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한 우주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4차 발사에 성공하며 한국 우주산업의 민간 주도 전환을 알렸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처음으로 제작과 발사 운용을 총괄한 이번 누리호 4차 발사는 27일 오전 1시 13분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이뤄졌다.
누리호는 이륙 후 목표 궤도에 진입해 차세대 중형위성 3호와 초소형 위성(큐브위성) 12기를 정상적으로 분리했다.
이는 2022년 2차, 2023년 3차 발사에 이은 세 번째 성공이자, 민간 기업이 체계종합기업으로서 주도권을 쥐고 수행한 첫 사례다.
이번 4차 발사의 핵심은 발사체 제작 및 운용 주체가 정부 출연연구기관에서 민간 기업으로 넘어갔다는 점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으로부터 기술 노하우를 이전받는 ‘체계종합기업’ 자격으로 이번 프로젝트를 이끌었다. 이들은 누리호 1~3단부와 전체 기체 조립을 전담했으며, 참여 부품 업체 관리와 발사 운용까지 수행했다.
기존 1~3차 발사가 항우연 주도로 이뤄졌다면, 이번 발사는 한국형 ‘뉴스페이스(New Space)’의 실질적 기점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뉴스페이스는 스페이스X와 같이 민간 기업이 우주 개발을 주도하는 글로벌 트렌드다.
윤영빈 우주항공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제작 총괄은 물론 발사 운영에도 참여해 국내 우주산업 생태계가 정부 중심에서 민간 중심으로 전환되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발사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당초 예정 시각은 오전 0시 55분이었으나, 발사를 앞두고 엄빌리컬(Umbilical) 타워의 센서에서 이상 신호가 감지돼 18분 지연된 오전 1시 13분에 발사됐다.
엄빌리컬 타워는 발사체에 전력, 연료, 산화제 등을 공급하는 핵심 지상 설비다. 항우연에 따르면 기체를 고정하는 장비의 압력은 정상이었으나, 이를 감지하는 센서 자체에 기계적 오류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발사 윈도우’를 고려해 신속한 판단을 내렸다. 발사 윈도우는 위성이 목표 궤도에 진입하기 위해 발사가 가능한 특정 시간대를 의미한다.
지구의 자전과 위성 궤도 등을 계산해 도출된 이번 4차 발사의 윈도우는 오전 0시 54분부터 1시 14분까지였다.
박종찬 항우연 한국형발사체고도화사업단장은 “센서 오류 확인 후 시스템을 점검하고, 발사 윈도우 종료 직전인 1시 13분을 최종 발사 시각으로 결정해 진행했다”고 밝혔다.
누리호는 이륙 후 1단, 페어링, 2단을 순차적으로 분리하며 비행했다. 특이점은 실제 비행 과정이 예상 시나리오보다 빠르게 진행됐다는 것이다.
1·2·3단 엔진의 성능이 예측치를 상회하면서 연소 종료와 목표 고도 도달 시간이 단축됐다. 당초 21분으로 예상됐던 비행 종료 시점은 약 18분 만에 마무리됐다.
주탑재체인 차세대 중형위성 3호는 고도 601.3km에서 성공적으로 분리됐으며, 발사 직후인 오전 1시 55분 남극 세종기지 지상국과 첫 교신에 성공했다.
우주청은 교신을 통해 위성의 태양전지판이 정상적으로 전개됐음을 확인했다. 함께 탑재된 12기의 큐브위성 역시 정해진 순서에 따라 사출됐으며, 향후 지상국과의 교신을 통해 개별 상태를 점검할 예정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항우연은 이번 성공을 바탕으로 2027년까지 누리호 5·6차 발사를 이어갈 계획이다. 반복적인 발사를 통해 발사체의 신뢰성을 높이고, 민간 기업의 운용 역량을 심화하는 것이 목표다.
박 단장은 향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발사 운용 콘솔을 주도적으로 운영하는 등 참여 범위를 확대할 것이라고 전했다.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는 “3차와 4차 발사 사이의 공백기 동안 우주 산업 생태계 유지에 어려움이 있었으나 협력사들과 함께 극복했다”며 “우주 기술이 국가 경쟁력의 기반이 되는 만큼 독자적인 발사 역량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정부 또한 2028년 7차 발사 준비와 함께 차세대 발사체 개발을 병행해 우주 수송 능력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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