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임나래 기자] 6·27 대책 이후 금융권이 전세퇴거자금대출 심사에 ‘보증금 0원 간주’ 규정을 적용하면서 실거주자까지 반환대출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임대인 변경, 갭투자 매수 등 보증금 반환 리스크가 커진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명확한 예외 기준을 제시하지 않아 세입자·임대인 모두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 시장 불안을 최소화하려면 실거주자 예외 기준과 은행 간 통일된 심사 체계 마련이 시급해지고 있다.
◇서류상 ‘보증금 0원’…귀국 주재원·사택 거주자도 대출 막혀
6·27 대책은 갭투자·레버리지 투기를 차단한다는 취지로, 임대인의 반환대출 한도를 산정할 때 ‘임대인이 현재 거주하는 주택의 보증금’을 변수로 포함시키는 방식을 도입했다. 이때 ▲해외 주재원 귀국자 ▲부모 집·사택 무상거주자는 보증금이 ‘0원’으로 간주돼 실거주 예정 사실을 입증하지 못해 반환대출이 거절되고 있다.
광명에서 전세를 놓고 내년 초 결혼과 동시에 입주를 계획한 김모씨(35)는 “양가 집과 회사 사택에 각각 머무르고 있어 서류상 보증금이 없다”며 “전세퇴거자금대출이 모두 거절돼 2금융권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전세 만기 다가오는데…세입자 초조감 커져
문제는 이 같은 심사 혼선이 세입자 피해로 직결된다는 점이다. ‘보증금 0원 간주’ 규정에 대한 당국의 구체적인 예외 지침이 부재해 심사가 은행·지점별로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 리모델링 이주를 앞둔 최모씨(42)는 최근 “기존 집주인이 갭투자로 집을 매도해 임대인이 바뀌었다”는 통보를 받았다. 그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이라 새 세입자를 받을 수도 없고, 보증금 반환대출도 쉽지 않다고 들었다”며 “전세 만기 때 제때 돌려받지 못할까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 규정이 불명확한 상황이라 은행 내부 기준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연말 대출 총량 압박 속에서 모든 예외 상황을 세밀하게 반영하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거래절벽 장기화 조짐…전세시장 냉각 심화 우려
은행들은 “실거주 의도가 명확하면 예외 심사를 최대한 시도하고 있다”고 설명하지만, 은행별 내부 기준이 달라 동일한 상황에서도 결과가 엇갈리고 있다.
현 상황이 지속될 경우 실수요자 피해뿐 아니라 전세시장 경색, 보증금 미반환 등의 위험이 복합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전세 신규 거래 위축으로 ‘거래절벽’이 장기화될 우려도 거론된다.
전문가들은 “실거주자를 대상으로 한 ‘보증금 0원’ 규정의 예외 기준을 명확히 하고, 은행 간 심사 기준을 통일하는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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