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분기 한국 경제가 글로벌 경기 둔화 속에서도 세계 주요국 상위권 성장률을 기록하며 회복 흐름을 뚜렷하게 드러내고 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 진입과 내수 개선이 맞물린 가운데 내년에는 2% 중반대 성장을 전망하는 분석까지 나오며 경기 반등 기대가 커지고 있다.
26일 한국은행과 해외 경제기관들의 집계를 종합하면 올해 3분기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16%다. 이는 속보치를 공개한 20여 개 주요국 중 상위권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특히 그동안 비교 대상이 되던 중국을 비롯해 유럽 주요국 성장률을 모두 웃도는 흐름이어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분기 세계 1위 성장률을 기록한 국가는 기저효과가 강하게 반영된 이스라엘이었으며, 2위는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인도네시아가 차지했다. 한국은 이들 국가에 이어 3위권을 유지했다. 반면 중국은 1.1%에 그치며 3년 만에 한국보다 낮은 성장률을 기록했고, 일본·영국·독일 등은 마이너스 또는 0%대 성장에 머물렀다.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의 흐름이 올해 내내 '상저하고(上低下高)' 패턴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실제로 1분기 성장률은 내수 위축과 소비심리 악화로 -0.21%까지 떨어졌지만, 2분기에는 수출 호조를 바탕으로 0.67%로 반등했다. 반도체 수요 회복이 가속화된 3분기에는 성장률이 다시 크게 올라 경제의 하방 리스크가 줄어드는 흐름을 만들었다.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은 더 밝아지고 있다. 국내외 주요 기관은 1.6~2.2% 수준을 예상하고 있지만, 최근 해외 투자은행(IB)에서는 2.3%까지 상향 조정하는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특히 주목받는 전망은 노무라증권이 제시한 2.3% 성장률이다. 해당 보고서는 반도체 경기 회복으로 역대급 규모의 경상수지 흑자가 예상되고, 주식·부동산 등 자산 가격 상승이 소비를 끌어올리면서 성장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국내 증시와 부동산 시장은 지난 분기 이후 뚜렷한 회복 흐름을 보이고 있어 소비 진작 효과가 점차 커지고 있는 모습이다.
내년 성장률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언급한 잠재성장률(1.8%)을 크게 웃돌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는 최근 몇 년간 이어진 수출 부진·고금리 기조 등으로 위축됐던 한국 경제가 본격적인 회복 국면에 들어갈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금리 전망도 눈길을 끈다. 노무라증권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장기간 동결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정부의 확장 재정과 맞물려 '완만한 경기 부양 흐름'을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성장률이 국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되는 이유는 단순히 외부 요인이 아니라 수출·내수가 동시에 살아나는 흐름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 경제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반도체 수출은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회복세에 접어들었고, 제조업 가동률도 점차 정상화 단계로 향하고 있다.
반면 유럽 주요국은 경기 침체 우려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중국은 부동산 부실 문제와 내수 둔화로 성장 동력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이 이들 국가를 제치고 3위권 성장률을 기록한 것은 글로벌 경제 환경이 녹록지 않은 가운데 체질적 경쟁력이 여전히 유효함을 보여주는 신호라는 해석도 있다.
다만 물가 부담과 소비 경기 회복 속도의 불균형 등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성장률 반등이 일시적 흐름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내수 활성화를 위한 구조적 접근과 생산성 향상이 동반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국은행은 오는 27일 수정 경제전망을 발표할 계획이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모두 상향 조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실제로 민간 소비와 수출이 동시에 회복 흐름을 보이는 상황에서 기존 1.6% 전망치는 다소 보수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특히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빠르게 늘고 있어 연말·내년 초 성장률 예상치는 추가 상승 가능성을 갖고 있다.
[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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