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법인 이유로 교육예산 지원 안돼, 행복청도 예산 반영 못해
애타는 건 지자체…예산확보 늦어지면 학생·직원 피해 불가피
(세종=연합뉴스) 양영석 기자 = 시설은 대학 같은데 대학이라고 부를 수 없는 곳.
교육(학교)법인이 아닌 공익법인으로 출범한 세종공동캠퍼스가 처한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말이다.
26일 세종시에 따르면 최민호 세종시장이 대학 시설인 세종공동캠퍼스 운영비(15억원)·수업 기자재 구입비(29억원) 관련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정치권 인사와 정부 관계자를 잇달아 만나고 있다.
세종공동캠퍼스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도된 공유형 대학 캠퍼스다.
행복도시 특별법에 따라 정부가 강의동, 실험실, 기숙사, 도서관 등 각종 인프라를 건설하면 입주 대학들이 함께 이용하며 상호 융합 교육·연구하는 신개념 대학이다.
현재 서울대 행정대학원, 충북대 수의학과, 한밭대 인공지능소프트웨어학과 등 4곳이 입주해 600여명의 학생·교직원이 생활하고 있다. 2029년까지 3개 대학·대학원 등이 추가로 들어와 입주하면 학생 수가 3천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지난해 9월 일반 공익법인 인가를 받아 문을 연 공동캠퍼스가 개교 1년이 지나면서 곳곳에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우선 충남대 의대의 공동캠퍼스 입주가 1년 가까이 늦어지고 있다.
공동캠퍼스 시설이 학교법인 건물로 등재가 안 돼 있다 보니 충남대가 예산을 신청해도 교육부는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바이오지원센터 기자재 구입비 등을 지원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국회 예산 심의 단계에서 관련 예산을 증액하려 해도 교육부 동의를 얻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새로운 유형의 신개념 대학이라고 홍보했으나 현실은 기존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는 실정이다.
교육부 내에선 공동캠퍼스에서 대학교육 수업을 하고 있지만 대학이라고 부를 수 없다는 말까지 나온다.
공동캠퍼스를 건설한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도 기획재정부 반대로 내년도 운영예산을 확보하지 못했다.
행복도시법에 따라 2029년까지 행복청이 공동캠퍼스 운영 예산을 지원해야 하지만 기재부를 설득하지 못했다.
관련 부처가 서로 뒷짐을 지면서 애가 타는 건 지방자치단체인 세종시다.
예산 확보가 늦어지면 학생·직원들 피해가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세종공동캠퍼스 운영비·바이오지원센터 기자재 구입비 예산을 확보하려면 국회 심의 단계에서 행복청의 행복도시특별회계에 반영해야 하고 기재부 동의가 필요하다.
행복청이 반영해야 할 공동캠퍼스 관련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세종시장이 동분서주하는 이유다.
바이오지원센터 기자재 구입이 늦어지면 충남대 의대 입주가 다시 늦어지고, 충북대 수의대 학생들의 연구 활동에도 차질이 생긴다.
세종시 한 고위 관계자는 "대학을 대학이라고 부를 수 없는 공동캠퍼스 운영법인의 예산 구조는 아파트 관리사무소만도 못 한 상황"이라며 "새로운 유형의 공유 대학을 설립하겠다는 정부 구상에 맞춰 공동캠퍼스에 입주한 대학들은 뒤통수를 크게 맞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인재양성·균형발전 측면에서 관련 부처가 전향적으로 이 사안을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young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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