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3로 돌아온 드라마 '모범택시'/ 드라마 공식 포스터
신안 염전 노예 사건, 웹하드 카르텔, 보이스피싱, 사이비 종교, 클럽 게이트 등 〈모범택시〉 시즌1과 시즌2에서 화제된 에피소드 4편을 돌아본다.
유데이터, 웹하드 카르텔의 얼굴
〈모범택시〉 시즌 1은 빌런 백현진의 발견이었습니다. 에피소드 5~8화에 걸쳐 펼쳐진 ‘유데이터’ 편은 탐사보도 방송에 나온 사건 영상들을 재현하며, 현실 보다 더 현실같은 장면을 연출했는데요. 웹하드 업체 유데이터의 회장 박양진(백현진)은 출근할 때마다 직원들의 박수 세례를 받으며 로비를 행진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직원은 사무실 한복판에서 뺨을 때리는 인물이죠. 직원들은 멍하니 지켜볼 뿐. 누가 봐도 2018년 한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든 ‘웹하드 갑질·폭행’ 사건의 실사판이고, 실제로 유데이터와 박양진은 웹하드 업계 1·2위를 차지했던 업체의 실소유주를 떠올리게 합니다. 에피소드에서 김도기(이제훈)는 경비팀장으로 위장 입사해 유데이터 전략기획실 깊숙이 파고드는데요. 사실 전략기획실은 직원들의 휴대전화와 대화를 상시 감시하는 통제실이었다는 반전! 사건은 여러 고비를 겪고 마침내 서버실에 숨겨둔 불법 동영상과 폭행 영상이 모두 회수되며 마무리됩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결말은 김도기와 무지개 운수 팀은 박양진을 ‘커스텀 감방’에 가둔 뒤, 그가 남들 인생을 망가뜨리며 벌어들인 돈이 어떻게 사라지는지 똑같이 지켜보게 만들며 통쾌함을 선사했죠.
보이스피싱, 전화 한 통으로 시작되는 지옥
시즌 1에서 나온 보이스피싱 에피소드는, 한국 사회에서 일상이 되어버린 범죄를 정면으로 다뤄 의미가 있습니다. 시작은 소소했습니다. 폐지를 주워 생계를 이어가던 할머니가 “대출을 저금리로 바꿔주겠다”는 전화를 받고, 통장 잔액을 몽땅 보내버린 것이죠. 실제 이런 사태는 하루에도 수십건 벌어지는데요.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06년부터 2021년까지 국내 보이스피싱 누적 피해액은 약 3조 8,681억 원, 발생 건수는 27만 8,200건에 달한다고 합니다. 에피소드 속 무지개 운수 회의 장면에서도 ‘이 정도면 개인 실수가 아니라 사회 구조 문제’라는 대사가 나오며, 보이스피싱 문제를 공론화 장으로 끄집어냈죠. 김도기(이제훈)는 보이스피싱 운반책을 역추적해 해외 콜센터까지 진입하고, 콜센터 직원 겸 현지 관리자 부캐로 변신했습니다. 좁은 방 안에 수십 대의 책상과 헤드셋이 늘어서 있고, “대출을 도와드리겠다”, “검찰입니다”라는 멘트를 하루 종일 반복하는 청년들이 등장하는데요. 포스터에는 ‘월 1,000만 원도 가능’ 같은 문구가 붙어 있고, 일을 그만두겠다는 사람에겐 집단 구타와 감금이 가해지는게, 최근 캄보디아 납치 감금 사태를 떠올리게 합니다. 무지개 운수 팀은 콜센터의 자금 흐름을 추적해 피해금 흐름을 끊고, 조직원 전원을 트럭에 태워 한국으로 데려옵니다. 경찰서 앞에 일렬로 서 있는 조직원들, 통장 잔액을 되돌려 받은 피해자들의 표정이 교차되면서 에피소드는 마무리됩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총책 검거율이 2% 남짓이고, 피해금 회수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이 복수극은 판타지에 가깝습니다.
순백교, 사이비가 점령한 ‘순백 동산’
〈모범택시〉는 2번째 시즌에서 오컬트 장르로 확장를 시도했습니다. 에피소드 7~8회의 ‘순백교’ 편은 〈모범택시〉 시리즈 중 가장 오싹한 분위기를 자랑하는데요. 교주 오철영(최원)이 이끄는 순백교는 “순백하게 태어나 순백하게 돌아간다”는 말을 주문처럼 반복합니다. 흰 옷을 입은 신도들은 가족과 연락을 끊고, ‘순백 동산’이라 불리는 산속 시설에서 노동과 기도를 반복합니다. 에피소드가 방영될 당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이 한국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키며 여러 사이비 종교의 실체가 공론화되고 있었고, 〈모범택시2〉 역시 사이비 종교와 VIP 클럽을 소재로 한 에피소드로 현실과 묘하게 호흡을 맞췄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에피소드는 특정 단일 사건이라기보다, 한국 현대사 곳곳을 장식한 여러 사이비 종교 피해 사례들을 압축한 형태에 가까웠는데요. 김도기(이제훈)가 신입 신도로 잠입한 뒤, 곧 ‘법사 도기’라는 무당 부캐로 레벨업합니다. 장성철(김의성)과 무지개 운수 팀은 굿판 세트를 통째로 들고 순백 동산에 입성하고, 교주가 가장 두려워하는 존재인 ‘어머니의 영혼’이 빙의된 것처럼 연출하죠. 결말은 공개 처벌에 가깝습니다. 경찰이 들이닥치고, 교주는 자신이 만든 무대 위에서 수갑을 찬 채 끌려 나갑니다. 현실의 피해자들이 겪은 긴 시간의 상처를 생각하면 이 엔딩은 너무도 짧고 깔끔합니다. 그렇기에 더 씁쓸하고, 동시에 묘하게 통쾌한 에피소드이기도 합니다.
블랙썬 게이트, 버닝썬 이후의 가상 보고서
시즌 2 11~14화의 ‘블랙썬’ 편은 〈모범택시〉 세계관의 클라이맥스에 해당합니다. 제목부터 노골적입니다. 블랙썬이라는 이름의 VIP 클럽, 마약이 섞인 술, 의식을 잃은 여성, 불법 촬영, 단톡방 공유, 경찰·권력 유착까지. 누구나 떠올릴 수 있는 사건이죠. 2018년 서울 강남 클럽에서 시작된 이른바 ‘버닝썬 게이트’입니다. 여러 매체에서 〈모범택시2〉의 블랙썬 에피소드가 버닝썬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며, 승리 출소 시기와 방영 타이밍까지 겹쳤다고 분석하기도 했죠. 여기서 김도기(이제훈)는 VVIP ‘회장님’ 부캐로 등장합니다. 유명 아이돌 빅터(고건한)가 출입하는 룸에 자연스럽게 합석해, 누구보다 자연스럽게 부패의 심장부에 접근합니다. 무지개 운수 팀의 복수는 이번에도 시원합니다. 블랙썬 내부의 CCTV 영상, 장부, 마약 거래 내역, 접대 리스트를 통째로 확보한 뒤, 사건의 출발점이 된 한 형사의 죽음과 함께 온라인에 모두 공개하는 것입니다. 경찰 고위 간부는 언론 카메라 앞에서 VIP 룸 대신 포토라인에 서게 됩니다. 현실의 버닝썬 관련 판결이 아쉬움을 남겼다면, 〈모범택시2〉의 블랙썬 에피소드는 시청자들이 댓글창에 적어두던 상상 속 결말을 드라마적 형식으로 구현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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