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시장의 성장으로 인체적용시험을 활용한 광고가 증가하고 있지만 관련 규정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책임판매업자는 물론 인체적용시험기관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이는 곧 소비자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문제로 이어져 업계의 인식 개선은 물론 관리 감독이 시급한 실정이다.
이 가운데 화장품 인체적용시험기관을 대상으로 한 교육의 장이 열렸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6일 서울역 스페이스쉐어에서 화장품 인체적용시험기관을 대상으로 ‘화장품분야 정책설명회’를 개최했다.
현재 화장품 인체적용시험 실시기관은 총 50여개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들 기관은 식약처에 등록할 의무가 없으며 식약처 역시 관리 감독 권한이 없어 사실상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에 피험자들이 정확한 정보 없이 시험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고 화장품법에 위반하는 표시광고 문구를 사용, 소비자를 오인하게 만드는 광고들도 만연한 상황이다. 무엇보다 이로 인한 피해는 오롯이 소비자 몫이란 점에서 인체적용시험기관에 대한 규제 강화와 기관 자체의 자정 노력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열린 이번 정책설명회는 화장품 인체적용시험기관이 규정에 맞는 올바른 인체적용시험을 수행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을 안내하고 기관의 이해도와 경각심을 높이기 위한 자리였다.
화장품법 제13조(‘부당한 표시광고행위 금지’)에서는 의약품이나 기능성화장품으로 오인하게 하는 표현을 금지하고 있다.
예를 들면 아토피, 심신피로 회복, 항염·진통효과 등 질병을 진단·치료하는 의미의 표현을 담거나 기능성화장품을 심사보고하지 않은 제품에서 미백, 화이트닝, 주름 개선, 자외선 차단 등의 표현을 할 수 없는 것이다. 또 기능성화장품으로 허가를 받더라도 여드름, 아토피, 탈모 등에 직접적으로 개선효과가 있다고 표현해선 안 되며 ‘~~를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만 표시광고가 가능하다. ○○아토피협회 인증 화장품, ○○대학교 출신 의사가 개발한 화장품 등 특정인 또는 기관을 지정하는 표현도 금지돼 있다.
하지만 화장품법 제14조(‘표시·광고 실증에 관한 규정’)에 의해 일부 표현은 광고주가 표시 광고된 효능 효과에 대한 실증자료를 갖추고 있으면 표시 광고가 가능하다. ▲여드름성 피부 사용에 적합 ▲일시적 셀룰라이트 감소 ▲기미, 주근깨 완화에 도움 ▲빠지는 모발을 감소시킨다 등이 대표적인 실증대상 표시광고 표현이다.
문제는 표시광고 내용을 충분히 입증할 수 없는 실증자료를 근거로 내세워 광고되고 있는 위반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예 : 피부자극 0.00% 무자극, 승모 피부 볼륨 2주 사용 후 최대 84.47% 감소, 30년 이상 오래된 깊고 진한 기미 완화 등)
이날 발표에 나선 식약처 화장품정책과 이용준 주무관은 “기기평가와 같이 결과를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지표가 아닌 육안, 설문평가와 같은 지표를 1차 유효성 평가지표로 설정하거나 대조군 설정을 통한 평가를 진행하지 않은 경우 등은 실증자료로 타당하지 않다”며 “실증대상 표시광고에 해당하는 표현을 명확히 인지하고 이에 대해 충분히 입증할 수 있는 실증자료를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정책설명회에서는 기능성화장품 인체적용시험과 관련해 기관이 인지해야 할 사항들도 공유됐다.
현재 인체적용시험과정은 공개되지 않고 폐쇄적인 데다 표준 프로토콜마저 부재해 안전사고나 비윤리적 실험이 발생할 소지가 다분하다. 실제 일부 기관에서는 한 명의 피험자가 여러 부위에 동시에 제품을 테스트하거나 원하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임상시험을 무한 반복하는 등 연구윤리를 위반한 행위가 이뤄지고 있다.
식약처 화장품심사과 윤경은 연구관의 발표내용에 따르면 기능성화장품의 인체적용시험은 헬싱키 선언(인체실험 등 인간대상 연구의 윤리적 기준을 제시한 국제적 의료윤리 지침.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제18회 세계의사회 총회에서 채택됨)에 근거한 윤리적 원칙에 따라 수행돼야 하며 시험대상자에게 자발적 시험참가 동의서를 받아야 한다.
또 인체적용시험은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부위를 원칙으로 하며 그 외 부위 적용은 과학적 또는 윤리적으로 타당함이 입증돼야 한다. 나아가 기본원칙은 자외선차단지수, 누적첩포시험, 1차 피부자극시험 등 일부를 제외하고 서로 다른 두 개 이상 시험에 시험대상자 중복 참여가 불가능하며 시험책임자는 시험대상자의 중복 참여 제한 원칙을 마련하고 관리해야 한다.
부작용이 발생할 경우에는 해당 제품의 책임판매업자를 통해 식약처에 보고해야 하며 이에 대한 조치내역이 인체적용시험자료에 포함돼야 한다(예-피부장벽 : 피부과전문의가 관찰하고 문진한 항목을 확인했음을 할 수 있는 자료 제출).
이날 정책설명회를 주최한 식약처 화장품정책과 측은 “언론에서도 지적한 바와 같이 화장품 인체적용시험 관리가 미비함을 인지하고 있다”며 “피험자의 안전은 물론 화장품을 사용하는 소비자의 안전성과 신뢰성 강화를 위해 인체적용시험기관의 관리방안을 지속적으로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식약처는 피험자 안전관리 미비 등 민원 발생 시 해당 인체적용시험기관의 행정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또 대한화장품협회의 광고 사전 심의 및 모니터링과정에서 인체적용시험기관협의회에 실증을 요청해 적합하다고 판단된 광고 건은 식약처 실증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행정적 지원을 통해 민간의 자정 노력을 촉구하고 있다.
한편 본지는 피부임상시험에 관한 문제를 일찌감치 인식하고 개선 필요성에 선도적으로 목소리를 냈다(본지 2024.07.09 [기자의 눈] 국내 피부임상센터 관리·감독 위한 엄격한 기준 세워야, 본지 2025.03.12 화장품 임상시험결과 조작 제보 ‘충격’ 기사 참고).
이에 해당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지난 국감에서 공론화된 바 있으며 식약처 오유경 처장 역시 문제를 인정하고 제도 개선 의지를 밝힌 바 있다(본지 2025. 10.21 [복지위 국감] 이주영 의원 “K-뷰티 임상시험 사각지대…피험자 안전 심히 우려” 기사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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