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마유시(이민형)의 이적 소식은 LCK 스토브리그를 완전히 뒤흔들었습니다. T1에서만 7년, 월즈 트로피 3개를 거머쥔 구마유시. 그가 T1에서 남긴 명장면들을 복기합니다.
2023 월즈 4강 vs JDG
2023년 월즈 4강, JDG는 당시 ‘전력 1티어 중의 1티어’로 평가받던 팀이었습니다. 룰러와 나이트, 게임 후반부의 체급만으로도 상대를 압도하던 조합이었죠. 그런 팀을 상대로 T1이 승기를 잡게 만든 순간이 바로 바루스의 1대2 장면입니다. 상황은 간단하지 않았습니다. 시야가 어그러지며 구마유시의 바루스가 측면에서 따로 노는 순간, JDG의 미드·원딜이 동시에 들이닥쳤습니다. 대부분의 원딜이라면 포기할 법한 장면이었지만, 구마유시는 움츠러들지 않았습니다. 부패의 사슬(R)로 두 딜러의 움직임을 한 템포 묶고, 뒤로 물러나며 W 스택을 차곡차곡 쌓고, 마지막에 완충된 꿰뚫는 화살(Q) 한 발이 두 명을 동시에 관통했죠. 체급에서 앞선 JDG가 오히려 뒤로 빠지는 장면이 만들어졌고, 경기 흐름은 정확히 이 순간부터 T1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습니다. 해외 해설진이 “세계 최고 원딜의 교과서”라고 언급한 장면으로 남아 있습니다.
2022 월즈 결승 vs DRX
2022년 월즈 결승 4세트. DRX가 바론을 치며 경기를 쥐려는 장면은 지금도 수많은 리플레이 영상으로 기억됩니다. 정글러가 아닌 원딜이 바론 스틸을 책임져야 하는 구도는 흔하지 않은데요. 그날 구마유시는 ‘원딜의 임무’를 잠시 내려놓았습니다. 대신 그는 벽 너머에서 최대 충전된 바루스 Q를 날렸고, 그 한 발이 스마이트와 칼리스타 창 스택을 모두 이기며 바론을 가져갔습니다. 관중석에선 감탄이 쏟아져나왔고, 팀원들도 놀라긴 마찬가지였죠. 그해 우승은 DRX에 돌아갔지만, 결승전에서 겁 없는 원딜이 누구였는지는 이 장면이 증명합니다.
2024 LCK 서머 결승 vs 젠지
2024년 LCK 서머 결승전. 상대는 늘 결승에서 만날 때마다 난타전을 벌이던 젠지였습니다. T1에게는 국내 우승 트로피가 필요했고, 구마유시에게는 한동안 따라다니던 국내 무대 기복론을 조용히 덮을 무대가 필요했습니다. 구마유시가 선택한 챔피언은 자야였습니다. 라인전 초반부터 구마유시는 특유의 공격적인 압박을 재현했습니다. 상대 원딜의 체력을 일정 간격으로 깎아내며 라인 주도권을 확보하고 교전 타이밍마다 깃을 미세하게 흩뜨려 ‘나중에 돌아올 순간’을 차분히 설계했습니다. 그러나 이 경기의 진짜 클라이맥스는 후반부 한타였습니다. 젠지의 핵심 암살자가 플랭킹 각을 잡고 T1의 백라인을 날카롭게 파고들던 찰나, 구마유시는 망설이지 않았습니다. 궁극기 ‘깃부르미(Featherstorm)’를 정확한 타이밍에 사용해 생존하고, 공중으로 떠오른 후 깃을 되돌리며 상대 암살자의 체력을 반 이상 지워버렸습니다. 한타의 균형을 뒤집은 것이죠. 자야가 프리딜 구도를 확보한 순간부터 전장은 이미 T1의 것이었고, 마지막 넥서스까지 이어진 딜링은 ‘원딜 캐리’라는 말의 정석을 다시 써내려갔습니다. 구마유시가 LCK에서도 가장 완벽하게 성장한 딜러임을 증명한 무대였습니다.
2025 월즈 결승 vs KT
이적 소식을 알린 '구마유시' 이민형, 그의 놀라운 활약상/ 인스타그램 @t1_gumayusi
2025년 월즈 결승은 T1에게 상징적이었습니다. 3연속 우승(쓰리핏), 그리고 구마유시에게는 T1 유니폼을 입고 치르는 마지막 월즈였습니다. 마지막 세트, 미드 라인에서 시작된 한타는 사실상 그해 e스포츠를 대표하는 장면으로 기록되어야 합니다. KT가 사이드 압박을 노리며 돌아 들어온 순간, 구마유시는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첫 킬에서 징크스의 이동 속도 리셋을 확보했고, 전환 속도를 올리며 두 번째·세 번째 타깃을 차례로 제거했습니다. 마지막 넥서스 앞 전진은 결승전의 마침표를 찍었죠. 이 경기를 끝으로 구마유시는 파이널 MVP를 수상합니다. 마지막 무대에서 가장 빛났고, 그 빛이 그를 이적으로 이끌었습니다. 왕조의 마지막 페이지 중심에는 언제나 구마유시의 징크스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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