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감나는 벵골호랑이 연출에 '술렁'…'라이프 오브 파이', 韓 상륙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우리 작품을 완성하는 마지막 요소는 관객입니다. 우리와 함께 이야기를 믿어주고, 상상력을 발휘해서 파이의 여정을 함께 떠나자고 초대하는 공연입니다.”(리 토니 인터내셔널 연출)

전 세계 관객을 사로잡은 공연 ‘라이프 오브 파이’가 한국 공략에 나선다. 얀 마텔의 베스트셀러 ‘파이 이야기’를 무대화한 작품으로, 연극과 뮤지컬 어느 장르로도 규정하기 어려운 스펙터클한 무대 경험을 선사할 예정이다.

26일 서울 강남구 GS아트센터에서 열린 ‘라이프 오브 파이’ 기자 간담회에서 리 토니 연출은 “관객 또한 상상력과 자신만의 스토리텔링을 보태며 극에 동참해야 한다”며 “그래야 동물들의 이야기가 생생하게 살아나고, 한층 극대화된 극적 체험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26일 서울 강남구 GS아트센터에서 열린 ‘라이프 오브 파이’ 한국 초연 제작진 공동 인터뷰에서 케이트 로우셀 퍼펫 디렉터(왼쪽부터), 리 토니 인터내셔널 연출, 신동원 에스앤코 대표가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에스앤코).

‘라이프 오브 파이’는 태평양 한가운데에서 구명보트에 남겨진 소년 파이와 벵골호랑이 리처드 파커가 227일간 펼치는 감동과 희망의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원작 소설인 ‘파이 이야기’는 전 세계에서 1500만 부 이상 판매되고, 발간 1년여 만에 맨부커상을 수상했다. 2012년에는 이안 감독이 영화로 제작해 6억900만달러 이상을 벌어들이며 글로벌 흥행에 성공했다.

무대화 작업 역시 큰 성공을 거뒀다. 웨스트엔드와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이후 토니상 3개 부문과 올리비에상 5개 부문을 휩쓸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신동원 에스앤코 대표는 “원작 소설과 영화의 팬이었는데, 처음 이 작품을 무대화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반신반의했다”며 “하지만 무대 위에서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등장한 리처드 파커와 눈이 마주친 순간 희열을 느꼈다. 단순히 ‘보는 공연’을 넘어 온몸으로 경험하는 신비로운 작품을 꼭 한국 관객에게 소개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가장 큰 궁금증은 원작의 방대한 서사를 무대 위에서 어떻게 구현할지다. 제작진은 거대한 폭풍우와 광활한 밤하늘 등 자연의 경이로움을 무대 디자인과 영상, 음악 등을 결합해 몰입감 있게 재현할 계획이다. 살아 숨 쉬는 무대를 완성하는 핵심에는 퍼펫티어(인형을 조종하는 배우)가 있다. 실제 동물의 골격·근육·움직임을 모티브로 정교하게 설계된 퍼펫을 세 명의 배우가 한 팀을 이뤄 조종하는 방식이다. 이날 인터뷰 현장에서는 퍼펫티어 배우들이 직접 시연에 나섰다. 마치 호랑이가 눈앞에 살아난 듯한 움직임으로 본 무대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퍼펫 디렉터 케이트 로우셀은 “세 명의 퍼펫티어가 함께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서로의 리듬과 호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보다 사실적인 동작을 구현하기 위해 반복적인 훈련을 거듭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6일 서울 강남구 GS아트센터에서 열린 공연 ‘라이프 오브 파이’ 간담회에서 배우들이 벵골호랑이 리처드 파커를 연기하고 있다(사진=에스앤코).

한국 초연은 12월 2일부터 내년 3월 2일까지 GS아트센터에서 펼쳐진다. 배우 박정민과 박강현이 파이 역을 맡고, 9명의 퍼펫티어를 포함한 총 27명의 배우가 무대를 이끈다. 토니 연출은 “두 주연 배우의 개성이 뚜렷하다”며 “각자의 성향을 작품 안에 자연스럽게 녹여,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특별한 여정을 만들어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번 공연에서는 한국 프로덕션에서만 볼 수 있는 장면들도 새롭게 선보인다. 토니 연출은 “‘라이프 오브 파이’는 희망과 끈기, 인내에 대해 말하는 작품”이라며 “두 가지 버전의 파이 이야기를 제시하는데, 어떤 이야기를 선택해 자신의 삶을 비춰볼지는 관객에게 달려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