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선의 머니&엔터] "재주는 우리가, 돈은 플랫폼이"…IP 잃은 K콘텐츠, '유통·금융'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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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선의 머니&엔터] "재주는 우리가, 돈은 플랫폼이"…IP 잃은 K콘텐츠, '유통·금융' 딜레마

뉴스컬처 2025-11-26 16:59:4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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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컬처 박동선 기자] 전 세계가 주목하는 'K-콘텐츠 전성시대'가 열렸지만, 정작 화려한 성적표 뒤편에서는 수익과 IP(지식재산권) 주도권을 글로벌 플랫폼에 내어준 채 산업 생태계가 단순 제조 기지로 전락하고 있다는 '위기론'이 떠오르고 있다.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 차트가 한국 드라마의 독무대가 된 지 오래지만, 여의도 금융가와 상암동 제작 단지의 공기는 무겁다. 외형적 매출 성장에 취해 있는 사이, 산업의 허리인 제작 생태계가 글로벌 자본의 하청 기지로 굳어지고 있다는 자조 섞인 진단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오징어 게임' 시즌3. 사진=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시즌3. 사진=넷플릭스

◇ "줄 서는 맛집인데 계산대가 없다"… 굳어지는 '벤더'의 굴레

업계에서는 현재 상황을 '계산대 없는 맛집'에 비유한다. 셰프(창작자)들의 요리는 미슐랭급으로 인정받아 불티나게 팔리지만, 정작 그 값을 회수할 독자적인 파이프라인이 없어 글로벌 플랫폼에 종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모순은 고착화된 '벤더(Vendor)' 구조에서 기인한다. 대다수 제작사는 당장의 제작비를 확보하기 위해 글로벌 OTT로부터 제작비 전액과 10~20%의 마진을 보장받는 대신, IP 소유권과 해외 유통권을 모두 넘기는 리쿱(Recoup) 계약을 맺는다. '망하지 않는 안전한 장사' 같지만, '오징어 게임' 같은 글로벌 히트작이 나와도 제작사가 가져가는 추가 수익(Upside)은 '0원'인 구조다.

사진=한국콘텐츠진흥원
사진=한국콘텐츠진흥원

제작분야 한 관계자는 "당장 회사 운영 자금이 급해 IP를 넘기는 계약서에 도장을 찍지만, 결국 우리는 고급 기술을 가진 '콘텐츠 생산 공장'으로 전락하고 있다"며 "제작 역량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IP 비즈니스를 주도할 자본과 인력은 턱없이 부족해 하청 기지 역할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 판로 못 뚫는 민간, 지갑 닫은 금융권… '자립' 가로막는 이중고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민간 제작사들이 자구책을 찾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돈맥'을 쥐고 있는 금융권의 문턱은 여전히 높고, 글로벌 시장을 누빌 실무 역량 또한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자금 문제만큼이나 시급한 것이 '사람'과 '네트워크'라고 지적한다. 잘 만드는 연출자는 넘쳐나지만, 글로벌 유통망을 뚫고 복잡한 저작권 계약을 조율할 '비즈니스 전문 인력'이 부재하다는 것이다. 현장에서는 금융 지원과 더불어 글로벌 배급망과 직거래할 수 있는 '네트워크 구축 프로그램'과 '유통 전문가 실무 양성' 등 소프트웨어적 지원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진=한국콘텐츠진흥원(KOCCA)
사진=한국콘텐츠진흥원(KOCCA)

여기에 금융권의 냉담한 반응도 걸림돌이다. 콘텐츠 투자방면의 한 관계자는 "제작사들은 작품성만 강조하며 투자를 요청하지만, 고객 돈을 운용하는 입장에서 엑시트(자금 회수)가 불투명한 곳에 모험을 걸 순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엔터 업계 특유의 불투명한 회계 처리와 '감'에 의존한 흥행 예측 방식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정부가 1조 원 펀드를 조성한다 해도 민간 자금은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 'IP 금융'의 열쇠는 '데이터'… 투명한 유통 생태계가 선결 과제

이러한 교착 상태를 풀기 위한 해법으로 정부와 업계는 'K-콘텐츠 IP 뱅크'와 '데이터 기반 금융'을 주목하고 있다. 부동산 등 물적 담보가 없더라도, IP의 잠재 가치를 평가해 제작비를 공급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IP 금융이 안착하기 위해서는 '유통 환경의 투명성'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금융권이 신뢰할 수 있는 객관적 평가 모델을 만들려 해도, 현재처럼 넷플릭스 등 플랫폼이 흥행 데이터와 정산 내역을 '대외비'로 감추는 구조에서는 정확한 가치 산정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사진=한국콘텐츠진흥원
사진=한국콘텐츠진흥원

결국 '깜깜이' 상태인 유통 데이터를 양지로 끌어내고, 이를 바탕으로 금융권의 신뢰를 얻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져야 K-콘텐츠의 홀로서기가 가능하다는 결론이다.

콘텐츠 학계 한 전문가는 "IP 금융의 성공 여부는 막연한 직관을 얼마나 정교한 '데이터 신용'으로 바꿀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며 "정부의 역할은 직접 자금을 뿌리는 것이 아니라, 민간 금융사가 믿고 들어올 수 있도록 투명한 데이터 인프라와 공정한 유통 환경을 제도적으로 구축해 시장의 불확실성을 걷어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스컬처 박동선 dspark@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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