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호찌민의 한 주택가에서 한국인 남성의 시신이 든 대형 가방이 발견된 충격적인 사건과 관련해, 시신을 유기한 용의자들이 국내 조직폭력배와 연관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23일 오후 4시경 호찌민의 한 고급 아파트 인근에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파란색 여행용 가방 안에서 심하게 부패한 상태의 한국인 남성 A씨의 시신을 발견했다.
사건 발생 직후 가방을 현장에 유기한 뒤 달아난 두 남성은 현지 경찰에 의해 곧바로 검거됐다.
현지 수사 당국과 한국 경찰청에 따르면, 검거된 B씨(25세)와 C씨(24세)는 각각 대구 지역에서 활동해온 폭력조직과 연관된 인물들로 확인됐다.
이들은 과거 범죄단체조직죄로 실형을 선고받은 전력도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B씨는 대구 일대에서 활동하는 조직 중 하나인 월배파 소속으로 알려졌으나, 일부 경찰 관계자는 그가 월배파 정식 조직원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C씨는 특정 폭력조직 소속은 아니지만, 특정 조직을 추종하는 세력에 속한 인물로 경찰의 감시 대상은 아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자인 A씨는 캄보디아와 베트남 등지에서 보이스피싱을 비롯한 다양한 스캠 범죄를 벌여온 국제 범죄조직의 총책으로 지목되고 있다.
경찰은 A씨와 용의자들이 캄보디아와 베트남에서 자금세탁 등의 범죄 활동을 벌여온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도박 등 금전 문제로 갈등이 불거져 A씨가 폭행 끝에 사망에 이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건 당일, 가방 주변을 배회하던 B씨와 C씨는 가방에서 나는 냄새로 인해 사람들이 몰려들자 가방을 그대로 현장에 버리고 급히 택시를 이용해 도주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현지 경찰의 신속한 대응으로 두 사람은 곧 체포되어 조사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들이 A씨를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하려 했던 정황에 주목하며, 구체적인 범행 경위와 시신 유기 시점 등을 파악 중이다.
현지 경찰은 발견 당시 시신의 부패 상태가 상당히 진행돼 있었던 점을 근거로 A씨의 사망 시점을 정밀히 분석하고 있다.
부검을 통해 정확한 사망 원인과 범행 도구 등을 확인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아울러 가방이 발견된 장소는 고급 아파트와 주택이 밀집된 지역으로, 치안이 비교적 안정된 곳으로 알려져 있어 현지 사회에도 큰 충격을 주고 있다.
한국 경찰청 관계자는 “현재는 베트남 현지 경찰이 사건을 수사 중이며, 용의자들의 송환 여부에 따라 국제범죄수사팀 등 관련 부서에서 본격적인 조사를 이어갈 방침”이라고 전했다.
이어 “현지 수사 결과와 확보된 증거 자료를 바탕으로 국내법 적용 가능성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 사건은 단순한 해외 범죄가 아니라 국내 조직폭력배와 국제 범죄조직 간의 연결고리가 드러난 점에서 더욱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해외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범죄 조직원들이 보이스피싱, 자금세탁, 불법 도박 등 다양한 불법 행위를 벌이고 있는 실태가 재조명되며 국제 공조 수사의 중요성도 다시 한번 강조되고 있다.
한편, A씨가 몸담았던 조직은 캄보디아 웬치 지역 등지에서 활동한 것으로 파악되며,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사기 수법을 통해 막대한 부당 이익을 챙겨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여러 차례 국제적 스캠 조직에 대한 경고가 있었음에도, 실질적인 단속과 처벌이 이뤄지지 않아 이 같은 비극적인 결과를 낳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현재 사건의 실체가 드러남에 따라, 베트남과 캄보디아를 비롯한 동남아 각국에서 한국인 범죄조직에 대한 감시와 단속이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국내에서도 해외에서 활동 중인 범죄 조직원에 대한 체계적인 정보 수집과 관리, 그리고 국제 공조 체계 구축의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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