 이로 인해 신체는 거의 상시 경계 상태에 놓인다. 연구팀은 이러한 만성 스트레스가 인지 기능 저하, 자가면역 질환, 출산율 감소와 관련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인공조명, 미세플라스틱 노출, 좌식 생활 등 현대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건강을 해친다고 분석했다.
쇼 교수는 "파트너나 상사와의 어려운 토론이든, 교통 소음이든 신체의 스트레스 반응 시스템은 다음 자극으로 이어지는 사자와 마주하는 것과 거의 다르지 않다"라고 말했다.
현대 사회와 인간의 생물학적 특성 사이의 불일치를 완전히 해소하는 것은 어렵지만, 쇼 교수는 "자연을 건강의 핵심 요소로 인식하고, 사냥·채집 시대를 떠올리게 하는 공간을 보호하고 재생하는 것"이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여러 연구에서 자연과 접촉하는 것이 스트레스를 완화하고 정신 건강을 향상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도시를 올바르게 정비하고, 자연 공간을 재생하며 그 가치를 인정하고, 사람들이 그곳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인간이 자연 속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본래 생물학적 특성에 부합하며, 이를 통해 현대 사회가 만든 만성 스트레스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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