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AI 국가전략’ 외치지만···2000년대 멈춘 병원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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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AI 국가전략’ 외치지만···2000년대 멈춘 병원 현장

이뉴스투데이 2025-11-26 15: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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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디파짓포토스]
[사진=디파짓포토스]

[이뉴스투데이 김진영 기자] 국가 차원의 의료 AI 전략이 연이어 발표되고 있지만, 정작 병원 현장은 여전히 2000년대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의료데이터 표준화, 병원 간 연계, 전자의무기록(EMR) 인프라 등 기본 시스템 미비가 지속되는 가운데 AI 기반 의료 혁신이 현실과 괴리가 있다는 것이다. 

지난 1일 전남대병원으로 이송된 뇌졸중 환자가 치료까지 6시간이 걸린 것으로 확인됐다. 의료진이 검사 자료를 다른 병원으로 전송하겠다고 안내했지만 실제 CD 발급과 행정 절차에 1시간 이상이 소요, 전원된 병원에서도 재검사가 진행되며 처치가 지연됐다. 중증응급질환인 뇌졸중조차 병원 간 데이터 연계 미비로 ‘골든타임’ 확보가 어려운 사례가 반복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문제가 개별 기관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의료영상(PACS)과 EMR 표준화가 미비해 병원 간 정보 교류가 여전히 불안정하게 이뤄지고 있으며, 환자들은 검사 결과가 담긴 CD를 직접 들고 의료기관을 오가는 관행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삼성서울병원 컨소시엄이 QR 인증 기반의 의료영상 공유체계를 시범 운영해 높은 만족도를 얻었지만, 아직 일부 병원에 한정된 성과로 평가된다. 디지털 소외계층의 인증 어려움, 전산·협력 인력 부족, TF 중심의 운영 방식 등 구조적 제약도 동시에 드러났다.

광주광역시가 2021년 지역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AI 의료지원플랫폼’을 무상 보급하겠다고 발표했을 당시에는 지역 의료서비스 개선에 대한 기대가 컸다. 그러나 사업이 전국 단위 확산으로 이어지지 못했고, 해당 인프라와 데이터셋이 일부 지역에 한정적으로 운영. 관련 시스템 도입 속도 역시 뚜렷한 변화를 보이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정부는 2023년 ‘국가 마이데이터 혁신전략’을 통해 CT·MRI 영상을 병원 간 직접 전송하는 체계 제도화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2025년 시행을 앞둔 현재까지 현장 변화는 미미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환자가 CD 없이 영상 공유를 요청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이 마련된 상황에서 병원 시스템 정비와 보안 요건 충족, 표준화 작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제도는 갖춰졌지만, 인프라와 운영체계가 뒤따르지 않으면서 의료 데이터 이동은 아직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한편, 병원들은 AI 기반 음성 EMR과 생성형 기록 시스템 도입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대규모 언어 모델(LLM) 기반 자동 의무기록 시스템 구축을 추진 중이며, 분당서울대병원·세브란스·서울아산병원·아주대병원·한림대성심병원 등 주요 기관도 음성 인식 EMR을 적용해 기록 업무를 줄이고 있다.

다만 기술 도입 속도와 달리 제도·보안·표준화 이슈는 여전히 개선이 더딘 상태이다. 음성·생성형 기록 시스템을 갖추더라도 PACS·EMR 데이터의 외부 연계가 제한되거나 개인정보보호 요건에 막혀 활용 범위가 좁아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올해 시행된 디지털의료제품법 역시 현장 혼란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AI 의료기기와 소프트웨어 의료기기까지 모두 규제 대상으로 포함되며 사이버보안 요구사항은 15개에서 35개로 증가했다.

인허가 시 사용적합성 자료 제출이 의무화됐지만, 업계에서는 “기술문서 회귀(rollback) 리스크가 커졌다”며 난색을 보인다. 2026년 시행 예정인 AI 모델 단위의 성능평가 제도는 제도적 정비라는 평가를 받고 있으나 중소 의료기기 업체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의료AI 법제가 의료법·개인정보보호법·AI기본법·디지털의료제품법 등으로 흩어져 기준 충돌이 빈번하다고 경고한다. 데이터 결합 범위, 활용 절차, 안전장치가 부처마다 달라 의료기관과 AI 개발사의 적용 기준이 모호하다는 것이다. 조사처는 “의료데이터 개방·통합·보호를 포괄하는 단일 프레임워크 구축과 비정형 데이터 표준화가 필요하다”며 “데이터 품질을 확보해야 의료AI 경쟁력이 확보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의료 AI 기술 자체는 이미 성숙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서울아산병원은 AI가 의사·환자 대화를 실시간 기록·요약하며 92~96% 정확도를 보인다고 발표. 캐나다·미국 대형 의료기관들은 AI 레지던트 도입으로 진료 기록 시간이 20~30% 줄었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AI 기록 시스템으로 생성된 데이터가 병원 간 이동하거나 공공·민간 데이터와 연계되는 체계가 아직도 구축되지 않은 상태다. 때문에 의료 AI 성패는 기술 그 자체보다, 이런 ‘과거 시스템’의 한계를 얼마나 해소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서울에 있는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병원 간 데이터 표준화, EHR·PACS 연동, 개인정보보호 제도 정비, 의료AI 규제체계 통일, 디지털 소외계층 지원 등이 동시에 뒷받침돼야 한다”며 “환자 생명을 살리는 ‘의료 인프라’로 기능하게 하려면 현장의 데이터 길부터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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