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이성노 기자 | 금융권이 '쉬코노미(She+Economy)'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지고 경제력이 높아지면서 경제 소비 주체로서의 영향력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통을 비롯해 패션·뷰티 산업뿐 아니라, 금융권에서도 여성들의 영향력이 높아지면서, 금융사들이 여성을 타깃으로 한 경쟁력 있는 금융·비금융 서비스를 내놓으며 시장 주도권 확보에 나서고 있다.
하나금융연구소에 따르면, 최근 기혼 여성의 경제활동 증가와 가정 내 재무 주도권 강화로 금융시장 내 여성의 위상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는 기혼 여성의 고용률 상승으로 맞벌이 가구가 대세로 정착하면서 워킹맘이 가계 소득과 금융 수요의 변화를 일으키는 주체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기혼 여성 취업자 수는 약 498만명에 아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혼여성의 고용률은 지난 2021년 56.2%에서 2023년에는 60%에 도달했으며, 올해는 64.3%로 상승했다.
하나금융연구소의 '기혼 여성 일과 생활 조사'에 따르면, 워킹맘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779만원으로 전업주부 가구(539만원)의 약 1.4배에 달한다.
워킹맘은 경제적 여유를 확보하며 재테크와 함께 자녀 양육에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은퇴 후 자녀에게 경제적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노력함은 물론 자신의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는 안정적인 노후 자립을 지향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미성년 자녀에게는 자녀 명의 금융 상품 가입을 통해 조기에 미래 자산을 형성해 주고 건전한 금융 습관을 형성시켜 주는 것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보험사와 은행을 중심으로 여성 고객을 잡기 위한 다양한 금융 상품과 서비스를 속속 내놓고 있다.
대표적으로 한화손해보험(한화손보)은 여성의 라이프 사이클과 건강을 생각하는 차별화된 보험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LIFEPLUS 펨테크연구소'를 설립했다.
팸테크(Femtech)란 여성을 의미하는 ‘Female’과 기술을 의미하는 ‘Technology’를 결합한 합성어로 여성의 삶의 질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기술·상품·서비스 등을 말한다.
한화손보는 ‘여성을 가장 잘 아는 보험사’로 거듭나기 위해 국내 금융업계로는 최초로 펨테크연구소를 설립해 전문성을 토대로 다양한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한화손보는 체계적인 연구를 통해 여성의 건강은 물론 뷰티·헬스케어·라이프스타일 등의 분야에서 도출된 인사이트를 보험 서비스에 반영하고 있다.
이와 함께 여성들의 라이프스타일과 관심사를 반영한 콘텐츠 플랫폼 ‘시그니처 라이브러리’를 론칭했다. 시그니처 라이브러리는 한화손보가 지향하는 ‘여성 웰니스 리딩 파트너’의 브랜드 철학을 담아, 동기부여·관계·금융·테라피·펨테크 등 다양한 주제의 콘텐츠를 균형감 있게 다루는 디지털 플랫폼이다.
한화손해보험 외에도 교보라이프플래닛·현대해상·ABL생명·교보생명 등은 여성의 생애 주기에 맞춘 보장을 제공하는 여성 전용 보험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은행권은 여성 고객의 니즈를 반영해 유통산업과의 협업을 가속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KB금융그룹은 현대백화점그룹과 업무협약을 통해 금융·유통을 아우르는 프리미엄 브랜드 가치 결합을 통해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걸친 차별화된 금융·비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신한은행도 롯데백화점·신세계그룹과 협력 관계를 맺고 금융과 유통을 결합한 신상품을 출시하거나 준비하고 있다.
최근에는 'K-뷰티 산업'을 선도하고 있는 CJ올리브영과 특화 금융상품 및 서비스 출시를 위한 파트너십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신한은행은 올리브영 회원에게 금리 우대혜택을 제공하는 파킹통장을 출시하고, 온라인 및 오프라인 매장에서 전용 통장 또는 연계 체크카드로 결제할 경우 다양한 리워드 혜택을 제공한다. 또한 생활밀착형 금융 서비스 제공을 위한 디지털 마케팅 협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 밖에 하나은행은 현대백화점, 우리은행은 CJ올리브네트웍스, NH농협은행은 컬리와 손을 잡았다.
워킹맘의 주요 관심사인 자녀 금융 교육에 대응한 금융 서비스와 상품도 출시되고 있다.
IBK기업은행은 임신·출산부터 청소년기까지 아이의 성장 단계에 필요한 금융과 생활 서비스를 종합 제공하는 ‘아이 봄’ 플랫폼을 출시했으며 하나은행은 미래 세대의 건전한 금융 습관 형성과 안정적인 자산 마련을 지원하기 위해 미성년자 전용 적금인 '꿈꾸는 저금통'을 내놓았다.
카카오뱅크와 토스뱅크 등의 인터넷은행은 ‘우리아이통장·우리아이적금’, '태아적금' 등을 제공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금융사들이 워킹맘을 비롯한 여성 특화 니즈를 반영한 맞춤형 금융 상품을 통해 여성 고객군에 대응하고, 가족 금융 확대를 통해 장기적 수익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왕다운 하나금융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현재 워킹맘을 겨낭한 상품이 일부 존재하지만, 이들의 일상과 금융 니즈를 반영한 차별적 관리가 부족한 상황이다"며, "소비·투자 패턴을 반영한 금융 서비스와 더불어 자녀 돌봄·교육 등 비금융 혜택을 결합한 종합적 라이프 관리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서 "엄마의 금융 활동이 자녀와 가족 전체의 혜택으로 이어지도록 '가족 단위 맞춤형 서비스'를 통해 세대를 관통하는 장기적 고객 관계와 록인(Lock-in) 효과를 강화하는 '패밀리 금융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여성들의 경제적 위상이 강화되면서 금융사도 여성 고객을 통해 신규 기회를 모색할 시점이다"며, "금융혜택 위주에서 벗어나 이종 산업과의 협업을 통한 비금융 서비스 제공으로 여성 고객의 니즈를 만족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서비스를 고도화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글로벌 시장도 여성 고객을 주목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인 맥킨지에 따르면, 여성 금융 시장의 규모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맥킨지는 미국 여성의 금융자산은 베이비부머 남성 배우자로부터의 대규모 부의 이전, 사회적 지위 향상 등으로 2020년 10조달러에서 2030년에는 30조달러까지 급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맥킨지는 향후 3~5년 동안 여성이 가족의 재정적 결정에 대한 책임을 더욱 크게 지게 될 것이며 여성은 금융사의 중요한 고객군으로 부상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 여성을 고객으로 유치하면 기존 수익의 33%를 추가 창출할 수 있으며 특히 밀레니얼 세대 여성 고객을 확보할 경우 최대 4배 이상의 매출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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