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인천 미추홀구 ESG 행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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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인천 미추홀구 ESG 행정

경기일보 2025-11-26 19:21:4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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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어린이도서관이 다시 문을 열었다. 책 대신 재활용품이 쌓이고 주민들의 손끝에서 그것들이 하나둘 새 물건으로 되살아난다. 이곳이 바로 미추홀구의 ESG센터다. ‘환경과 사회, 그리고 책임 있는 행정’을 구현하기 위해 어르신과 아이들의 세대를 이어주는 공간이자 미추홀구가 꿈꾸는 지속가능한 미래의 축소판이다.

 

ESG는 기업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역 행정이 주민과 함께 실천할 수 있는 생활의 언어가 돼야 한다. 미추홀구는 행정의 무게를 ‘환경을 지키는 일상’으로 옮기기 위해 작은 변화부터 시작했다. 폐관된 숭의어린이도서관을 리모델링해 만든 ESG센터는 그 상징적인 첫걸음이다. ESG센터에는 58명의 어르신이 새로운 일자리로 참여하고 있다. 투명 페트병을 수거하고 씻어 장갑, 조끼, 모자 등으로 새활용 제품을 생산한다. 새활용 제품은 다시 공공기관에 납품되고 수익은 지역으로 되돌아온다. 그 결과 작년 10월 개소해 지금까지 약 1억9천만원의 수익과 예산 절감 효과를 거뒀다. 버려지는 것이 다시 쓰임을 얻고, 일자리가 생기며, 지역이 살아난다. 그 자체로 ESG의 순환 구조가 완성된다. 미추홀구 ESG센터 모델과 여기서 추진되는 편의점 재활용품 수거, 장난감 무상 수거함 운영, 수거된 장난감 수리를 통한 취약계층 장난감 기부 등 다양한 사업의 아이디어가 모여 지역의 체질을 바꾸고 있다.

 

이러한 혁신적 시도가 성과로 이어져 미추홀구는 ‘민·관·산·학 기반 자원순환 미추홀구 ESG센터 모델’로 2024년 인천시 정성평가 우수정책 경진대회에서 환경 분야 대상, 2025년 대한민국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주관 ‘민선 8기 전국 기초지방정부 우수정책 경진대회’에서 전국 83개 지방정부 137건의 정책 중 종합대상을 수상했다. 거리에서도 변화는 이어진다. 주민들이 일상에서 버려지는 재활용품을 깨끗하게 분리해 가져오면 품목별로 현금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미추 자원순환가게’ 23개소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3년간 약 900t의 재활용품을 모았으며 이는 무려 38만그루의 나무가 1년 동안 흡수하는 양에 해당하는 670t의 탄소를 줄이는 효과를 거둔 것이다. 전국 기초지자체 최초로 개발해 설치한 페트병 무인수거기 32대도 주민 누구나 24시간 재활용에 참여할 수 있는 통로가 됐다. 투명 페트병 한 개당 10원의 보상은 단순한 인센티브가 아니라 ‘환경 실천의 습관’을 만드는 장치다. 또 ‘미추홀구 폐비닐 분리배출일’을 지정해 266t의 폐비닐을 수거했으며 약 8천600만원의 예산을 절감했다.

 

교육과 문화의 변화도 함께 일어나고 있다. 인천 유일의 환경 전문 교육시설인 인천업사이클에코센터에서는 매년 2만명이 넘는 주민이 자원순환 교육과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다.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물품공유센터와 새활용 알맹가게, 플라스틱방앗간을 찾으며 ‘버리는 법’을 다시 배우고 있다. 행정이 길을 열면 주민이 그 길을 생활로 만든다. 청사 내부의 풍경도 달라졌다. 직원들은 다회용 컵을 공유하고 회의에는 일회용품이 사라졌다. ‘행정이 먼저 변해야 주민도 변한다’는 믿음이 구정의 중심에 자리 잡았다. 이런 변화는 단지 청결 캠페인이나 쓰레기 감축이 아니라 2026년 시행될 수도권 직매립 금지를 앞둔 행정의 구조적 전환이기도 하다.

 

미추홀구의 ESG 행정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다. 재활용품을 씻는 주민의 손, 분리배출을 지키는 한 사람의 습관, 그리고 그 뒤에서 지원하는 행정의 땀방울이 만들어낸 결과다. 지속가능한 미래는 먼 곳에 있지 않다. 버려지는 것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 지금 이 순간, 미추홀구의 내일이 자라나고 있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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