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청년들이 첫 직장을 찾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10년 전보다 늘었고 특히 지방 청년은 수도권보다 더 오래 취업을 준비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력서 작성하는 구직자.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요즘 청년 취업 이야기를 꺼내면 자연스럽게 지역 얘기로 이어진다. 서울이나 수도권에 있으면 채용 공고를 접하는 속도나 면접 기회를 얻는 경로가 더 넓다는 말이 나오고 지방에서는 같은 스펙을 쌓아도 선택지가 제한돼 준비가 길어질 수밖에 없다는 하소연이 자주 들린다.
취업 준비가 길어질수록 ‘일자리가 많은 곳으로 가야 하나’라는 고민이 커지고 주변을 둘러봐도 실제로 그 방향을 택하는 친구들이 적지 않다는 경험담이 따라붙는다.
이런 체감이 단순한 느낌만은 아니라는 점이 드러났다. 최근 발표된 조사에서 비수도권 청년이 수도권 청년보다 첫 직장에 들어가기까지 더 오래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고용정보원이 27일 발간한 ‘고용동향브리프 2025년 8호’에 따르면 최근 청년층(19~34세)의 평균 취업 소요 기간은 22.7개월로 집계됐다. 10년 전 18.7개월과 비교하면 약 4개월 길어졌다. 졸업 직후 바로 취업하는 비율도 17.9%에서 10.4%로 줄어 현재는 10명 중 1명만이 곧장 첫 직장에 들어가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역별로 보면 차이가 더 선명했다. 수도권 거주 청년의 취업 소요 기간은 평균 21.2개월인 반면 비수도권 청년은 24.6개월로 약 3개월 더 길었다. 과거에는 두 지역 모두 18개월 수준으로 비슷했지만 최근 10년 사이 수도권은 2~3개월 늘어난 데 그쳤고 비수도권은 6개월 이상 늘어나 격차가 벌어졌다는 게 연구팀 설명이다.
통계청이 지난 9월 공개한 ‘지난 20년간 수도권 인구 이동’ 보고서에서도 청년층의 수도권 선호 흐름은 뚜렷하게 확인된다. 지난해 19~34세 청년층은 수도권으로 6만 1000명 순유입돼 2004년 이후 20년째 순유입이 이어졌고 비수도권에서 수도권으로 옮긴 이유도 취업(43.2%)과 교육(12.4%)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청년층의 이동이 ‘일자리와 교육’에 강하게 묶여 있다는 점을 보면 지방 청년의 취업 소요 기간이 더 길게 나타난 이번 고용정보원 조사와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번 조사에서는 취업 준비가 장기화되는 흐름도 확인됐다. 취업까지 4년(48개월) 이상 걸린 비율은 과거 13.9%에서 최근 15.9%로 증가했다. 성별로는 남성이 평균 27.1개월, 여성이 18.8개월로 나타났는데 연구팀은 군 복무 경험이 일부 반영된 결과라고 밝혔다.
학력별로는 4년제 대졸이 평균 11.7개월, 전문대졸 13.9개월이 걸린 반면 고졸 이하 청년은 33.6개월로 취업 준비 기간이 훨씬 길었다. 다만 고졸 이하의 경우 과거 평균 48개월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최근엔 다소 줄어든 흐름도 함께 나타났다.
구직자가 채용공고를 살펴보고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성별 취업준비 기간 격차도 뚜렷했다. 최근 기준 남성은 평균 27.1개월이 걸린 반면 여성은 18.8개월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군 복무 경험이 있는 남성 고졸층이 일부 포함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첫 직장에 비정규직으로 취업하는 비중도 크게 늘었다. 정규직 비율은 과거 73.3%에서 최근 61.2%로 감소했고 임시직은 24.9%에서 34.7%로 늘었으며 일용직도 1.9%에서 4.1%로 증가했다.
연구팀은 “과거와 비교해 취업소요기간이 길어지고 있는 가운데, 졸업한 청년층 중 상당수는 본인이 희망하는 일자리 수준이 아니어도 경력을 쌓는 등의 목적으로 불안정한 일자리에 취업하는 경우도 있는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번 조사는 한국고용정보원이 우리나라 청년층을 매년 추적조사하는 청년패널조사를 토대로 청년패널 2007(2004∼2013년)과 2021(2014∼2023년)의 10년간 취업 시점을 비교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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