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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은 이달 초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 준비를 위한 TF를 출범했다. 일부 직원이 발령을 받았고, 입찰 공고가 나오는 즉시 본격 가동할 예정이다. 현대백화점면세점도 공고가 열리는 대로 참여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사업권을 반납한 신라·신세계면세점도 재입찰 참여가 원칙적으로 가능한 만큼 사실상 국내 면세 ‘빅4’가 모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업계는 각 사가 이미 내부적으로 수익성을 검토하며 입찰가 산정 등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입찰 대상은 신라가 반납한 DF1(화장품·향수)과 신세계가 내놓은 DF2(주류·담배) 권역이다. 제1·2터미널 출국장의 핵심 동선에 위치해 있어 매출 파급력이 절대적이다. 화장품·향수는 단골 효자 품목이고, 주류·담배는 고정 수요가 탄탄한 스테디셀러다. 두 권역은 각각 내년 3월16일, 4월27일까지가 기존 사업자의 의무 영업기간이다. 공사는 그 이전 새 사업자를 선정해 공백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 관계자는 “상황이 촉박한 만큼 12월 중순을 목표로 입찰 공고 준비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관련 부서에서 일정과 조건을 정리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시장 상황과 업계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입찰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업계가 예의주시하는 대목은 입찰 조건이다. 2023년 입찰 당시 공사는 DF1·DF2의 최저 수용금(여객 1인당 임대료)을 각각 5346원, 5616원으로 제시했고, 신라·신세계는 9000원대에 가까운 고가로 베팅했다. 두 회사는 결국 손실을 견디지 못하고 법원에 임대료 조정을 신청했고 법원이 25~27% 인하를 권고했지만 공사는 거부했다. 양사는 위약금을 감수하고 사업권을 반납했다. 당시 법원 제출 자료가 ‘가이드라인’으로 시장에 공유된 만큼, 이번에는 고가 경쟁이 반복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입찰의 무게중심은 가격보다 정성평가로 이동하고 있다.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은 가격 평가와 정성 평가를 병행하는 구조다. 정성 평가에는 브랜드 구성, 서비스 품질, 운영 능력, 계약 신뢰도 등이 포함된다. 국내 면세점 중에서는 롯데면세점이 유력 후보로 꼽힌다. 시내점 정비와 따이궁 거래 축소로 올해 3분기 연속 흑자를 내며 재무 체력을 회복했고, 인천공항 복귀는 글로벌 바잉 파워 확대와 국내 1위 수성에 중요하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현재 DF5(럭셔리 부티크)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고, 시내점 구조조정을 통해 역량을 확보한 점, 사업권 중도 반납 이력이 없는 것도 강점이다.
물론 신라·신세계면세점의 재도전 가능성도 열려 있다. 두 업체는 입찰 참여 자격에 제약이 없고, 이미 해당 권역을 운영해본 경험과 브랜드 포트폴리오에서 강점을 지닌다. 다만 공사와 임대료 갈등 이력이 정성평가 신뢰도 항목에서 큰 감점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해외 기업의 출사표도 변수로 꼽힌다. 대표적으로 글로벌 1위 면세사업자인 CDFG는 2023년 입찰에도 참여했다가 고배를 마셨지만,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국영기업이라는 점에서 막강한 자본력을 갖고 있다. 국내 면세점들이 수익성을 최우선으로 따지며 신중한 접근을 하는 동안, CDFG는 공격적인 입찰가를 써낼 여력이 있다는 점에서 업계의 경계심이 높다. 이외에도 태국 킹파워, 프랑스 라가르데르, 스위스 아볼타(구 듀프리) 등 글로벌 업체들도 입찰 동향을 주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이번 입찰이 인천공항 면세 시장을 고가 베팅에서 지속가능성 중심으로 전환하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공고가 나와야 세부 조건을 정확히 판단할 수 있지만, 이번 입찰에서는 단기 매출보다 수익성과 운영 안정성을 더 중시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며 “각 사의 준비 과정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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