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석주원 기자 | 인터넷 시대의 주인공이었던 구글이 인공지능(AI) 시대에서도 다시 주인공을 노리고 있다. 최근 ‘제미나이(Gemini) 3’와 ‘나노바나나’ 등 고성능 AI 모델을 연달아 선보인 구글은 서비스 인프라와 자체 AI 칩에 이르기까지 AI 시대를 위한 모든 자원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구글은 자체 설계한 TPU(Tensor Processing Unit)칩을 사용해 자체 네트워크상에서 자체 프런티어 AI 모델을 훈련시켰다. 이는 사실상 구글을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MS)를 결합하고 엔비디아를 조금 섞은 형태로 만들었다”며 구글이 핵심 사업을 유지하면서 AI 경쟁에서도 중요한 진전을 이루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19일 출시된 구글의 새로운 AI 모델 제미나이 3는 주요 벤치마크에서 오픈AI와 앤트로픽의 경쟁 제품을 능가해 미국의 AI 모델 평가 플랫폼 LMArena 순위에서 1위를 차지했다. 제미나이 3는 출시 첫날부터 구글 검색에 통합돼 별도 앱 다운로드 없이 기존 검색 서비스를 통해 AI 기능을 바로 제공하고 있다. 이는 오픈AI의 챗GPT와 차별화된 구글만의 강점이다.
전문가들은 구글의 가장 과소평가된 경쟁력으로 10년 이상 개발해온 자체 AI 칩 TPU를 꼽는다. 업계 분석에 따르면 구글은 엔비디아 GPU 대비 약 4~6배 낮은 비용으로 AI 컴퓨팅 파워를 확보하고 있다. 제미나이 3도 대부분의 학습을 TPU가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엔비디아가 AI 칩 시장을 독점하면서 MS나 메타 같은 AI 기업들은 엔비디아에게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고 있지만 구글은 이 비용을 피할 수 있다.
미국 테크전문지 디인포메이션은 메타가 2027년부터 엔비디아 GPU 대신 구글 TPU를 도입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 이후 엔비디아 주가는 2.6%가량 추가 하락했다. 이에 엔비디아는 25일 공식 X 채널을 “구글의 성공을 기쁘게 생각하며 우리는 계속해서 구글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며 “엔비디아는 모든 AI 모델을 실행하고 컴퓨팅이 이루어지는 모든 곳에서 작동하는 유일한 플랫폼”이라고 견제에 나섰다.
여기에 구글의 견고한 재무 구조는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는 AI 경쟁에서 강력한 무기가 되고 있다. 구글을 비롯해 MS, 아마존, 메타, 오라클의 5개 기업은 올해 1~9월 기간 동안 AI 분야에 3210억달러를 지출한 것으로 집계되는데 이는 2년 전 같은 기간 대비 약 3배에 달하는 규모다. 문제는 이러한 지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수익성이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메타는 올해 3분기 실적발표에서 자본 지출 계획을 늘리겠다고 발표한 뒤 주가가 18% 급락했다.
구글 역시 투자 경쟁에서 물러나지 않고 있다. 구글은 3분기 실적발표에서 올해 자본 지출이 910억~930억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이는 작년보다 75% 증가한 규모다. 시장에서 주목하는 것은 구글의 현금흐름 관리 능력이다. AI 인프라 투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알파벳의 자본 지출은 영업현금흐름의 49%를 차지했지만 메타는 64.6%, MS는 77.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구글은 안정적인 재무 상태를 바탕으로 AI 모델과 이를 서비스하기 위한 인프라를 갖추고 자체적인 AI 칩 개발 능력까지 보유하면서 향후 AI 경쟁에서 우위에 섰다는 것이 현지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시장의 반응은 주가로도 확인된다.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의 주가는 지난 9월 미국 법무부가 제소한 검색 시장 반독점법 위반 소송에서 사실상 면죄부를 받은 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9월 초 3조달러 아래였던 알파벳의 시가총액은 25일(현지시간) 기준 3.9조달러까지 치솟았다. 올해에만 약 70% 가까이 오르며 엔비디아, MS, 애플에 이어 역대 네번째로 시가총액 4조달러 고지를 밟을 것이 유력해 보인다.
특히 알파벳의 주가는 AI 거품론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은 상황에서 흐름을 역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알파벳을 제외한 AI 빅테크 기업들은 AI 거품론이 불거진 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정보기업 팩트셋에 따르면 나스닥이 최고점을 찍었던 지난달 29일 대비 알파벳 주가는 16% 이상 오른 반면 다른 AI 빅테크 기업들은 모두 하락세를 보였다. MS는 13% 하락하며 시가총액 3위 자리를 알파벳에 내줬다.
지난 14일 버크셔 해서웨이가 알파벳 주식 1790만주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힌 것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기술주를 오랫동안 기피해온 워렌 버핏이 알파벳을 선택한 것이 시장에 신호를 준 것으로 해석된다. 버크셔 해서웨이가 보유한 알파벳 지분 가치는 공개 당시 약 49억달러였지만 25일 기준 약 16.8% 오르면서 57억달러 이상으로 상승했다.
선다 피차이 구글 CEO는 “구글의 모든 제품을 구동하는 광범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인프라는 우리 기술 스택의 기반이자 핵심 차별화 요소다. 우리는 파트너사 엔비디아의 GPU와 자체 개발 GPU를 포함한 최첨단 칩을 데이터센터에 대규모로 도입하고 있으며 이 두 가지 모두를 폭넓게 제공하는 유일한 기업이다. 고객과 파트너사로부터 쏟아지는 방대한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TPU에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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