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초 12만달러를 넘기며 또 한 번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던 비트코인이 불과 한 달 만에 8만달러대로 미끄러졌다. 3분의1 가까운 낙폭이다. 이더리움까지 동반 조정을 받으면서 시장 전체 시가총액이 1조달러 이상 증발했다.
일각에서는 올해 상승장을 이끌던 ‘과열 신호’가 한꺼번에 터져나오며 조정이 급격히 심화됐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가장 먼저 지목되는 건 레버리지 투자자들의 연쇄 청산이다. 10월 한 달 동안 하루 단위 청산액이 100억달러를 넘는 날이 반복적으로 나타났고, 특히 10일에는 약200억달러 규모 포지션이 한꺼번에 정리되며 시장을 흔들었다.
자기자본 대비 수십배 규모로 베팅해온 투자자들은 가격이 몇 퍼센트만 꺾여도 강제매도가 발생한다. 한 계정의 청산은 또 다른 투자자의 청산을 유발하고, 악순환은 시세를 더 빠르게 끌어내렸다.
코인 시장 '급락' 후 전망?... "변동성 이어질 듯"
정치 변수도 불안 요인으로 떠올랐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친암호화폐 정책’이 기대를 모으며 비트코인을 위로 밀어올렸지만, 최근 중간선거를 앞두고 내부 지지 기반이 약해졌다는 평가가 확산했다.
트럼프 일가의 코인 발행 참여가 정치적 논란으로 번지자 규제 강화 가능성이 부각됐고, 관련 법안 논의가 혼선을 빚으며 시장의 방향성이 흐려졌다. “미국이 암호화폐 허브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약해지자 대규모 매도세가 이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ETF 시장에서도 이상 신호가 나타났다. 올해 초 현물 비트코인 ETF가 상장되며 기관 자금이 꾸준히 유입됐지만, 최근 한 달 동안은 반대로 대규모 자금이 빠져나갔다. 특히 블랙록의 IBIT에서 하루 5억달러가 넘는 매도 주문이 나오며 ‘안전자금 이탈’ 논란이 터졌다.
ETF로 들어오던 기관 자금이 빠지기 시작하면 시장 안정성이 크게 떨어지고 단기 변동성이 커지는 것은 불가피하다. 미국 증시의 분위기도 암호화폐에 부담을 줬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과 AI 관련 대형주가 조정을 받으면서 위험자산 전반에 대한 투자심리가 식었다.
여기에 연준의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높은 금리 환경이 더 오래 유지될 것이란 전망이 퍼졌고, 이는 가상자산 같은 고위험 투자 대상에 부정적 신호로 작용했다. 한편 비트코인을 전략적 자산으로 쌓아오던 기업들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비트코인 보유 전략을 앞세워 몸집을 불렸던 일부 기업은 시총이 몇 달 새 절반 가까이 줄었고, 채권·우선주 만기를 앞둔 기업들이 현금 확보를 위해 보유 코인을 매도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두 개 대형 보유 기업이 매도에 나설 경우 하락폭이 더 커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시장에서 제시되는 지지선은 8만달러, 그다음은 6만달러 수준으로 좁혀지고 있다. 몇 달 사이 ‘연말 20만달러 전망’이 오가던 분위기는 온데간데없다. 과열, 레버리지, 정치 변수, 유동성 축소가 동시에 겹치며 단기간에 급락이 일어난 만큼 변동성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시장의 공통된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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