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매운맛을 숫자로 읽어내는 인공 혀 기술이 한 걸음 더 현실에 다가섰다. 중국 화동이공대학교 연구팀이 사람이 혀로 느끼는 자극의 원리를 모사해 캡사이신 농도를 전기 신호로 포착하는 센서를 개발한 것이다. 그동안 주관적 감각에 의존하던 매운맛을 객관적인 데이터로 옮기려는 시도가 기술로 구체화되고 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ACS Sensors'에 실렸다.
◆ 우유가 매운맛을 누그러뜨리는 원리에서 착안
연구팀은 먼저 매운 음식을 먹을 때 우유가 효과적인 이유에서 출발했다. 우유 속 단백질 카제인이 캡사이신과 결합해 자극을 완화하는 성질이 있는데, 이 작용을 그대로 센서 구조에 적용한 것이다.
아크릴산, 염화콜린, 분말 우유 등을 혼합해 젤 형태의 필름을 만들고, 내부에 전류가 흐르도록 설계했다. 캡사이신이 필름과 닿으면 이온 이동이 변하면서 전류값이 달라지는 방식이다.
실험에서 센서는 0.0001~1 wt%의 낮은 농도 변화도 민감하게 감지했고 반응 속도는 10초 미만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캡사이신 농도가 아주 조금만 달라져도 신호 변화가 즉각 포착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식품을 복잡하게 전처리하지 않아도 자극 성분을 바로 읽어낼 수 있어, 제조 과정에서 곧바로 활용할 수 있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 사람 미각과 높은 일치…매운맛 표준화 한 걸음
연구팀은 고추 8종과 핫소스 등 자극성 식품 8종을 대상으로 인공 혀 테스트를 진행했다. 센서가 산출한 전기 신호값을 맛 평가단의 점수와 비교한 결과, 두 데이터는 높은 상관성을 보였다. 단순히 화학적 농도만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체감하는 ‘매운 정도’를 일정 부분 반영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매운맛은 개인차가 커 제조 현장에서 표준을 잡기 어려운 감각이다. 이번 기술이 상용화되면 식품업계가 매운맛을 수치 기반으로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며, 로봇 미각 시스템·인공 감각 장치·맛 데이터 연구 등으로 확장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산업 적용을 위해서는 보다 다양한 환경에서의 정확성 검증, 반복 측정 안정성, 장시간 내구성 확보 등이 필요하다. 또한 매운맛은 혀끝의 자극뿐 아니라 열감과 화끈함의 지속성 등 복합적 요소로 구성돼 있어 현재 기술은 그중 ‘강도’에 해당하는 일부 감각을 수치화하는 단계에 머무른다. 그럼에도 이번 기술은 감각적 판단에 의존해온 매운맛 분류에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번 연구를 이끈 화동이공대학교 후징(Jing Hu) 교수는 "매운맛을 정량화하려는 오랜 시도를 데이터 기반으로 구현하는 첫 단계"라며 "향후 더 정교한 인공 미각 기술로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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