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주 동안 미국 주식시장의 반등은 세계 경제와 금융 시스템 전반에 흐르는 불확실성과 높아진 위험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2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NYT는 수천억 달러가 인공지능 투자로 쏟아져 거품이 형성된다는 우려, 암호화폐 가치가 치솟았다가 폭락했음에도 주류 은행업으로 퍼져나가는 현상, 사모펀드, 헤지펀드, 사모 대출기관, 머니마켓펀드 등 그림자 금융기관들이 무분별한 대출로 수십억 달러 규모로 파산하는 현상 등이 경제 불확실성과 위험 증가의 배경이라고 지적했다.
NYT는 또 미국은 물론 전 세계 각국 정부의 막대한 부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정책 지그재그, 트럼프의 관세를 미 연방대법원이 위헌으로 판결할 가능성도 불확실성의 배경으로 꼽았다.
말 그대로 모든 것이 모든 곳에서 한꺼번에 터지고 있는 것이다.
미 하버드대 케네스 로고프 경제학 교수는 “최근까지 시장 변동성 지표가 그렇게 낮았다는 것이 정말 기가 막힌 일”이라며 시장 평가가 위험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 증시 S&P500 지수는 최근 하락세에도 불구하고 올 들어 약 14% 상승한 상태다.
이에 대해 로고프는 “주가 상승이 미래 성장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인공지능이 생산성을 높이고 고용을 줄일 것이라는 기대를 반영한 것”이라며 “고용 감소에 따라 이익이 증가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대규모 투자한 AI 데이터센터, 고용은 최소한
인공지능을 구동할 데이터 센터 건설이 현재의 경제 성장을 주도하고 있으나 데이터 센터는 일단 건설되고 나면 고용이 최소한에 그치게 된다.
그러나 인공지능 관련 시장 투기로 인해 야기되는 불확실성은 어느 정도 불가피한 것도 사실이다. 삶을 바꿀 수도 있는 발명의 영향과 그 가치를 정확하게 평가할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다만 철도가 눈부신 경제 성장의 발판이 됐으나 그에 따른 희생도 컸던 전례가 있다. 영국 상류층 인사가 캐나다 철도에 투자했다가 파산하는 일화를 담은 영국 드라마 “다운튼 애비”가 그 예다.
당시 철도에 투자했던 사람들 중 큰 돈을 번 사람도 많지만 드라마 주인공처럼 실패한 사람도 많았다.
엔비디아의 시가 총액이 5조 달러에 달하는 등 주가가 급등한 배경은 빠른 성장을 지속할 것이라는 기대를 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수십억 달러를 투자한 주체들 중 아직 이익을 내지 못한 경우도 있다.
◆기술 대기업들 순환 거래로 주가 부풀려
비판자들은 엔비디아 등 일부 기술 기업들이 서로의 주식을 사고파는 순환 거래를 통해 실제 가치를 부풀리고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위험한 대출 규제를 받지 않는 그림자 금융기관의 대출이 높은 주가를 유지시키고 있다. 이들 금융기관들의 거래 내역은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금융 시스템에 축적된 위험이 어느 정도인지를 평가하기 어렵게 만든다.
또 401(k) 퇴직연금의 투자 대상 제한 안전장치가 정부에 의해 철폐되면서 미국인들의 장기 저축 계정이 부동산, 암호 화폐, 사모펀드에 투자될 수 있게 됐다.
이처럼 자산의 뒤섞임 현상이 증가하면서 금융 도박이 금융 시스템에 미치는 악영향을 차단하기 위해 만든 방화벽마저 취약해지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2008년 금융위기를 초래한 위험한 관행과 유사한 요소들이 위험할 정도로 쌓인 것으로 판단한다.
미 예일대 나타샤 사린 법·금융학 교수는 “탁월한 금융 플레이어들조차도 위험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영국에서는 앤드루 베일리 영란은행 총재가 지난달 민간 신용 기관들의 위험한 대출을 경고했다.
◆2008년 금융 위기 직전의 대출 쪼개기 현상 재연
그는 현재 금융 상품의 재포장 행위가 2008년 금융 붕괴 전 상황과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의회 증언에서 “예전의 ‘슬라이싱, 다이싱, 트랜칭’이라는 방식의 대출 쪼개기 현상이 다시 나타나기 시작했다”면서 “금융위기를 경험했던 사람들은 이미 경보음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암호화폐와 민간 대출의 위험을 경고하던 주류 은행가들조차 태도가 바뀌었다.
JP모건체이스은행의 제이미 다이먼 CEO는 2년 전 암호화폐를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이달 JP모건체이스 은행이 자체 디지털 토큰을 발행했다.
다이먼은 지난 달 그림자 금융기관들이 잇달아 파산하는 현상에 대해 “바퀴벌레 한 마리가 나타났다면 실제로는 더 많을 것”이라고 말해 금융 위험이 잠재해 있음을 경고했다.
그러나 JP모건체이스 은행의 자산운용 부문은 지난주 투자 포트폴리오에 그림자 금융기관들이 핵심 대상으로 포함된다고 밝혔다.
◆금융 붕괴 예상하면서도 위험 자산 투자 지속
이처럼 금융 시스템 붕괴를 예상하는 사람들조차 붕괴 직전의 호황에서 소외되기를 원치 않는다.
“돈의 미래: 디지털 혁명이 어떻게 통화와 금융을 변화시키는가”의 저자 에스와르 프라사드는 “대형 투자은행들은 두 가지를 동시에 잡으려 한다”며 “치열한 경쟁 속에서 특정 자산군에 대한 투자를 배제하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다른 주요 경제권의 정부 부채도 또 다른 걱정거리다.
미국 정부 부채는 미국 경제 규모의 125%에 달하는 38조 달러로 늘어난 상태다. 미국 정부의 부채 부담과 과도한 지출이 “지속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또 지난 4월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전쟁을 일으키면서 미국의 신용도에 대한 신뢰가 크게 훼손됐다.
과도한 정부 부채와 예측 불가능한 경제 정책 변화가 미국의 글로벌 경제 리더십과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 미 정부 발행 국채에 대한 신뢰도를 해칠 수 있다.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경제학자 폴 새뮤얼슨은 “주식시장은 지난 다섯 번의 경기침체 중 아홉 번을 예측했다”며 미래 예측이 불가능함을 꼬집었다.
그러나 위험이 축적되는 것은 불안한 현상이다.
하버드대 로고프 교수는 “이 모든 것이 어떻게 끝날지 알기가 정말 어렵다”면서도 “전반적인 흐름이 좋지 않다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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