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매거진=정혜련 작가] 2025년, 문화실험공간 호수와 함께한 ‘더 임팩트 청년예술인 공모전시’가 어느덧 마지막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10월 21일부터 11월 29일까지 이어지는 단체전은 한 해 동안 이곳에서 각자의 예술 세계를 펼쳐온 9명의 선정 작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그 결실을 공유하는 자리다. 나는 이 전시가 시작되기 전부터 이 시간이 단순한 ‘마무리’가 아니라 서로의 예술적 에너지를 다시 확인하고, 다음 도약을 위한 문을 여는 순간이 되리라는 예감을 갖고 있었다.
호수 전시는 언제나 ‘관계’에서 시작되었다. 작품과 공간, 작가와 관람객, 그리고 작가들 사이의 보이지 않는 대화가 이곳에서는 더욱 또렷하게 드러난다. 석촌호수 동호 옆에 위치한 이 작은 공간은 단순한 전시장이 아니라, 예술적 감수성이 숨 쉬고 생각이 머물며 감정이 건너가는 통로처럼 느껴진다. 그곳에서 나는 ‘행복’과 ‘희망’을 주제로 한 작업들을 선보이며, 몽다와 거복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마음의 온기를 전하려 노력해 왔다.
돌이켜 보면 올 한 해 시각예술 분야 선정 작가로 함께했던 시간은 나에게 매우 특별했다. 단순히 작품을 전시한다는 의미를 넘어 내가 추구하는 예술적 가치가 관객에게 어떻게 닿는지를 직접 확인할 수 있었던 시기였다. 작품 속 판다곰 몽다는 ‘꿈을 배달하는 존재’, 거복이는 ‘천천히 걸어도 결국 복을 가져오는 거북이’라는 의미를 품고 있다. 이 캐릭터들을 통해 나는 삶의 속도가 조금 느리더라도, 마음의 건강과 행복을 잃지 않기를 바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 관람객들은 종종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진다”라는 말을 남기곤 했다. 그 순간들이야말로 예술가로서 가장 큰 위로이자 동기였다.
이번 단체전은 그러한 개인의 성취 이상으로 함께 성장한 동료 청년예술가들의 열정과 에너지를 다시 확인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한 해 동안 서로의 작업을 지켜보며 느꼈던 감동과 자극은 이번 전시에서 더욱 또렷하게 드러난다. 서로 다른 재료와 방식, 각기 다른 이야기들이 한 공간에서 어우러질 때 생기는 조화는 단체전만의 힘이자 매력이다. 작가마다 풀어내는 방식은 달라도, 이 시대의 청년예술가로서 고민하고 느끼는 삶의 질문들은 어쩌면 비슷하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그래서일까, 이번 전시에는 묵직한 연대감과 따뜻한 동료애가 자연스럽게 흐른다.
특히 ‘더 임팩트’라는 이름은 나에게 한 해 동안 스스로에게 던졌던 질문이기도 했다.
나는 어떤 영향력을 남기는 작가인가?
나의 작업은 누군가의 하루에 어떤 흔적을 남기는가?
예술가로서 나 스스로에게 남기는 임팩트는 무엇인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나는 내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가치, ‘행복’, ‘희망’, ‘건강’, ‘따뜻함’을 작품에 담아내는 데 집중해 왔다. 화려함보다 진정성, 새로움보다 따뜻함, 빠름보다 깊음을 택하고 싶었다. 이번 단체전은 그 선택에 대한 작은 확신을 다시 품게 해준 자리이기도 하다.
2025년의 ‘더 임팩트’ 공모전시가 끝나간다는 사실은 아쉽지만, 이 시간의 마무리는 곧 또 다른 시작을 의미한다. 예술가의 길은 늘 과정이며, 이 전시 또한 앞으로의 새로운 작업들을 준비하는 데 든든한 토대가 될 것이다. 관객들이 남긴 한 마디, 공간에서 느낀 공기, 동료 작가들에게서 받은 영감들은 어느 순간 또 다른 형태의 작품으로 피어나리라 믿는다.
마지막으로 바쁜 일상 속에서도 전시를 찾아와 작품 앞에 잠시 머물러 준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그림 한 점, 캐릭터 한 마리가 전하는 작은 위로가 누군가에게 하루의 쉼표가 되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앞으로도 나는 ‘행복을 그리는 작가’로서 더 많은 따뜻한 순간을 나누고 싶다. 느리지만 꾸준히, 그리고 행복하게.
이번 전시는 끝이 아니라 ‘함께한 한 해에 대한 감사의 인사’이며, 다음 계절에 더 밝고 따뜻한 작품으로 인사드리기 위한 약속이다. 문화실험공간 호수에서의 시간처럼, 나의 예술의 길도 잔잔하지만 확실한 파동을 남길 수 있기를 바란다. 앞으로도 지켜봐 주시길.
Copyright ⓒ 문화매거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