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한지의 세계화 논의... 국내 제작기반은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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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한지의 세계화 논의... 국내 제작기반은 '위기'

뉴스컬처 2025-11-26 10:50:0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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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컬처 최진승 기자] 전통 한지의 우수성과 활용 가능성을 논의하는 초청 세미나에서 국내 한지 장인들의 볼멘 소리가 터져 나왔다. 세계화 담론에 앞서 전통 한지의 명맥을 잇기 위한 정책적 제언이 잇따랐다.

25일 대전 국립문화유산연구원에서 열린 초청 세미나 ‘한지, 세계를 잇다’에 국내 한지 장인들과 미국 현지 제작자, 연구자들이 모였다. 임종덕 국립문화유산연구원장은 개회사에서 “한지는 1600년 넘게 한국인의 삶과 함께해 온 전통 재료로 책과 서화뿐 아니라 건축과 생활문화 전반에 깊이 스며 있다”며 “오늘 논의가 한지의 현대적 의미를 재조명하고 세계화 전략을 모색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25일 대전 국립문화유산연구원에서 진행된 '한지, 세계를 잇다' 세미나 모습. 이날 국내외 한지 제작자, 연구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사진=국립문화유산연구원 제공
25일 대전 국립문화유산연구원에서 진행된 '한지, 세계를 잇다' 세미나 모습. 이날 국내외 한지 제작자, 연구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사진=국립문화유산연구원 제공

이날 세미나에서 정선화 연구사(국립문화유산연구원)는 그간 진행해온 한지 연구 현황을 소개했다. 연구원은 방대한 문헌조사를 바탕으로 한지의 특성 및 활용성에 대해 분석 평가해 왔다. 특히 문화유산 복원용 전통 한지의 품질기준 연구에 힘쓰고 있다. 5000여건의 고문헌 자료를 검토하는 등 전통 한지의 제작기술에 대한 연구자료를 집대성하고 있다.

정 연구사는 "한지 품질 기준을 과학적으로 마련하고 문화재 복원용 한지의 국제 인증을 추진 중”이라며 “예술가와 협업해 한지를 현대 디자인과 콘텐츠에 접목하는 것이 새로운 수요 창출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25일 '한지, 세계를 잇다' 세미나에서 미국 한지 제작자이자 에릭 호퍼 북 어워드 수상자인 에이미 리(Amelia Lee)가 미국 현지에서 진행해온 한지 제작 경험을 공유했다. 사진=화상 캡처
25일 '한지, 세계를 잇다' 세미나에서 미국 한지 제작자이자 에릭 호퍼 북 어워드 수상자인 에이미 리(Amelia Lee)가 미국 현지에서 진행해온 한지 제작 경험을 공유했다. 사진=화상 캡처

연구원 발표에 이어 미국 최초로 한지 스튜디오를 설립한 에이미 리(Amelia Lee)가 화상 발표에 나섰다. 에이미 리는 미국에서 한지 제작을 개척해온 일화와 학생들에게 한지 제작 기술을 가르치면서 느낀 소회를 밝혔다.

에이미 리는 “한지는 일본 종이 ‘와시(和紙)’에 종속된 문화라는 오해를 받기도 하지만, 그 뿌리와 독창성은 한국에 있다”라며 “미국에서는 한지가 예술과 보존 분야에서 점점 더 주목받고 있으며 특히 한국 디아스포라(이민자)들이 한지를 통해 정체성을 찾는 모습이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지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풀뿌리 접근이 필요하다. 닥나무 재배자, 도구 제작자, 장인 모두가 연결된 생태계를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5일 '한지, 세계를 잇다' 세미나에서 스테프 루(Steph Rue) 미국 수제제지재단 이사장이 발표하고 있다. 사진=화상 캡처
25일 '한지, 세계를 잇다' 세미나에서 스테프 루(Steph Rue) 미국 수제제지재단 이사장이 발표하고 있다. 사진=화상 캡처

◇ 한지, 전통 종이를 넘어 문화의 매개로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스테프 루(Steph Rue) 美 수제제지재단 이사장은 전통과 혁신의 균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루 이사장은 "한지는 단순히 강도와 내구성에서 뛰어난 종이가 아니라 문화적 정체성을 담은 매개체”라며 “미국과 유럽의 보존복원 분야에서 한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화의 핵심은 전통을 존중하면서도 현대적 요구에 맞는 혁신을 병행하는 것”이라며 “현지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를 활용한 실험, 예술가와의 협업, 그리고 국제 인증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또한 “한지 제작은 노동집약적이고 장인 의존도가 높다.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는 교육과 훈련, 그리고 젊은 세대의 참여를 유도하는 정책이 필수”라고 덧붙였다.

◇ 한지의 세계화, "기술, 예술, 정책 함께 움직여야" 한 목소리

이어진 패널 토론에서는 국내 한지 장인들이 참석해 제작 기반의 위기를 호소했다. 장성우 장인은 “한지 제작에 필수적인 ‘발’을 만드는 장인이 전국에 한두 명뿐”이라며 “도구 제작과 원료 공급이 끊기면 전통이 단절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준호 장인은 “정부 차원의 컨트롤타워가 없어 예산과 정책이 분산돼 있다”며 “닥나무 재배 지원, 품질 인증제 확대, 안정적 수매 제도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한지 유통 관련 논의도 이어졌다. 김보경 휘데스 인터내셔널 대표는 “한지 수출은 단기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수출 채널이 제한적"이라며 "일본이 100년 넘게 구축한 시장을 고려하면 장기적 관점에서 브랜드 가치와 체험형 콘텐츠를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지 장인들의 쓴 소리는 이어졌다. 정부 지원 한계에 대한 지적이 다수를 차지했다. 수십 년간 예산이 투입됐지만 생산, 유통, 교육을 아우르는 종합 대책은 부재했다는 평가다. 그간 국제 인증, 예술 협업, SNS 홍보 등 세계화를 위한 아이디어는 쏟아졌지만, 정작 국내 기반을 지탱할 구체적 실행 전략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세미나에 참석한 전주문화재단 관계자는 "한지를 산업으로 볼 것인지, 예술 문화재 중심으로 제한할 것인지 방향성조차 모호하다"고 말했다.

뉴스컬처 최진승 newsculture@knewscor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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