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검찰의 대장동 항소포기 국정조사가 협의 과정에서 주체, 범위 등을 두고 여야 이견이 발생함에 따라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국민의힘이 국정조사를 성사시키기 위해 더불어민주당이 요구하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주도 진행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간 여당의 요구에 반발하던 국민의힘이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면서 지지부진하던 협상에 진전이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26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검찰의 대장동 비리 1심 항소 포기 외압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이 주장하는 법사위 주도 진행을 받아들일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대장동 국정조사’는 여야 협의에서 주체, 범위 등에 대한 이견이 발생되며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전날 송 원내대표, 국민의힘 유상범 원내수석부대표와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 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대장동 항소 포기 국정조사’ 협의를 진행했지만 결론을 짓지 못했다. 여야 원내 지도부는 지난 11~13일과 18일 등 4번에 걸쳐 국정조사 관련 협의를 이어갔지만 합의를 이뤄내지 못했다.
현재 더불어민주당 측은 법률가 출신 의원이 다수 있는 법사위 차원에서 국정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여야 동수인 특별위원회 구성해 별도 조사가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태다. 이와 함께 국정조사 대상으로 더불어민주당은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대해 반발한 검찰들과 해당 사건의 기소 과정 전반을, 국민의힘은 항소 포기 외압 의혹을 각각 지목하며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이 법무부 정성호 장관 등에 대한 고발을 명분 삼아 국정조사 필요성 자체를 부인하고 나서자 국민의힘이 국정조사를 성사시키기 위해 법사위 주도 방식을 수용한 것으로 관측된다.
이날 송 원내대표는 “우리 국민의힘에서 요구하는 것은 오로지 대장동 사건과 관련한 범죄 수익 7800억을 포기하게 된 항소포기 외압과 관련된 진상규명”이라며 “진상규명을 위해서 모든 방법을 동원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압도적 다수를 무기로 해서 야당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 현실을 고려해서 법사위에서의 국정조사 진행도 협의할 용의가 있다”며 “더불어민주당은 더 이상 다른 말하지 말고 즉각 국정조사를 진행하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다만 송 원내대표는 △법사위 야당 간사 선임 △독단적인 법사위 운영 중단 △여야 합의로 국조 증인 및 참고인 채택 등을 조건을 내걸었다. 국정조사 대상과 관련해서도 법무부 장·차관, 대통령실 민정라인이 포함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는 이날 앞서 김병기 원내대표가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은 마치 민주당이 국조를 거부해 협상이 무산된 것처럼 주장하지만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지금이라도 법사위에서 하자면 언제든 논의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바 있는데, 이에 대한 답변으로 보인다.
이 같은 국민의힘의 입장 변화는 법사위 중심의 국정조사가 여당 편향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국정조사 자체의 무산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분석된다.
더불어민주당이 마지막 제안을 받지 않는다면 국민의힘은 오는 27일 본회의에서 모든 법안에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진행할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에 나설 의원과 함께 국회 본회의장 대기조 편성까지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만약 필리버스터 릴레이가 벌어진다면 비쟁점법안은 물론 내년도 예산안 처리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은 필리버스터의 문턱 높이는 법 개정으로 야당을 압박하고 있다. 여당은 본회의 정족수인 재적 의원 5분의 1에 미달될 경우 국회의장이 필리버스터를 중지시킬 수 있다는 내용을 골자로 국회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 때마다 최소 인원만 본회의장에 투입해 온 것을 겨냥한 것이다.
이로써 여야의 국정조사 관련 협의도 마무리되지 않은 시점에서 오는 27일 본회의는 물론 내년도 예산안 심사와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주요 쟁점 법안 처리 과정에서도 여야의 충돌이 한층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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