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사태 수습으로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롯데카드 향방에 변수가 생겼다. 책임경영을 이어온 조좌진 대표가 사퇴 의사를 낸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대주주 MBK파트너스가 그 지위를 잃게될 가능성이 불거지면서다.
금융감독원은 홈플러스가 보유한 상환전환우선주(RCPS) 상환권 조건이 회사에 유리하게 변경된 된 상황과 관련해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에 책임이 있다고 봤다. MBK에 중징계인 직무정지안을 사전통보한 배경이다.
이로써 롯데카드는 리더십 공백 우려에 더해 혼란이 가중된 상황이나 위기가 기회라는 평가도 있다. 당국이 사모펀드에 금융사 인수 허가를 내줄 가능성은 낮아진 만큼 자금조달이 수월한 금융지주사가 새 주인으로 나설 수 있어서다.
조 대표 사임에 MBK 중징계 리스크
조 대표는 297만명 고객정보 유출 사고에 따른 책임을 진다는 명목으로 지난 13일 사내게시판에 사임 의사를 알렸다. 이는 그가 지난 2020년 3월 취임한지 5년 8개월만이다.
지난 21일 임시 이사회에서도 조 대표가 공식적으로 내달 1일자로 사임한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롯데카드는 새 리더십을 공식적으로 준비하게 됐다. 이와 함께 고위급 임원 교체를 비롯한 대대적인 쇄신이 이어질 전망이다.
다만 조 대표가 사임 표명한 직후 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해 리더십 공백을 막기 위한 후임 대표 선임 절차에 돌입한 롯데카드에 변수가 생겼다. 대주주인 MBK는 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예고 받아 주인 자격이 박탈될 위기에 놓였다.
MBK 제재, 대주주 적격성 영향 미칠 수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조 대표가 이사회에서 사임 의사를 밝힌 같은 날 MBK에 불건전 영업행위 및 내부통제 의무 위반을 이유로 ‘직무정지’가 포함된 중징계안을 사전통보했다.
당국이 문제로 본 건 MBK가 홈플러스의 RCPS 조건을 홈플러스에 유리하게 바꾼 점이다. 이로 인해 국민연금 등 투자자(LP)이 이익을 침해받게 됐다고 본 당국은 자본시장법상 GP(업무집행사원) 제재 중 해임요구 다음으로 높은 수준인 직무정지를 내리기로 했다.
제재는 향후 금융위원회에서 최종 결정을 내리기에 확정된 사안은 아니다. 다만 MBK가 중징계를 받을시 롯데카드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내부 리더십 교체에 더해 또 다른 변화를 몰고 올 변수다.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상 당국은 2년마다 금융사를 상대로 대주주 적격성을 심사하는데 롯데카드는 올해가 대상이다.
금융사 인수시 자금조달 개선 기대
롯데카드는 임추위 가동과 함께 내부 규정에 근거해 30일 이내 대표 자격 검증과 서류 심사, 평판 조회 등을 모두 완료해 이달 중순 차기 대표 선임을 마무리할 전망이다. 하지만 MBK 중징계 여부에 따라 후보 검증이나 임명 과정 등에서 차질이 빚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다만 업계에선 되레 위기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MBK가 제재를 받아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들지 못하게 되면 롯데카드는 제약이 많던 사모펀드 대신 새 주인으로서 시너지가 기대되는 금융사를 보다 빨리 대주주로 맞이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해킹사태로 인해 무너진 신뢰 회복과 건전성 악화를 개선해야 하는 중차대한 과제가 있지만 MBK 중징계로 대주주가 일반 금융사로 바뀐다면 롯데카드가 체질 개선 등을 이룰 거란 기대가 높다. 롯데카드가 이번 해킹사태에서 보여준 발 빠른 후속 대응과 자회사 실적 개선 등을 감안하면 짐만 떠안길 매물은 아니란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더리브스와 통화에서 “분위기상 사모펀드가 인수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 금융지주사나 그룹에서 인수할 수밖에 없을 거 같다”라며 “카드사가 제일 중요한 게 자금조달인데 그간 불리한 조달 여건이었기에 이런 부분들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20조원을 조달한다고 봐도 1년에 1%면 2000억원이고 금리 0.5%만 해도 1000억원”이라며 “1000억원 조금 넘게 버는 회사인데 같은 금액 수준의 핸디캡을 안고 왔으나 다른 금융사가 인수하면 (자금조달이 유리해져) 순이익이 그 순간 더블이 되는 회사가 될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은지 기자 leaves@tleav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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