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단 기자회견에서 쏟아진 스포트라이트부터 플레이오프 마지막 순간까지. 손흥민이 LA에서 보낸 반 시즌을 4개 에피소드로 정리합니다.
입단 후 반 시즌, '손흥민'이 증명한 슈퍼스타의 가치/ 출처 : 게티이미지
LA 데뷔 시즌
손흥민이 LAFC 입단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 BMO 스타디움의 미디어룸은 취재진들로 포화 상태였습니다. 기자 질문이 빗발쳤고, 현지 방송사들은 ‘MLS 역사상 가장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입단식’이라 표현했습니다. 기자회견 중간엔 작은 해프닝도 있었는데요. 환영사에 나선 지역구 국회의원이 손흥민을 향해 미국의 북중미 월드컵 우승을 이끌어 달라는 말을 해 취재진과 손흥민을 웃음 짓게 만들었습니다. LA는 손흥민을 진심으로 반기면서도, EPL 최고 스타였던 그의 스케일에 긴장한 기색도 있었습니다. 반응은 금세 도심 곳곳에 번졌습니다. 코리아타운에는 손흥민의 얼굴을 담은 벽화가 등장했고, LAFC 구단 스토어에서는 입단 하루 만에 ‘SON 7’ 유니폼이 품절되었고, 구단은 재생산 일정을 안내해야 했습니다. 굿즈 판매량은 입단 발표 일주일 만에 기존 두 달치를 넘어섰죠. LA 다저스 또한 움직였습니다. 손흥민은 입단 직후 다저스타디움에 초청돼 오타니 쇼헤이와 만났고, LA 지역 방송은 이 만남을 두고 “LA의 스포츠 스타들이 연결됐다”고 소개했습니다. 지역 축구 팬 커뮤니티는 손흥민을 “LA가 품을 수 있는 가장 큰 스타”라고 호평했고, ESPN과 지역지들은 LAFC의 목표를 플레이오프가 아닌 ‘우승’으로 제시했습니다. 손흥민은 부담 대신 갈망을 이야기했습니다. “큰 기대는 늘 있어 왔습니다. 여기서는 그 기대를 즐기고 싶습니다. 우승을 향해 뛰기 위해 LA에 왔습니다.” 손흥민의 포부가 도시 전체의 공기를 바꾸었습니다. LA는 ‘손흥민이 온 팀’에서 ‘손흥민이 우승을 원하고 뛰는 팀’으로 변했습니다.
팀에 빠르게 녹아들기
손흥민의 적응 속도가 빠른 건 새삼스러운 일이 아닙니다. 토트넘 시절에도 특유의 밝은 에너지로 라커룸 분위기를 만들었고, LA에서도 이 기질은 그대로였습니다. 훈련장에서는 부앙가·틸만과 농담을 주고받으며 아이스브레이킹을 했고, 원정 이동에서는 동료들에게 먼저 다가가 대화를 거는 모습이 구단 브이로그에서도 여러 번 포착됐습니다. 전술적 변화는 더 흥미로웠습니다. 토트넘에서의 왼쪽 윙 고정 역할과 달리, LAFC는 손흥민에게 훨씬 넓은 자유도를 부여했습니다. 그는 때로는 하프스페이스에서 연계를 주도했고, 때로는 2선으로 떨어져 공격의 템포를 조절했습니다. 세컨 스트라이커처럼 박스 근처에서 움직이다가도 전환 상황에서는 가장 빠르게 전진했습니다. 몇 경기 지나지 않아 손흥민의 위치 변화는 팀 구조를 바꿨습니다. LAFC 팬들 사이에선 손흥민이 입단 후 팀을 다시 짜고 있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였죠. 적응이라기보다, 구조를 재구성하는 과정에 가까웠습니다.
흥부 콤비가 만든 새로운 공격 패턴
손흥민 영입 발표 직후 가장 큰 화두는 “부앙가와 공존할 수 있나?”였습니다. 답은 반 시즌 동안 명확해졌습니다. 둘의 조합은 LAFC를 MLS에서 가장 위협적인 공격 라인으로 바꿨습니다. 흥부 조합은 호흡이 아니라 패턴이었습니다. 손흥민이 내려와 수비수를 끌어당기면, 부앙가는 빈 공간을 곧장 파고들었고 부앙가가 측면에서 수비를 묶어두면, 손흥민은 박스 진입 타이밍을 잡았습니다 전환 상황에서는 두 선수 모두 ‘속도와 결정력’을 가진 러너로 뛰었습니다 LA 지역 해설진은 이 조합을 두고 “MLS에서 가장 예측하기 어려운 득점 루트”라고 평가했고, 팬들은 자연스럽게 이 둘에게 ‘흥부(흥민+부앙가)’라는 별명을 붙였습니다. 별명은 귀엽게 들리지만, 실상은 시즌 절반 동안 LAFC의 공격 구조를 상징하는 말이었습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부앙가는 자주 이렇게 말했습니다. “흥민은 어디로 움직일지 말하지 않아도 느껴집니다. 저는 그 공간을 믿고 들어가기만 하면 됩니다.” 그는 손흥민을 “내가 뛴 팀에서 최고의 파트너”라고 표현하기도 했죠.
토너먼트에서 증명한 슈퍼스타의 가치
손흥민의 반 시즌이 더 빛나는 이유는 그가 견딘 강도 때문입니다. 국가대표팀 A매치를 위해 한 달에 한 번씩 태평양을 횡단했고, LA로 돌아오면 MLS 특유의 이동·기후·경기 밀도를 다시 소화해야 했습니다. 이 리듬 속에서도 손흥민은 득점과 도움을 꾸준히 쌓았고, 플레이오프에선 “슈퍼스타가 필요한 순간을 만들어내는 선수”라는 평가를 다시 한번 입증했습니다. 특히 토너먼트에서의 활약은 또렷했습니다. 밴쿠버와의 경기에서는 팀이 흔들릴 때 중거리슛으로 흐름을 반전시켰고, 후반 막판에는 프리킥으로 팀을 연장전까지 데려갔습니다. 하지만 마지막엔 승부차기 실축이 있었습니다. 무거운 침묵 속에서 경기장은 단숨에 식었고, LAFC의 시즌은 그 한 순간으로 끝났습니다. 손흥민은 경기 직후 누구보다 먼저 동료들 앞에 섰습니다. “내가 책임져야 합니다. 다음 시즌 더 강하게 돌아오겠습니다.” 실축의 아쉬움을 넘어, 팀의 중심이 어디에 있는지를 보여준 장면이었습니다. LA 지역 팬들은 SNS에서 이렇게 적었습니다. “우리는 실축을 본 게 아니라, 다음 시즌을 준비하는 슈퍼스타를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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