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괴물을 만들었는가. 요즘 넷플릭스 영화 프랑켄슈타인이 인기가 많다고 한다. 영화는 주인공 빅터와 피조물의 관계를 과학자와 실험체가 아니라 ‘아버지와 아들’의 비극으로 그리면서 생명을 만들었으면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준다. 마지막에 괴물처럼 보이는 피조물보다 책임을 회피하고 끝없는 욕망에 사로잡힌 인간이 더 괴물일 수 있다는 질문을 던지는데 창조자와 피조물, 강자와 약자, 기득권과 비기득권의 권력구 조를 뒤집어 보며 누군가의 행동과 선택이 괴물성을 규정한다는 점을 관객에게 묻는 것이다.
최근 대형 배달플랫폼 기업 간 퀵커머스 경쟁이 가열돼 당일배송도 모자라 30분 이내 도착하는 경쟁이 시작되고 있다. 품목도 다양해 공산품은 물론이고 신선식품이나 밀키트, 간편식 등 안 되는 게 없다. 과거 기억이 떠올라 흠칫 불안해진다. 1990년대 후반 미국과 2010년대 한국에서 펼쳐졌던 30분 이내 피자배달 이야기다. 과도한 배달시간의 압박으로 배달원들의 난폭운전에 따른 사망 사고, 노동환경의 악화로 크게 사회 문제로 대두됐던 기억이 있다. 지금 국회에서는 새벽배송에 대한 여러 의견을 취합 중인 것 같다. 택배노조는 초심야 시간 배송제한을 주장하는데 밤 12시부터 오전 5시까지의 초심야 시간대 배송을 금지하는 이유를 이 시간대가 근로자의생체리듬을 파괴하는 시간대이며 이로 인해 수명장애, 심혈관 질환, 암 등 심각한 건강 문제를 유발한다고 했고 대안으로 배송시스템을 오전 5시 출근조와 오후 3시 출근조로 나누는 주간 연속 2교대 형태로 전환하고 심야의 노동의 연속성을 끊는 대신 낮시간 중심의 근무체계를 유지하자고 제안했다.
또 한편으로는 같은 근로자인 쿠팡택배 위탁 기사 모임인 쿠팡파트너스연합회는 새벽배송을 금지하면 야간 기사의 생계를 박탈하게 되고 택배산업의 자해행위라고 주장하며 새벽배송 근로자들이 오히려 새벽배송을 원한다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수입도 더 좋고, 주간보다 차도 덜 막히며, 낮에 개인시간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업계의 의견은 새벽배송이 멈추면 우리 일상 모두가 멈출 것이라고 주장하고 관련 산업인 소상공인의 매출도 급감해 피해가 속출할 것이며 워킹맘의 일상이 멈추고 현실적으로 버틸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누구의 주장이 맞는 건지 그 속을 알기는 어렵지만 독점 플랫폼들이 언제부터 소상공인이나 소비자의 편이었는지 곰곰이 생각해보면 쓴웃음이 나기도 한다. 다만 누구에게 편리한가보다 누구에게 해가 되는가를 고려한다면 어느 정도 모든 국민이 납득할 정답은 아니더라도 해답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무한경쟁시대에 누군가의 희생을 강요해 나만 편하고 나만 돈 벌면 되는 괴물은 더 이상 나오지 말아야 한다. 경쟁보다 배려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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