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로 이적한 강백호/ 인스타그램 @hanwhaeagles_soori
한국프로야구 FA 최대어로 꼽히던 강백호가 4년 최대 100억 원에 한화 이글스 유니폼을 입었습니다. 미국행까지 저울질하던 선수가 한화를 선택하며 한화의 공격은 강해질 전망인데요. 한화의 전설적인 타자들을 다시 만나봅니다.
장종훈, 연습생 신화
」한화 이글스의 타자를 이야기할 때, 먼저 언급되는 건 언제나 장종훈입니다. 입단 과정부터 전성기까지 인간승리 드라마였죠. 1986년, 정식 지명이 아닌 연습생 신분으로 팀에 합류한 젊은 내야수는 누구의 기대도 받지 못했는데요. 하지만 점차 수비에서 두각을 나타내던 장종훈은 타격에서 재능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1990년부터 1992년까지 3년 연속 홈런왕을 차지하며 한국프로야구의 거포로 불리게 됩니다. 특히 1992년 41홈런, 당시 KBO 최초의 40홈런 기록은 한국야구사에서 전환점으로 꼽힙니다. ‘빙그레는 타선이 강하다’는 이미지가 생겼고, 그해 정규 시즌 MVP를 수상하며 장종훈은 KBO의 얼굴이 되었습니다. 장종훈의 위상은 기록으로만 설명되지 않습니다. 빙그레의 전성기, 한화의 긴 암흑기까지 19시즌 동안 한 팀을 지킨 원 클럽 플레이어. 팀이 강할 때도, 약할 때도 같은 자리에 서서 팬들과 팀을 지켜낸 정신적 지주였죠. 그의 등번호 35번은 한화 최초의 영구결번이 되며 영원히 존경 받는 타자로 남았습니다.
김태균, 한화의 4번 타자
」2001년 한화 이글스에 입단한 김태균은 데뷔 순간부터 기대를 한몸에 받았습니다. 신인 시절부터 정확성과 선구안을 겸비한 타격 능력으로 리그의 주목을 받았고, 그가 한화의 4번 타자 계보를 이어받는 과정은 거의 자연스러운 흐름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 자리를 10년도 넘게 지켜낸 일은 결코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통산 안타 2,544개(역대 3위), 통산 타율 0.320, 출루율 0.421(둘 다 역대 2위)라는 숫자들은 김태균이 어떤 타자였는지를 정확하게 설명해줍니다. 홈런 타자이면서 동시에 리그 최고 수준의 출루형 타자였고, 한화가 공격 기회를 잡고자 할 때 가장 믿고 보내는 타석이 늘 김태균의 자리였습니다. 특히 한화가 장기 침체기에 빠졌던 시절, 김태균은 사실상 팀 타선을 혼자 떠받치다시피 했습니다. 팀은 바뀌지 않았지만 그는 무너지지 않았고, 한화 팬들의 낙담 속에서도 늘 비슷한 표정으로 타석에 들어섰습니다. 그 꾸준함과 성실함이야말로 ‘프랜차이즈 스타’라는 단어가 갖는 진짜 의미를 보여준 사례였습니다. 일본 프로야구에서의 짧은 경험을 제외하면 그는 커리어 대부분을 한화에 바쳤고, 52번 유니폼은 팬들에게 가장 안정적인 ‘정면의 풍경’으로 남아 있습니다.
윌린 로사리오, 한화 역사를 흔든 용병
」외국인 타자 로사리오가 한화에 남긴 발자국은 ‘단기 임팩트’라는 표현으로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2016년과 2017년, 고작 두 시즌 동안 70홈런, 231타점, 두 시즌 연속 30홈런-100타점이라는 성적을 만들어냈죠. 당시 대전구장은 그 어떤 팀 홈구장보다 타구가 멀리 날아가는 공간이었습니다. 펜스 너머로 뻗어가는 그의 타구는 한화 팬들에게 일종의 해방감이었고, 상대팀 팬들에게는 공포였습니다. 로사리오는 포수 출신으로, 메이저리그 콜로라도 로키스에서 보여준 파워는 이미 정평이 나 있었지만, KBO에서 보여준 힘은 그보다 한 단계 더 강했습니다. 2010년대 중반 한화가 팀 성적에 어려움을 겪던 시기, 공격이 단번에 뒤집히거나 분위기가 뒤바뀌는 순간은 거의 예외 없이 로사리오의 스윙에서 나왔습니다. 그는 팀 전력의 중심이었을 뿐 아니라, 한화가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공격 야구의 감각을 되살린 인물이기도 했습니다. 오늘날까지도 한화 최고의 외국인 타자?라는 질문에 그는 가장 먼저 언급됩니다.
노시환, 한화의 미래이자 현재
」노시환의 등장은 한화에게 오랫동안 닫혀 있던 문이 다시 열리는 듯한 순간이었습니다. 유망주 시절부터 기대가 컸지만, 2023년 그의 폭발은 그 기대를 하나의 현실로 만들었습니다. 홈런 31개, 타점 101개, 리그 홈런왕과 타점왕을 모두 가져가는 2관왕이라는 성과는 한화가 20년 가까이 기다려온 토종 거포의 귀환이었습니다. 그가 가진 타격은 단순히 힘만 강한 스타일이 아닙니다. 공을 오래 보며 선택할 줄 알고, 강한 타구를 만들기 위한 메커니즘이 안정적이며, 타석에서의 배짱도 있습니다. 수비에서도 점차 안정감을 더해가며 미래의 주전이 아니라 이미 현재의 중심으로 성장한 상태죠. 2020년대 한화는 노시환을 중심으로 새롭게 구성되고 있습니다. 우타 거포 노시환, 좌타 거포 강백호. 한화 팬들이 오랫동안 꿈만 꾸던 이상적인 조합이 마침내 현실이 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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