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민간 주도로 제작된 한국형발사체 누리호가 13기의 위성을 태우고 27일 새벽 0시 55분 우주를 향해 날아오른다.
4번째 발사되는 누리호의 임무는 고도 600㎞에 주탑재위성인 차세대중형위성 3호와 큐브위성 12기를 올리는 것이다. 이를 통해 한국 우주 기술이 발사체 수준을 넘어 다양한 과학·산업 실험이 동시에 수행되는 '우주 실험 플랫폼' 단계에 도달했음을 전 세계에 알리게 된다.
이번 발사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누리호 제작을 처음 주관하면서 정부 주도 우주개발이 민간으로 전환하는 상징이 될 전망이다.
국내 최초 '새벽 0시 55분' 발사…변수는 '돌풍'
고도 600㎞ ±35㎞ 위성 안착 여부가 성공 가늠자
우주항공청과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따르면 누리호는 전날 조립을 마치고 고흥 나로우주센터 발사대에 기립해 내일 새벽 발사된다.
우주청은 이날 기술적 준비 상황, 발사 윈도우, 기상 상황, 우주물체와의 충돌 가능성 등을 종합 검토해 누리호 최종 발사 시각을 결정할 예정이다. 특히 고흥 지역의 돌풍이 마지막 변수로 꼽힌다.
고흥 나로우주센터에 내리던 비는 그쳤지만, 오늘도 순간 풍속이 초속 15m에 달할 수 있어 발사 준비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남아 있다. 발사 당일 바람이 기준치를 넘기면 모든 작업은 즉시 중단된다.
최종 점검에서 문제점이 발생하지 않으면 예정된 시간에 발사가 진행된다. 예정된 발사 시각은 27일 오전 0시 54분부터 1시 14분 사이다.
윤영빈 우주항공청장은 이날 오후 8시쯤 최종 점검 결과, 기상 상황 등을 고려한 발사 시각을 최종 발표할 계획이다. 기상청 예보에 따르면 발사 예정 시각 동안 전남 고흥 일대 강수 확률은 0%로 날씨 변수는 크지 않을 전망이다.
누리호는 이륙 2분 5초 이후 고도 63.4㎞에서 1단이 분리된다. 3분 54초 후에는 고도 201.9㎞에서 페어링(위성보호 덮개)이 분리된다.
발사 후 4분 32초가 지나면 고도 257.8㎞에서 2단이 분리되고 3단 엔진이 가동된다.
이후 고도 600.2㎞에 오르면 발사 13분 27초 후 위성 분리가 시작된다.
주탑재위성인 차세대중형위성 3호부터 분리를 시작하며, 이후 부탑재위성인 큐브위성 12기가 2기씩 약 20초 간격으로 사출된다.
위성을 다 분리하면 누리호는 위성과 충돌을 막기 위한 회피 기동 및 남은 연료를 배출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발사 21분 24초 만에 비행을 마치게 된다. 발사 결과 발표는 27일 오전 2시 30분쯤 이루어질 예정이다.
누리호의 주 임무가 위성을 궤도에 올리는 것인 만큼 성패는 차세대 중형위성 3호를 고도 600㎞ 기준 오차범위 35㎞ 이내, 경사각 97.7~97.9도 이내 궤도에 안착시키느냐에 달렸다.
이는 약 6% 오차 내 위성을 안착시켜야 하는 것인데 누리호 3차 발사 때와 동일한 수준이어서 충분히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후 부탑재 위성인 나머지 12기 위성도 고도 600㎞ 궤도에 안착한 것이 확인되면 누리호는 부차적 임무도 성공하게 된다.
우주청은 발사 약 1시간 20분 후 누리호 발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누리호의 성공 여부가 가려지면 이후는 각 위성의 무대가 된다. 위성들은 우선 첫 교신에 성공하면 기능 점검을 시작하게 된다. 여기서 얻은 데이터를 통해 위성이 제대로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지를 보면 최종 임무 성공 가능 여부가 가려진다.
우주청은 위성 교신 결과를 모아 발사 날 정오께 공개한다는 목표다.
첫 민관 합동 우주 발사체…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제작 주관
이번 발사는 한국형발사체 고도화사업으로 발사되는 첫 발사로, 누리호의 검증을 넘어 민간 주도 전환으로 첫발을 내딛는 발사다.
항우연이 누리호 제작을 주관했던 앞선 발사와 달리 4차 발사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발사체 제작과 총조립, 참여업체 관리, 발사 운용까지 전 과정을 책임지는 첫 사례로, 발사체 개발의 주도권이 연구기관 중심에서 산업계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이동하는 흐름을 상징한다.
오승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발사체연구센터장은 "4차 발사는 한화가 전 과정을 수행하는 첫 실전 무대"라며 "반복 발사와 데이터 축적이 향후 민간 발사 서비스 시장의 신뢰성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누리호의 구조는 수백 개의 공정과 부품이 조립되는 초정밀 산업이다. 한화가 체계종합기업으로 중심축을 잡으면서 체계종합기업-중소 부품기업-민간 위성기업으로 이어지는 한국형 우주 밸류체인이 완성될 것으로 기대된다.
'우주의약'부터 '위성 폐기'까지…큐브위성 12기도 첨단 임무 나서
이번 누리호 4차 발사에는 주탑재 위성인 차세대중형위성 3호 외에도, 국내 산학연이 참여한 12기의 큐브위성이 함께 동행하며 각기 다른 첨단 실험을 수행한다.
이들 위성은 우주의약, 위성 폐기, 항법, 지구 관측, 6G 통신 등 폭넓은 분야의 실증에 나선다.
중형위성 3호는 고도 약 600㎞의 태양동기궤도에서 오로라, 대기광, 플라즈마, 지구 자기장 등 우주환경과 대기 상층부를 동시에 관측한다.
스페이스린텍의 '비천(BEE-1000)'은 세계 최초로 소형 위성에서 단백질 결정 성장을 실증한다. 단백질 결정화 기술은 신약 개발의 효율을 높이는 핵심 기반 기술로 평가된다.
우주로테크의 '코스믹'은 심각해지는 우주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해 국내 최초로 임무가 끝난 위성을 안전하게 대기권으로 재진입시켜 소각하는 위성 폐기 기능을 검증한다. 미국·유럽에서 강화되는 '우주쓰레기 의무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핵심 기술이다. 위성 충돌 위험을 분석하고 경고하는 소프트웨어 실증도 병행된다.
또한, 세종대학교의 '스파이론'은 저궤도 위성 기반 항법 신호 생성기를 개발하여 GPS를 대체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이밖에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홀추력기를 시험하고, 서울대는 편대 비행 기술을, 전자통신연구원은 차세대 통신(6G)을 위한 사물인터넷(IoT) 데이터 통신 서비스를 실증하는 등 다양한 혁신 기술들이 우주에서 시험대에 오른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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